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인턴기자]성장 둔화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세계 경제는 뚜렷한 회생을 하기도 전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라는 거대한 늪을 만났다. 이에 세계 중앙은행들은 각 국가의 경제 및 금융시장을 이 늪에서 건져내기 위해 긴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각각 자국의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실탄(dry powder)’을 채워 놓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도 언제든 뽑을 수 있게 준비 중인 모양새다.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은이 오는 7월 추가 금리 인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의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표면상으로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세계 경제를 위해 한 뜻을 펼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환율 경쟁을 시작하려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직면한 ‘세계 경제위기’…각국 중앙銀, ‘신속한 대처’


현지외신과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날 개최된 국제결제은행(BIS) 세계경제회의에 함께한 미국 한국 독일 일본 중국 등 30개의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각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상호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 것이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난 브렉시트 현실화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중앙은행 수장들이 일제히 공동 노선을 마련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관해 이번 개최회의 의장인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영국은행의 비상 조치를 지지하며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중앙은행들이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며 의지를 굳혔다.


앞서 주요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영국은행(BOE)은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을 제어하기 위해 2500억파운드(약 40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파운드화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제로(0) 선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이러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2일 유로화 공급을 증가시킨 데 이어 자금 공급량의 규모를 확장하는 방침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 연방준비제도(Fed)는 “다른 중앙은행들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이후 달러화 강세에 힘이 붙자 일각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예정된 추가 금리 인상을 실행키는커녕 다시 제로 금리 정책으로 전환 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출 둔화 및 기업 이익 감소, 글로벌 자금 이탈 등의 문제를 야기하므로 미국도 경제 침체에 대한 대책을 다시 고려할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돌풍’ 日 열도를 휩쓸다


브렉시트가 나비효과로 열도를 뒤흔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속적인 엔고(円高) 현상에 양적완화를 통한 고육지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 아베정부의 아베노믹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로 급격하게 쏠린 것이다.


지난 24일 장중 엔화가치는 달러당 100엔 선까지 뚫렸다. 이는 아베 정부가 다년간 막대한 화폐를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놓은 것이 4시간 만에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올해 하반기(7~12월)에 10조엔(약 115조원) 이상의 공급 규모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은행(BOJ)는 오는 7월 28, 29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추가 완화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0.1%)에 더 힘을 주거나 국채 매입 확대 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발 등에 불 떨어진 ‘한은’


한편, 한은은 이미 하반기 성장 둔화를 고려해 지난 6월 초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춘 바 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또한 오는 7월 14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올 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8%에서 추가 하향 조정하고 금리도 더 인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하반기 국내 경제는 내수와 수출 부진은 물론 부실기업 구조조정 사태로 하방위험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발생한 브렉시트라는 거대한 위협으로 경기주체들의 심리가 급격히 동결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리인하 정책의 부정적인 문제도 대두된다. 우선 브렉시트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발생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여건을 모두 고려한 한은의 현명한 대처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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