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실채권 소각 등 행정력 주도 먼저

▲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지 1주일 만에 파격적인 소통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2700조가 넘는 국가·기업·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문재인 정부가 취임한지 1주일 만에 파격적인 소통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2700조가 넘는 국가·기업·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저성장·저금리 기조, 미국 등 세계 각국들의 고립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미연준의 금리인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불투명한 안개 속을 걷고 있는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빚만 불어나고 있는 ‘부채공화국’이라 불리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계부채 1300조라는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 현 정부의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은행의 ‘2016년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대한민국 가계부채 총액은 1344조 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조 2000억원(11.7%)이 증가했다. 2014~2015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10.9%로 지난 2010~2014년 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이 6.9%임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현 韓의 가계부채 상황과 원인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으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초이노믹스’로 내비치는 부동산 활성책이 꼽히고 있다. 2014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완화시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유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빚내서 집사기’라며 꼬집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사상 최저 금리인 연1.25%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꼽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 기간에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과 소득 증가를 통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7대 해법’ 공약을 발표했다. 3대 근본대책에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의 전환 ▲취약계층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 마련 ▲가계부채 감소를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우선이 포함됐다. 또한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 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한국은행이 2016년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51.5%를 기록, 2012년 관련 통계 이후 처음으로 150%대를 넘긴 바 있다. 2015년 말 자금순환통계를 기준으로 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9.0%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던 이용섭 전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정부, 100일 안에 연체채권 소각?


이같은 상황에 문재인 정부는 부실채권 소각처럼 법 개정이 필요 없고, 행정력만으로 주도할 수 있는 정책들을 우선순위에 올리며 시장 안정을 위해 DTI 규제 원상복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장기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통해 취약계층을 과도한 채권추심의 스트레스와 빚 변제 의무에서 아예 벗어나게 하겠다는 공약은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안에 실행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한겨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던 이용섭 전 의원은 지난 15일 “새 정부 경제팀이 소각 채권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선 추가 논의를 해야겠지만, 이 정책은 새 정부 100일 로드맵에 들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책본부 부본부장 출신의 홍종학 전 의원도 “이 공약은 최대한 빨리 실행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배드뱅크’를 통한 채권소각…넘어야할 산은?


문 대통령의 공식 공약집에 따르면 소각 대상 채권은 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과 1천만원 이하 소액 연체채권이다. 정부가 먼저 채권을 사들이는 것보다는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실 채권을 추가로 사들여 소각하는 ‘新배드뱅크’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즉 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던 ‘캠코’ 같은 민간 금융기관과 협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과거 정부에서도 연체·부실채권 등을 민간 금융회사에서 사들여 채무조정을 도맡았던 ‘배드뱅크’의 전례가 있었지만 ‘회수 실익도 없는 채권으로 취약계층 채무자의 경제 활동 정상화에 발목 잡는다’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또한 부실채권 소각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1천만원 이하 소액 연체채권을 소각해준다는 공약 혹은 정책이 있다면 ‘이자 포함 1천만원까지는 납부능력이 안되더라도 빌리고 나라가 없애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빌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 정책본부 부본부장 출신의 홍종학 전 의원은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가계부채의 연간 증가율을 한 자릿수 이하로 규제하되,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속도를 달리 규제하는 등 그룹을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가계부채 총량관리는?…‘소득주도를 기반으로 복합적 정책 적용’


법 개정이 필요 없이 새 정부가 추진할 만한 정책으로는 ‘가계부채 총량관리’가 꼽히고 있다.홍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대선후보 경제공약 검증토론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하면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관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자금순환통계 기준)은 169.0% 수준이다. 또 2017년 1분기 기준으로도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홍 전 의원은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가계부채의 연간 증가율을 한 자릿수 이하로 규제하되,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속도를 달리 규제하는 등 그룹을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소득주도 성장을 주 무기로 삼고 여러 정책수단을 최대한 적용해 운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 키워드 DTI·LTV 원상복구?


문재인 정부는 금융감독원의 DTI·LTV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DTI 대신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여신관리지표로 활용하겠다”고 목소리르 높힌 바 있다. 현재 DSR의 경우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활용 중에 있으며, 금융당국은 오는 2019년부터 대출심사기준으로 DSR을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DTI와 DSR 두 지수 모두 연간 총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 상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기타대출에 대해서는 연간 이자 부담액만을 살핀다. 한편 DSR은 금융권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지는 지표다.


이에 대해 홍 전 의원은 “최경환 경제팀이 2014년에 디티아이를 완화한 게 잘못된 결정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점에서 무조건 원상복구가 맞는 것은 아니다”고 신중론을 꺼내들었다. 또 그는 “DSR이 가동되면 DTI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DSR은 기존 로드맵대로 가면 된다. 우리는 정부 초반에 제도를 안 바꾸겠다고 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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