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희생하면 향기가 난다”..."저의 당선은 전주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다"

▲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인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2010년 6월 2일. 제5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해당 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공천된 인사는 18.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68.6%의 득표율을 기록한 당시 민주당 김완주 후보에게 완패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될 리 만무했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10%가 넘는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도 단 위 선거에서 거둔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이 한나라당 인사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다시 호남지역에 도전장을 던진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낙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20대 총선에 다시 도전했다. 이쯤 되면 오기에 가까웠다. 따라서 이번에도 역시 보나마나 낙선을 점치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낙선이 아닌 당선이었다. 여권의 불모지라 불리는 호남에서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이는 그동안 지역구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20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시을 선거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권을 거머쥔 정운천 당선인을 만나 전주 민심을 얻은 비결과 20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석패율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해야
계파별 선택 아냐‥합당한 원내대표 선출


“이번 저의 당선은 전주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지역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발전을 마련하고 싶다는 전북도민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정말 일꾼 제대로 골랐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권의 불모지라 불리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명을 달고 당선된 정운천 당선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아침 출근길부터 우산을 써도 강한 비바람 탓에 옷과 신발이 젖었던 지난 3일 <본지>는 4·13총선을 통해 야당의 텃밭에서 여풍(與風)을 불러 일으킨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인과의 인터뷰를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과 아직 20대 국회가 개원되지 않은 탓에 정 당선인과의 인터뷰는 투표를 마치고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실에서 이뤄졌다.


정 당선인은 약간 탄 듯한 얼굴로 인해 처음에는 위압감을 주는 인상이었으나,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생각지도 못한 친근감을 발휘해 상당히 진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은 정운천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Q :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와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를 꺾고 당선되신 것 축하드린다. 일단 정 당선인을 뽑아주신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하셔야 할 것 같다.


- 정말 감사드린다. 선거 기간 동안 전주 시민 여러분 전북도민 여러분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 절실하게 느꼈다. ‘야당 의원 열 몫 하겠습니다’ ‘낙후된 전북의 설움 반드시 풀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책임있는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할 것이다.


- 이번 저의 당선은 전주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지역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발전을 마련하고 싶다는 전북도민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정말 일꾼 제대로 골랐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 지역에서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과 함께 당선됐다. 결코 쉽지 않은 선거였을 텐데, 지역민들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를 제쳐두고 여당 후보인 정 당선인을 뽑은 결정적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이론적으로는 ‘지역구도 타파’다. 그런데 이건 단지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 전북에서 민주당 30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 본다. 그동안 해 놓은 게 뭐 있느냐는 식으로 어떤 염증이나 싫증을 느끼는 것 같다.


▲ 인터뷰 중인 정운천 당선인과 스페셜경제 김영덕 편집국장
- 반면 저는 장관했던 사람으로서 선거 때마다 낙선했지만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전북 최대의 현안인 새만금개발청 기금운영본부 전북 이전 법률안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정운천이 능력 있다’, ‘정운천 같은 사람 한 명쯤은 보내자’ 이런 여론들이 당선 배경으로 작용한 것 같다.


Q :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에서는 더민주 김부겸 후보와 야권 성향의 무소속 홍의락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지역주의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고 보는가?


- 제가 당선됐다고 해서 지역주의가 타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주의는 그대로 있다. 그런데 제가 5~6년 바닥 민심을 다지다보니 동정표도 있었고 또 새누리당에서 한 명 정도는 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 지역주의 해소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정운천 당선인
- 이제부터 이정현·정운천·김부겸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정말 뭔가 다르다’, ‘역시 변화 되더라’ 이런 생각을 갖게 하면 지역 구도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또 하나는 정치 제도를 바꿔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석패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 예를 들어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15% 정도 지지를 받으면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의석수가 ‘0’이다. 그런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호남에서 4~5석은 여당 의원이 선출될 수 있다. 그래야 호남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Q : 총선 선거운동 당시 정운천 후보가 당선되면 전북 명예도민인 김무성 전 대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선출해주신데 대한 보은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김 전 대표가 약속한 보은은 전북 예산폭탄으로 풀이되는데, 어떤가. 약속이 잘 지켜지겠는가?


- 그 발언은 김 전 대표가 전북 명예도민이고 하니 지역에 대한 진정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다. ‘전북이 30년 동안 1당 독재로만 하면서 어떻게 한 명도 안 뽑아줄 수 있나’, ‘여러분은 자존심도 없나, 왜 이러나’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 꽃가마 태워주기로 했는데 (총선 참패로)당이 초상집이 돼버렸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북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전북은 30여년 동안 소외돼 왔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오늘 정진석(원내대표)-김광림(정책위의장)조가 원내지도부로 선출됐다. 어떻게 보시나?


- 정진석-김광림 두 분이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결선투표도 안하고 됐다. 3당 체제에서는 협치·협력·상생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분이 된 것 같다. 특히, 김광림 신임 정책위의장의 경우 소문난 경제 전문가다. 20대 국회는 민생이 화두이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Q : 친박과 비박, 계파별로 나뉘지 않았나?? 친박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는데?


-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언론이 친박과 비박을 갈라 세우는 걸로 접근하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 정운천 당선인이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현 상황에 계파 갈등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친박이나 비박이 모르게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별 선택보다는 후보자 간 합동토론을 보고 합당한 후보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 아울러 초선 당선인들이 정진석-김광림 후보에게 많이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 나경원 후보의 경우 법관 출신인데, 원칙 개념이 강할 것이란 이미지가 있다. 상생·협치가 필요한 3당 체제에서는 원칙보다는 서로 주고받고 양보하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실용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전북 발전 위해 야당 의원 열 몫 하겠다”
“국민과 전주 시민만 바라보고 정치하겠다”


Q : 그동안 전주 완산구 당협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지역구 발전을 위해 일했다면 이번 총선을 통해 여의도 중앙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초선 의원으로서 20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 선거 때 “야당의원 열 몫 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 말은 구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의원들은 모두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야당이냐 여당 소속이냐에 따라 중앙정부에 교섭력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 정운천 당선인이 20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을 밝히고 있다
- 여당 의원은 정부행정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협의가 가능하다. 구조적으로 중앙정부에 교섭권을 야당의원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여당이라는 프레임을 최대한 활용해 그간 야당도시에서 이루어 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해내고 싶다.


- 전북에는 새만금사업, 국가식품클러스터, 탄소밸리, 금융타운 등 국책사업들이 있다. 이 사업들은 정부여당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업이다. 이런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의 교섭력을 키우겠다. 필요하다면 예산증액에도 노력할 것이다. 전북의 국책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부분을 반드시 챙길 것이다.


Q : 정 당선인이 당선된 전주 지역에는 전주대사습놀이·한옥마을·비빔밥·콩나물국밥 등 유명한 것이 참 많다. 전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방문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전주의 자랑거리와 명소, 먹거리 등을 소개한다면?


- 전주는 대한민국의 맛을 대표하는 고장이다. 사실 어느 식당을 가도 맛있는 음식을 접할 수 있다. 이는 호남평야와 서해바다에서 잡아온 신선한 먹거리들과 전주의 음식문화가 결합돼 만들어진 전주만의 특성이다.


- 먼저 한옥마을에 오면 전주의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삼천동 막거리타운이나 서신동 막걸리골목에 가면 전주막걸리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남부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순대국밥도 빼놓을 수 없다.


Q : 끝으로 전주을 지역민들과 <스페셜경제>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전주 시민들과 스페셜경제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정운천 당선인
-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자기희생’이다. 정치인이 정권을 가지려고 하면 썩은 냄새가 나고, 낮은 자세로 희생을 하려하면 향기가 난다. ‘향기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 서울에서 새누리 심판이 표로써 나타났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시민들이 저를 선택해 주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악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7년간 한 분, 한 분 만나서 쌓이고 쌓인 신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겹겹이 싸인 신뢰가 외풍에도 불구하고 지켜준 것 같다.


- 민주주의는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것이다. 국민과 전주 시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 신뢰받고,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겠다. 다시 한 번 전주시민들께 감사드린다.


▲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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