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무 단국대 초빙교수
[스페셜경제=이재무 단국대 초빙교수]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용어가 있다. 바로 협치(協治)이다. 협력을 통한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20대 국회의 개원을 앞둔 정치권이 굳이 협치를 열렬히 논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일반국민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협치는 이미 학계에서는 오래전에 거론된 바 있다. 십수년 전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국가운영 방식과 관련된 신 개념이 서구에서 등장한 뒤 일각에서 용어의 한국화라는 명목으로 협치(協治)가 거버넌스 대체용으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민주성과 다원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상적인 사용이 거부되었다.


즉, 협치라는 용어의 속성이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통용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괜한 말꼬투리 잡기처럼 느껴질 수 있고, 치(治)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겠지만, 정(政)이라는 단어와 분리가 되면 치(治)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통치(統治)와 같이 상명하복의 다스림의 뉘앙스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서로 협력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 협력정치라고 전체 문장으로 표현을 하거나 상생정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치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정치(政治) 자체가 협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끼리 각자의 의견을 주장한 후 상호 타협하고 양보하여 국민을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치인데, 그야말로 당연한 이야기를 새로운 행태인 것처럼 포장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말로만 협치를 논할 것이 아니라 원래의 본분인 정치를 올바로 하면 된다. 마치 협치를 논하는 것이 정치권의 지대한 개혁인 것처럼 자기포장 하지 말고, 그나마 협치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국민들이 4.13 총선을 통해 보여준 정서에 부응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당은 독선을 반성하고 혁신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며 야당은 차선을 택한 국민들의 진의를 자신들의 우월함으로 착각하지 말고 겸손하게 국정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말 뿐인 협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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