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은배 인턴기자]오는 23일(현지시간)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 결정투표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 총리 캐머런이 대선공략으로 브렉시트 투표를 내 걸 때부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영국이 EU를 대상으로 좀 더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준비한 전략 내지 정치수단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애당초 브렉시트 투표의 주목적이 실제적인 탈퇴여부에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를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의 초반부는 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각의 전문가들은 ‘중도성향의 찬성표’우려에 대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975년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C)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때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이 뒤를 이었으나 막상 개표 결과는 67%의 잔류지지를 보인바 있다.


이는 중도성향의 찬성자들이 EU연합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찬성표에 표를 행사하지만, 실제 투표에 가게 되면 브렉시트의 여파로 인한 손실을 걱정하게 되기 때문에 반대쪽에 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수의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실제화 될 확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문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라는 가정 자체가 국제사회에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실제적인 투표결과는 브렉시트의 현실화가 어렵다 할지라도, 여론조사 결과나 전문가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시장 변동성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인 조 콕스가 피살 된 사건 이후 브렉시트에 관한 여론이 흔들렸다. 이에 따라 이틀 뒤인 18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유고브, 선데이타임스 등의 현지 언론이 보도한 조사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잔류 쪽의 비율이 1~3% 가량 높게 집계 됐다. 이는 세계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외신과 파이낸셜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모두 평가 절상되는 가운데 FT는 "(오는)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 직전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최고조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브렉시트 여파에 대비, 비상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의 핵심인 영국 중앙은행(BOE)은 지난 14일 시중은행에 24억5500만파운드(약 4조1000억원)를 푸는 등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발 빠른 대처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인 22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으로 자금 공급을 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렇게 발 빠르게 대처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이미 시장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상당한 위험투자 자산이 영국 런던 금융가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영국의 주식형펀드에서 11억달러를 인출했다. 이는 10년 새 두 번 있는 일이다.


‘분열되는 영국’…‘캐머런 책임론’ 대두


브렉시트는 영국을 분열시키고 있다. 찬반 진영의 대립은 조 콕스 피살사건처럼 극단적인 형태로까지 번져나갔다.


영국 자체가 연합집단의 속성을 지녔다는 점도 영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영국의 정확한 국가 호칭은 그레이튼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로 구성된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독립적인 주권을 획득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브렉시트가 실현 될 경우 이를 빌미로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독립성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는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혼란 속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브렉시트는 캐머런 총리의 총선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EU탈퇴가 아닌 이를 빌미로 한 ‘EU로 부터의 실익챙기기’가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브렉시트 투표 이후에 벌어질 여파는 그를 책임 소재로 지목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20일 BBC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EU 탈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터키가 곧 EU에 가입한다거나 영국이 유럽군에 가입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유권자를 속이고 있다"고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한 청중도 캐머런 총리에게 "히틀러에게 협조한 네빌 체임벌린 전 총리와 닮았다"는 노골적 비난을 했다. 체임벌린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에게 협력하는 등 큰 문제를 야기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나는 윈스턴 처칠이 히틀러와 싸우기로 결정한 문서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처칠은 유럽과 끝까지 싸웠지만, 유럽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영국민이 캐머런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그의 잔류지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대중을 가르치려는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 경제적 위기를 야기한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캐머런은 바로 사퇴할 수도 있다"며 "충격적인 결과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그의 입장을 잊도록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인 '보트 리브' 관계자는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자신의 공약을 지킬 방안에 대해선 어떤 설명도 하지 못했다. 영국 국민이 더 이상 캐머런 총리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캐머런 총리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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