각종 ‘악재 쓰나미’…심각한 ‘도덕적 해이’?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7월 이승훈 사장의 돌연 사퇴로 수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잇단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공사의 임직원들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골프와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는 등 유착관계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정년퇴직 전 간부급 직원들이 자회사나 출자사 등에 재취업하는 등 ‘제식구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외 사업 투자 부실과 유학생 관리 엉망 등이 불거지면서 가스공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선 한국가스공사를 살펴봤다.


대표적인 친박(親朴) 인사로 평가받던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처음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2015년 7월 취임한 이 전 사장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손꼽히면서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으로부터 ‘적폐 기관장’으로 낙인, 꾸준히 사임 압박을 받기도 했다.


공사 노조 “낙하산 수장 안 돼”


이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가스공사는 8월부터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최근 면접심사를 통과한 5명의 후보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관료 1명과 교수 2명, 내부 출신 인사 2명이 최종 후보로 전해지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사장 공모 진행 과정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합리적인 절차와 독립성이 보장 될 수 있는 사장이 선임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에너지전환의 가교연료로 천연가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안정적 전환을 위해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인 상황이므로 신임 사장의 역할을 막중하다”며 “그만큼 엄격히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재 거론되는 관료 출신이나 교수 등은 가스공사 사장에 부적합하다며 정권실세와의 친분 등을 통해 사장으로 내정되면 이는 보은인사이며 단순 낙하산인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가스공사에 임명된 43명 가운데, 19명인 44.2%기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퇴직 앞두고 자회사 재취업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가스공사의 임직원들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자회사나 출자회사 등에 재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올해 9월까지 조기퇴직자 9명이 자회사 또는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재취업 논란에 ‘제식구 챙기기’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 9명의 퇴직자 중 7명은 퇴직 이튿날 재취업했다. 대부분 정년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에 퇴직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및 출자사에 재취업 한 것이다.


특히 이들 모두 연봉을 대폭 올려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공사에서 평균 1억2800만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재취업 이후 이들 평균 연봉은 2억4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임직원 낙하산 재취업 심각…‘제 식구 챙기기’ 비난


상반기 영업이익 10% ‘하락’…해외사업, ‘나 몰라라’


이 의원은 “자회사 및 출자회사 사장 자리는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던 직원들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임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전관예우’인 퇴직 임직원들의 자회사 재취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프·성 접대’ 끊이질 않는 비리


또한 한국가스공사의 직원들은 관련 업체로부터 골프접대와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당 이훈 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계약관리 직원 등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들 중 11명은 총 258차례의 골프접대를 받고 9명은 23차례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지역본부장급 이모씨는 12개 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고 이 중 일부 업체를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원도급사에게 해당 업체의 물품이 납품 되도록 부당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이러한 방법으로 꾸준히 2개 업체를 밀어주고 해당업체로부터 34차례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또 다른 업체로부터도 30차례의 골프접대를 받았다. 이외에도 이 씨를 접대하기 위해 12업체가 2011년부터 16년 2월까지 사용한 금액은 6,400만원에 이른다.


이훈 의원은 “가스공사 임직원들의 비위행위가 도를 넘어서 사회적 공분까지 일으킬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가스공사는 내부 감사 시 계약 업체만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하도급 등 관련 업체까지 꼼꼼히 살펴 다시는 이런 부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자정 노력을 강력히 촉구했다.


공사의 ‘임직원 징계내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3명, 2014년 15명, 2015년 16명 이었던 징계 임직원이 지난해에는 81명으로 폭등했다. 또한 올해 8월 현재까지 징계받은 직원이 35명이 이른다. 징계 사유는 직무관련 향응수수나 향응수수, 업무소홀 및 부적정 등 유형별로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유학생 관리 ‘허술’


한국가스공사가 지원개발대상국의 현지 인력 확보와 인적네트워크 구축 등을 목적으로 국내대학원의 외국인 유학생에게 평균 4000만원 이상을 지급하고도 해당 유학생의 사회진출 등 사후 관리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KOGADS 글로벌펠로십 장학생 현황’에 따르면 공사는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대학원에 진학한 23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일인당 평균 4043만원씩 총 9억3000여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 유학생들의 졸업 이후 사회진출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가스공사의 인력 관리체계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가 지원한 외국인 장학생 23명 중 단 1명만이 가스공사의 현지 인력으로 근무중이어서 지원 취지를 무색캐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사는 한국인 대학생에게 장학금으로 평균 278만원을 지원해 외국인 유학생에 지나친 장학금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 가스요금 편차 우려…유학생 관리도 ‘부실’


노조, 사장 선임 우려 표명…‘독립성 보장’ 최우선


조배숙 의원은 “가스공사가 해외자원개발국의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전문가를 양성하겠다며 외국학생들에 한사람당 4천만원 이상의 막대한 장학금을 뿌려놓고 정작 졸업생들이 어디서 무얼하는지 파악도 관리도 못하고 있다”며 “같은 기간 가스공사가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한사람당 278만원에 불과했는데 목적성을 잃은 자원개발국 유학생 퍼주기 보다는 공기업으로서 자국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제공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부실한 해외투자 또다시 도마 위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공사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해외 투자 현황 및 실적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이라크 아카스, 만수리아 지역에 3억72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IS사태로 개발이 중단돼 회수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공사가 이러한 위험을 알고도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 이라크 아카스·만수리아 가스전 입찰은 2010년 9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됐지만 IS 위험이 커진 것은 4년 전인 2006년부터다. 무엇보다 이사회 보고 당시 이라크 지역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는 사업 재계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도 올해 79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또한 호주 GLNG 프로젝트의 손상규모가 2015년 984억원에서 지난해 6006억원까지 6배 이상 증가했다고 이훈 의원은 지적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가스공사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2010년 법적 근거 없이 이라크 등의 유전개발에 나섰다”며 “당시에는 가스공사가 석유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었으나, 위법을 은폐하기 위해 2011년 가스공사도 해외 유전개발 투자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10% 이상 감소


한국가스공사는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7% 감소한 79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1조74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414억원으로 40.4% 감소했다.


가스공사 측은 “매출액은 유가상승에 따른 판매 단가 상승으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총괄원가 배분비율이 지난 상반기 64%에서 올해 60%로 감소하면서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가스공사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가스공사가 비리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쇄신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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