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재웅 변호사]A사장은 며칠 전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 중국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차례 협상 끝에 간신히 추후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법원에서 한국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자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였다. 그 후 우려하던 바와 같이 중국업체의 계약위반으로 분쟁이 발생하였고, 수년간 한국법원에서 싸운 끝에 결국 승소하였다.


이제 중국업체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중국법원에 집행판결을 신청하였으나 뜻밖에도 중국법원으로부터 거절되었다. 한국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으니 중국에서 다시 처음부터 소송을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중 경제관계 발전‥ 법률분쟁 또한 증가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관계가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양국 사이의 법률분쟁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준거법과 관할법원의 선정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준거법은 한국법으로, 관할법원은 한국법원 또는 대한상사중재원 등으로 각 선정하는 것이 추후 분쟁발생시 시간적인 측면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다 유리하다.


다만, 계약체결시 한국기업에게 유리하게 준거법이나 관할법원을 선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계약상대방인 중국기업의 주요재산은 중국에 존재할 것이므로 실제로 이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중국법원의 승인과 집행이 필수적이다.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중국법원의 태도


중국 민사소송법 제281조 및 제282조에 따르면, 1) 외국재판이 해당 외국에서 법적 효력을 발생하였고, 2) 외국과 중국 간에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제조약이 체결되었거나 양국 간 호혜관계가 존재하며, 3) 당해 외국재판이 중국법의 기본원칙, 국가주권, 안전 및 사회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면, 승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석된다. 이는 한국 민사소송법의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제 사례에서 중국법원은 외국법원 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해당 외국과의 개별적인 국제조약이 없는 경우, 이를 승인 및 집행하는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호혜원칙’과 관련하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의 입장과는 달리, 중국의 통설적인 견해는 호혜원칙을 해당 국가가 중국법원의 판결을 승인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보아(이를 ‘사실호혜’라고 한다)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별도의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상호주의에 따른 외국법원 재판의 승인 및 집행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매우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중국 사법실무에서는 이혼사건의 경우 위와 같이 제한적인 호혜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국법원의 한국 법원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


현재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법원의 판결을 가지고 중국법원으로부터 승인 및 집행을 인정받는 것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국기업으로서는 계약체결시 한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합의하는 것보다 중국과 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개별적인 조약이 체결된 국가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정하거나 대한상사중재원 등에서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추후 중국 내에서의 집행 가능성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법원의 한국 중재판정에 대한 승인 및 집행


중국은 뉴욕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에 가입하고 있어,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의 문제를 뉴욕협약이 정한 요건에 따라 심사하고 있다.


뉴욕협약 제3조에 따르면,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절차는 집행국의 국내법에 따르되,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에 대하여 국내중재판정의 집행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한국법원의 판결보다 한국 중재판정이 중국법원에서 집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법원의 실무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있어서 중재판정문과 중재합의에 대하여 중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공증을 거쳐 중국영사관에 인증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판정이 중국어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당사자에게 중국어 번역본을 송달할 필요는 없지만 법원에는 번역본을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중국법원의 실무에서는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에 있어 그 집행 신청기간을 중재판정문이 당사자에게 송달된 다음날로부터 2년으로 보고 있으므로 이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과 관련하여 유의할 점


뉴욕협약 제 2 조는 중재합의에 서면성을 요구하는데, 중국 최고인민법원에서는 계약서, 편지, 전신, 텔레팩스, 팩스, 이메일 모두 서면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석하여 중재합의의 서면성 요건을 비교적 넓게 해석하고 있다.


또한 중재판정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은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거나 또는 기타 이유로 이를 방어할 수 없었던 경우 등을 중재판정 승인거부사유로 보고 있다.


중국 법원은 중재판정부의 통지가 적당한 방식으로 당사자에게 송달 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서는, 당사자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정에 의하고, 당사자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쌍방 당사자 모두가 동의한 중재규칙에 의하며, 그 중재규칙에도 송달방식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중재가 이루어지는 곳의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중국 중재법 제3조에 따르면, 혼인, 입양, 후견, 부양, 상속과 같은 가족법상 분쟁과 행정사건들의 경우 중재적격이 부정되고, 중국법원이 이미 심리하고 재판한 사항에 대하여 다시 중재판정하는 것은 중국의 사법주권과 중국의 사법관할권을 침해하여 공서위반을 구성하여 집행거부 사유로 해석된다.


상대방의 주요 재산 소재지 검토


현재 한국법원의 판결은 중국에서 승인 및 집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계약체결시 중국과 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조약이 체결된 국가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정하거나 대한상사중재원 등에서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국 중재판정의 경우 뉴욕협약에 따라 중국에서 승인 및 집행이 가능하다. 다만, 송달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빈번하게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특별히 상대방이 중재절차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 중재절차 개시 등에 관한 통지가 상대방에게 적법하게 송달을 적법하게 송달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중재절차 진행시에도 항상 추후 중국에서의 승인 및 집행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중재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A 사장처럼 무조건 한국법원에서 한국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무조건 한국업체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구체적인 계약의 유형, 상대방의 주요 재산 소재지를 검토한 후 가장 적합한 분쟁해결방법을 선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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