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정화일까 or 불신일까”

▲ 김영란법 전문 변호사로 통하는 김현성 변호사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으레 추석하면 떠오른 것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거나, 송편을 빚는 등 정겨운 모습들이 연상되곤 한다. 그러나 올 추석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둔 탓에, 사회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명절이면 명절 음식과 더불어 과일, 한우, 굴비 등 선물을 주고받던 풍습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명절 분위기가 위축됨은 물론 명절 대목을 노리던 농축수산업계는 소비위축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김영란법 전문변호사인 법무법인 피앤씨의 ‘김현성 변호사’를 만나, 예년의 추석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김영란법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쳐 봤다.


사회적 혼란‥감수해야 할 산고


김영란법 연착륙‥역사 바뀔 것


지난 6일 정부는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기준가액을 규정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공무원 및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은 물론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은 기준가액을 넘어서는 대접이나 금품, 청탁 등을 받게 되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탓에 예년과는 다른 추석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지만 그동안 관습처럼 여겨졌던 선물은 주고받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고유의 풍습에 대한 생각도, 농축산물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도 컸지만 김영란법 취지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추석 선물 안 주고 안 받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김영란법은 명절 풍습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에 <본지>는 법무법인 피앤씨 김현성 변호사를 만나 명절 풍속도까지 바꿔놓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6월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할 당시 사학법인연합회 대리인이었던 김현성 변호사는 ‘김영란법 전문가’로 김영란법 관련 특강과 법률자문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2015년 12월 10일 김현성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서 사학연합회를 대리해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하고 있다.

다음은 김현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 김영란법과 관련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데 대해, 지난 7월 헌법재판소가 각하·기각 등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사립학교 대리인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장본인인데,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 김영란법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청산과 예방이 국민 대다수의 염원이자 시대적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헌재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합헌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다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공직자 등’의 개념에 언론인 및 사립학교 교직원도 포함된다고 규정한 정의조항이 헌법소원 대상조항 중 핵심적인 조항이었는데, 헌재의 다수의견은 판단대상에서 정의조항을 제외함으로써 정면판단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 그리고 시행 전 법률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향후 구체적 사건이 발생하여 법원에서 재판이 열리게 된다면, 그때 위헌법률심판 형태로 구체적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어쨌든 이제는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 논란보다는 어떻게 하면 김영란법이 우리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Q : 정부는 지난달 29일 3(식사)·5(선물)·10(경조사비) 기준 가액을 원안대로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농축수산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매출 부진 등 내수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식사비용과 선물가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관련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데, 정부가 확정한 기준 금액이 적절하다고 보는가?


- 정부가 시행령으로 구체적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설문조사 등 여러 가지 사전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각에서 비현실적인 금액이라는 주장도 있고 이에 정치권에서도 그 액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하지만 그 금액을 높인다면 부정부패 예방이라는 당초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식사비 3만원도 매우 큰 액수라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김영란법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당분간 법 시행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부정부패 없는 세상, 청렴한 사회를 위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기꺼이 감수해야 할 산고(産苦)라고 생각한다.


▲ 김영란법 기준가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

Q :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언론인도 포함된 만큼 학계와 언론계 등에서는 기사를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포털에도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 포털이 김영란법 상의 언론사로 해당되기 위해서는 언론중재법, 신문법에 규정된 신문(인터넷신문)에 해당되어야 한다.


- 그러나 포털은 스스로 기사 배열을 하고 있지만서도 독자적 기사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중재법, 신문법의 문언 상 포털은 인터넷신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 아니다.


- 다만, 포털이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도 막강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포털을 언론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학계와 언론계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 그렇지만 실정법 규정을 정면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에는 여론 수렴을 통한 법률 개정 또는 ‘기사 배열’이 ‘기사 생산’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 정부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해 김영란법 사용설명서 등을 홍보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당분간 각계각층에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에 따라 위반 사례 판례가 생기기 전까지는 김영란법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는데?


- 개인적으로 소위 김영란법 시행일을 전후하여 우리 역사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란법이 연착륙한다면 김영삼 정부 시절 전격 시행된 금융실명제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 그러나 반대로 시행령에서 식사비·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범위를 너무 높게 책정하거나 온정주의 관행으로 법위반 사건을 관대하게 처리한다면 위장전입을 금지하고 있는 주민등록법의 해당조항처럼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김영란법에는 모호하고 애매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했다.


- 향후 판례 등을 통해 그 기준을 명확히 확립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에 대한 의식개혁을 포함하여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할 것이다.


▲ 김현성 변호사가 김영란법이 정착화되기까지는 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란파라치, ‘사생활 침해’ 부작용


국회의원, 고충민원에 한해 배제


Q :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른바 ‘란파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란파란치란 김영란법 위반자를 쫓는 파파라치를 말하는데, 최대 20억원의 보상금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포상금을 노린 란파라치 부작용이 일지 않겠나?


- 안 그래도 란파라치 양성을 위한 학원까지 생겼다고 들었다. 란파라치들이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현장을 잡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기발한 수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 보다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 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미끼로 한 공갈 등 추가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영란법의 정착과정에서 당분간 란파라치 현상도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수사당국에서 그 절차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Q :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초 취지대로 금품 수수나 청탁 같은 부정부패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음지에서 새로운 편법이 자행되는 부작용이 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김영란법 시행으로 편법이나 보다 은밀한 수법의 부정부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 원래 청탁이나 뇌물 등 은밀한 부정부패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기생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풍선효과의 발생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풍선효과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있다.


- 결국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 그 해답일 것이다. 거기에 김영란법이 크게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영란법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

Q :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 및 배우자들을 포함해서 대략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인구 100명당 8명이 해당하는 수치인데, 향후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는가? 국회의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 권익위에서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약 4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보다. 400만명은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사람과 그 배우자 수를 말하는 것일 뿐,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전 국민이다.


- 김영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크게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인데,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공직자 등 또는 그 배우자에게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향후 김영란법 취지가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 등 모든 사적 영역에까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 종사자들이 공무수행 사인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김영란법상 ‘공직자 등’으로 분류될 것이다.


- 국회의원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청탁과 관련하여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다.


- 고충민원 전달이 이들의 고유한 업무 중 하나라는 점과 국민의 기본권인 청원권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다만,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 없이 부정청탁을 한 경우라면 당연히 과태료 처분대상이 되는 것이고, 금품수수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도 당연히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된다.


Q : 배우자가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영란법에는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이는 연좌제와 불고지죄에 해당될 수 있을텐데, 헌재는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신고하기가 어렵지 않겠나? 김영란법이 오히려 가족 간의 불신이 초래될 수 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김현성 변호사는 공직자 등 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청렴하기를 기대한다면 청렴문화 정착이 해답이라고 밝혔다.

- 금품수수와 관련하여 공직자에게 직접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가족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 따라서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우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배우자에 대한 신고 관련조항의 내용을 보면, 금품을 수수한 배우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고 단지 공직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불신고시 본인이 금품을 수수한 것과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 이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거나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 및 연좌제 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헌법소원심판 당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고, 실제로 헌법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을 제시했다.


- 특히, 배우자가 살인한 경우에도 그 사실을 신고할 의무가 없는 것과 비교해보면 문제의식은 더욱 극명해진다.


- 향후 이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공직자 등’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모두 청렴하기를 기대한다면 청렴문화 정착이 그 해답일 것이다.


▲ 김현성 변호사 프로필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