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해소’ 대기업 지배구조 '빨간불'

황병준 / 기사승인 : 2016-01-22 1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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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일방통보 논란…재계, ‘화들짝’

▲(좌로부터)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칼을 꺼내 들었다. 대상은 국내 최대 기업 삼성과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금지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만을 갖고 대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자는 것으로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의 한 단편이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집단이 ‘A-B-C-A’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순환출자를 끊는 것이 총수일가의 경영권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는 있지만 이는 하나 방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주식 처분을 명령한 기간 역시 너무 촉박해 재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살펴 봤다.


2015년을 불과 사흘 앞둔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에 대한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을 앞둔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순환 출자’ 고리 끊어라

공정위는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를 위반했다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 전체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10개에서 7개로 감소했지만 남은 7개 중 3개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순환출자가 강화된 고리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구(舊)제일모직-삼성생명’과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구(舊)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 ‘구(舊)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舊)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 연결되는 고리 구조에서 삼성SDI의 구(舊)제일모직 지분(3.7%)에 구(舊)삼성물산 지분(7.2%)이 들어와 삼성SDI를 가진 통합 삼성물산 주식수가 404만주가 늘어나 4.7%로 강화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구(舊)삼성물산으로 연결되는 고리 역시 삼성SDI의 구(舊)삼성물산 지분에 구(舊)제일모직 지분이 들어오면서 삼성SDI의 통합 삼성물산 주식수가 500만주 늘었다.


삼성, 현대차 등 순환출자 해소 명령…‘원칙대로 하겠다’
금지 규정 위반한 ‘현대차’ 제재 할까…‘유예 기한’ 요구



이에 공정위는 삼성SDI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올해 3월1일까지 처분하라고 지적했다. 만약 처분 되지 못하면 그에 대한 과징금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당 가치는 약 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라, 처분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현재 고리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합병하거나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여 삼성SDI를 고리에서 제외하는 방법이 있다.


공정거래법은 3개 이상의 계열사가 묶인 경우를 순환출자로 판단하지만 삼성SDI가 고리에서 벗어나면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물산’으로 고리가 형성,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이경우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등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감 임박해, ‘경고’…<왜>


삼성측은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검토에 들어간 지 4개월이 지나 처분을 2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 측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시간을 연장하면 자칫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발표가 늦어진 것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이후 첫 사례인데다, 법률전문가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등 꼼꼼한 검토가 이뤄졌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삼성측은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시장 충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매각을 하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해소 기간은 연기가 불가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불똥


공정위의 순환출자 제재의 핵심에는 국내 2위 현대차도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에도 계열사 합병이후 강화된 순환출자의 고리를 해소하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공정위는 현대차에 계열사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현대차가 보유한 합병법인 현대제철 주식 881만주(14일 종가, 약 4105억원)를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기한이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통합현대제철의 출범일이 7월1일이기 때문에 2015년 12월 31일까지 지적된 지분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추가 취득하게 된 통합현대제철 주식 881만주를 팔아 순환출자 고리를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일주일을 남겨 놓고 통보가 이뤄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공정위에게도 쏠리고 있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10월 말께 순환출자 관련 질의를 해왔다”며 “삼성그룹 문제와 함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삼성물산 “500만주 팔아라”…뒤늦은 제재 <왜>
꼬여 있는 ‘롯데’ 풀어야할 재계…순환출자 ‘해법’ 제각각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까지 공정위가 지적했던 순환출자 지분 매각 권고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지만 현대차 등 재계의 반발과 과정에서 기한 등의 과도하게 짧아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공정위에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관련된 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연장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스스로 기한 통보 논란을 자초하면서 제재 방침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은 찬성이지만 공정위가 촉박한 기한 내에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하면서 자칫 주주들의 피해 등 2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에 충분한 시간과 이를 기업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부분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규순환출자 금지 위반의 경우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 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대차가 법에 따른 과징금을 부여 받을 경우 금액적으로 400억원 내외를 추징당하게 된다.


지난해 7월 1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이후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4개 중 2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소유 현대제철 주식이 합병 전 917만주에서 1492만주로, 기아차의 현대제철 주식도 합병 전 2305만주에서 2611만주로 각각 증가했다.


가장 많은 순환 고리 ‘롯데’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고 해소 하면서 삼성과 현대차를 다음으로 타깃이 될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62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 롯데그룹이다.



공정위가 지난 10월 말 지정한 62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가 있는 곳은 삼성과 현대차, 롯데그룹 등 모두 8곳. 롯데그룹이 67개, 이어 삼성 7개, 현대차 4개, 현대산업개발 4개 등이다.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약속에서 투명 경영을 위해 ‘그룹 순환출자고리 80% 이상 해소’를 지난달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기존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가운데 약 84%에 해당하는 349개를 해소했다. 남은 순환출자고리는 16.1% 가량인 67개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순환출자고리 자체가 방대한 대다 경영권 분쟁 사태를 겪고 있어 공정위가 인위적인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 재기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규 순환출자나 기존 출자 강화가 금지되면서, 과거와 달리 순환출자를 이용한 경영권 유지와 지배력 확대가 어려워졌다”며 “대기업들은 경영권확대나 세대 간 승계까지 감안하면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기존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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