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6억엔 부채, ‘재무초과’ 상태…활로는 메모리칩 사업 매각?

▲ 지난 11일 도시바가 2차례의 결산연기 끝에 2016년 4월~12월(2-4분기)기 결산발표를 발표했다. 사진은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최악의 자금난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일본 도시바가 2016년 4월~12월(2-4분기)기 결산발표를 발표했다. 문제는 상장 기업인 도시바가 감사법인의 적정 의견 없이 결산발표 한 것.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그만큼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시바 2016년 2~4분기 실적, 경고등 켜진 도시바


지난 11일 도시바에 따르면 2016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은 2015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3조 8468억엔(한화 약 40조 1705억원)이며 영업손실은 5762억엔(약 5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도시바는 5325억엔(약 5조 5606억원)의 최종 손익 적자가 발생했고, 자기자본 대비 2256억엔(약 2조 3183억원)의 부채가 생겨 ‘재무초과’ 상태로 진입했다.


WH두고 의견 차이 좁히지 못하는 도시바와 감사법인


그간 도시바는 전례가 없는 3번째 결산연기나 상장폐지가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감사법인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한정적 의견표명’이나 ‘의견불표면’조건으로 결산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도시바는 감사법인과 미국 웨스팅하우스(WH) 내부 통제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로 실적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감사법인(PwC아라타)측은 웨스팅하우스의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손실을 은폐하려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12월 이전의 경우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H의 거액손실은 지난해 12월에 드러났다. 금액은 7조원대. 감사법인측은 도시바가 WH의 거액손실을 2015년도에도 파악했었다고 하는 의심을 두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손실 액수는 2015년도에도 재계산할 필요가 있어, 도시바가 이미 발표한 결산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2016년 3월말 시점에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도시바는 감사위원회 조사 등을 근거 “결산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 “결산을 정정하는 사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실적 발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실적 발표를 연장해도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아 이례적이지만 결산을 공표했다”며 “상장폐지 사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라앉지 않는 상장폐지 가능성…도대체 왜?


이러한 도시바의 입장 발표에도 일각에서는 도시바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에는 감사법인의 적정 의견이 없는 경우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2015년 부정회계 문제로 심사대상이 된 바 있어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감사법인이 도시바의 결산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시바의 규모를 고려, 상장폐지를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사법인이 도시바의 승인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6년 4월~12월(2~4분기)기 결산발표에 대해 “도시바 주주들에게나 금유시장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시바가 전날(11일) 발표한 결산실적에 왜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을 달지 않았는지 이유가 명확치 않다”며 “이는 도시바 주주들에게나 금유시장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같은 불확실성이 일본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도시바라는 하나의 기업으로 인해 일본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저하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1980년대에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내놓은 회사다. 또한 스마트폰과 다른 기기의 데이터 저장에 핵심 기술로 꼽히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칩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업계 1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도시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핵심인 메모리칩 사업을 팔아야 한다.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이 3조엔(31조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브로드컴·웨스턴디지털, 한국 SK하이닉스 등은 1조 5000억~2조엔 정도로 입찰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시바는 기술 유출 및 안보문제을 우려해 인수 후보로 나설 일본 기업을 찾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