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세일 ‘대박’행사…“몸 풀었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유통업계의 2015년은 최악의 해였다. 메르스와 ‘역대급’ 소비심리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주로 명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이에 백화점 총수들이 갖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지만, 이 역시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난 해 보다는 소비 심리가 한층 개선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새해 세일 효과는 백화점들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한 해 였던 2015‥방문 세일까지
메르스·경기불황‥매출에 직격타 맞았다


백화점 업계가 긴 침묵을 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유난히 어려웠던 백화점 업계였지만, 올 해는 신년할인행사부터 ‘대박’을 터트리며 지난 해의 매출 부진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신났던 4~5월과 달랐다


2015년이 초반부터 침체를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4월정도까지만 해도 백화점은 오히려 매출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메르스 영향으로 6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기가 깊어졌다.


유통업체들은 어려운 유통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소비 심리 회복에 집중했다. 정부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등이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회복세를 나타냈다.


백화점은 2015년 대규모 출장세일까지 벌였다. 업계에서는 “자존심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백화점들은 납품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시 대관료, 시설 설치비, 판촉비까지 부담했다. 수수료도 기존 백화점 할인보다 1~10%p 낮췄다.


백화점들이 출장세일에 전념하는 까닭은 콧대만 세우고 고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4회에 걸쳐 출장 세일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서울 양재동 세택(SETEC)에서 출장 세일을 처음 진행한 이후 일산 킨텍스로 장소를 옮겨 2차례 더 행사를 가졌다.


롯데백화점은 1회 출장세일 기간 동안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3회에는 각각 130억원,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올해 마지막으로 개최하는 박싱데이 행사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해 11월 서울 코엑스 전시관에서 ‘H쇼핑데이’ 행사를 진행했으며 60만명이 다녀가고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출장 세일을 개최하지 않은 대신 신년세일, 봄세일, 여름세일, 코리아 그랜드세일, K-세일데이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 단위=억 원

백화점 실적, ‘한숨만’


실제로 백화점의 실적은 최악의 수준이었다. 수치로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백화점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4년 3분기 매출액이 5조 7131억원이었지만, 2015년 3분기 5조 666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영업이익이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4258억원에서 2821억원으로 줄어들어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줄어들었다.


다른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대백화점은 1조 121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8505억원까지 줄어들었고, 영업이익 역시 1000억원 가량 하락했다.(2687억원→1654억원)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감소가 가장 적었다. 2014년 하락폭이 컸던 탓이었다. 신세계 백화점은 2014년 3분기 1조 946억원, 2015년 3분기 1조 813억으로 그리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영업이익 역시 1199억원에서 1097억원으로 줄어든 것이 전부였다.


신년세일 효과 톡톡 전년 비 30% 매출↑
10년 연속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제품?

2016년의 ‘시작’ 알린 세일


신년맞이 세일은 한 해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꼽히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내놓고 할인폭을 크게 한다고 해도 소비심리가 침체 된 때에는 신년 세일도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신년세일의 반응이 좋을 경우 그러한 상승세가 계속 되곤 한다.


메르스나 세월호 등의 갑작스러운 상황을 제외 한다면 ‘1년 농사’가 판가름 나는 셈이다.


신년맞이 첫 세일에 나선 백화점들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기분 좋게 신년 세일 출발을 알렸다. 신년 세일은 올 한 해의 소비심리를 미리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기에 백화점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다.


세일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로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새해 첫 주말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이틀 간의 신년세일 첫 주말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5% 증가했다.


전 상품군의 매출이 큰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남성패션과 가전상품군은 각각 85.7%, 70.3%로 전년 동기보다 판매율이 크게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했다. 특히 모피 90.1%, 여성패션 57.3%, 남성패션 83.2%, 잡화 63.6% 에서 큰 신장세가 나타났다.


신세계 백화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16.5% 증가했다. 컨템포러리의류, 남성패션, 화장품 상품군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 단위=억 원

얼굴 바꾼 신세계, 어떤 모습 보일까


신세계의 경우 ‘수장’이 바뀌었다. 그동안은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 모두 정용진 부회장이 사실상 총괄했지만, 지난 해 말 신세계그룹 패션과 뷰티 사업을 이끌어온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승진하게 되면서 백화점 부문을 홀로 맡게 됐다.


그는 새로 신설된 각 ‘부문’에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책임경영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백화점은 정 총괄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해외 사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에 백화점 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진두지휘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맡는다.


특히 신세계는 올해 ▲강남점 증축 ▲센텀 B관▲김해점 ▲대구점 ▲하남 복합쇼핑몰 등의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아낌없는 투자를 펼친다.


강남점 증축과 센텀 B관 오픈 시기는 오는 2월이다. 신세계 측은 강남점 증축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센텀 B관 오픈에는 3000억원이 사용된다.


김해점과 대구점 출점에는 1000억원과 8000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신세계는 김해점을 올해 상반기에 오픈 한 뒤 하반기에 대구점을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 단위=억 원

현대백화점 승부수 ‘판교’


현대백화점의 승부수는 판교점이다. 판교점은 규모와 브랜드에서 압도적이다. 영업면적이 수도권 최대 규모인데다 900개의 브랜드가 있어 압도적이라는 느낌까지 준다. 판교점은 지하 6층에서 지상 10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지선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힐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을 썼다. 최근 백화점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는 식품관과 브랜드만 봐도 알 수 있다.


판교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이 들어서 있으며 다양한류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판교점에 입점하는 브랜드(식품 포함)는 총 900여개다. 15개 현대백화점 점포 중 브랜드 수가 가장 많다. 이 중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까르띠에 등 총 83개 해외명품 브랜드가 입점한다.


지난 해 8월 오픈 한 뒤로 일주일만에 매출을 181억을 올리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업계에서는 2016년 들어서 더욱 판교점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출 181억원이 ‘오픈효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개점 3개월 동안 약 2100억원을 쓸어 담으며 큰 규모만큼 큰 매출액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도 2016년에는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해 판교점을 ‘메인 백화점’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정상화 나선 롯데, 다시 부활할까


롯데백화점의 2015년 실적은 참혹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내내 경영권 분쟁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소송으로 인해 온전히 그룹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한 만큼, 올 해는 백화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예상치 못하게 월드타워점 면세점을 빼앗기면서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특히 신 회장이 “수출과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발언을 자주해왔던 것에 비춰볼 때 지난해 7조5000억원을 투자한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수혜를 백화점이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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