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고 공격적인 발언에 달러가치가 석 달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


특히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외환시장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중국, 일본, 독일의 통화가치가 지나치게 낮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주장했다.


환율전쟁 예고


이어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레흐트만 통화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 직후 고객들에게 “고약한 환율전쟁이 닥칠 수 있다. 허리띠를 바싹 조여매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미국행정부가 전 세계와 벌이고 있는 환율전쟁의 총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의 발언에 영향을 받은 달러가치는 추락했다.


엔화 가치 상승


엔화, 유로화, 원화 등의 가치는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99.430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기준이다.


또한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8일 이후로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아울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ICE 달러지수(USDX)는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1월 한 달간 2.6% 추락해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최악의 1월을 기록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오전 0시 4분에 달러당 112.08엔까지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30일 이후로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오전 1시 2분 유로당 1.0812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8일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급락한 채 개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원화 환율은 4.0원 내린 1,158.1원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무역전쟁 까지..


한편, 이 같이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동시에 중국, 일본, 독일 등 경제 강국들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세계 시장이 혼란속에 빠졌다.


게다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 산 제품에 20%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강(强) 달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문제제기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오는 등 ‘글로벌 환율‧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FT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대대적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세금감면, 규제철폐, 국경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강 달러를 유발시키고,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통상 및 환율정책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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