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균환 교수.

[스페셜경제=박숙자 기자]건국대 연구팀이 간암이나 간경화로 이어질수 있는 B형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간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냈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김균환 교수(약리학)와 신구철 연구교수 팀은 간염 환자의 간 조직 내 바이러스 단백질이 자가포식 형태로 성장함에 따라 면역세포와 결합되지 않음으로써 만성간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세포생물학 분야 전문지 ‘오토파지’(Autophagy) 10월 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만성간염과 간경화, 간암 유발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간염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만성간염의 원인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세포가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면역반응은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병원체 감염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전이다. 이 반응을 통해 인체는 병원균이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거나 세포 내부에서 병원체의 증식을 저해한다.

하지만 면역반응에 의해서도 감염세포가 제거되지 않은 채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며 염증을 유발하면, 간세포는 점점 더 파괴돼 비정상조직(반흔조직)으로 변한다. 이와 같은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간의 염증 상태를 만성감염이라 말한다. 만성감염이 지속될 경우 간경화나 간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간 세포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세포가 달라붙어 면역 반응이 일어난 후 병원체가 더 이상 증식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만성간염은 감염세포가 제거되지 않은 채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며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간 학계의 연구 대상이 돼왔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 세포가 제거되지 않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는 그간 규명되지 않았다.

건국대 연구팀은 B형 간염 환자의 간 조직 내 바이러스 단백질(HBx)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자가포식(오토파지, Autophagy)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에서 손상된 소기관과 단백질 찌거기를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촉진된 자가포식 현상은 감염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물질인 ‘트레일(TRAIL)’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RAIL은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생성되는 감염세포 사멸물질이다. 감염세포 표면에는 트레일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이 수용체가 있어야 트레일이 감염세포와 잘 결합해 감염세포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간 조직 내 바이러스 단백질이 자가포식 성장으로 트레일 수용체를 분해시켜 버림에 따라 트레일이 감염세포를 죽이지 못하게 된다.

건국대 연구팀은 HBx가 유발하는 자가포식 현상을 억제하면 TRAIL 수용체가 세포표면에서 증가돼 TRAIL의 공격을 받은 감염세포의 사멸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균환 교수는 “간 조직 내 바이러스 단백질이 유발하는 자가포식 현상을 억제하면 감염세포 사멸이 증가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인체 면역반응 회피 원인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의 생존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보호하면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교육부 지원)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의 공격에도 살아남는 그림 모식도.

[사진제공=건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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