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놓고 당할 수도”‥韓 경제 돌파구 마련책 절실

▲ 지난 9일 중국 증시에 따라 요동친 코스피 지수(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증시까지 폭락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폭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3649조원으로 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중국 증시 폭락 원인과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블룸버그통신, “언제 터지느냐가 문제”
증발한 시가총액 패닉…‘한국 GDP 2배’


지난달 17일 블룸버그는 중국 교통은행 산하 투자회사인 보콤인터내셔널홀딩스가 중국 증시는 6개월 안에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을 인용하면서 중국 증시에 거품이 발생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터지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격적인 ‘대폭락’


보콤홀딩스는 “더 큰 바보가 나타나 더 비싼 값에 주식을 사줄지를 중국 증시가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상하이 종합지수가 최대 6100까지 오른 뒤 꺾일 것”이라 예상했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1년 사이 3배나 늘었고 지수는 150%가 올랐다. 이로 인해 중국 증시에 대한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중국 증시에 발을 빼는 글로벌 펀드도 등장했다.


올해 아시아 지역 주식펀드에서 상위 3% 수준의 수익률을 올린 맥쿼리인베스트먼트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거둬들였으며 세계적인 증권사 중 한 곳인 CLSA는 중국 증시의 주가 수준이 계속 높아지면 “중국 정부가 주식거래에 인지세를 도입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인위적 조정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600대선으로 주저앉았으며 이어 8일에는 전날 보다 219.93포인트(5.9%) 떨어진 3,507.19로 장을 마감해 폭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하루 만에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3321억 달러(375조원)이 줄어 한국 증시의 대장주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하루 새 2개나 사라진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유동성 장세를 타고 5200선을 넘봤던 중국 증시는 최근 한 달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만 해도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과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6조 4612억 달러(7301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시가총액인 9조 6905억 달러(1경 951조원)보다 3조 2293억 달러(3649조)가 줄어든 것으로 감소한 시가총액 3649조는 지난해 한국 GDP의 2.2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 들어 중국 증시는 강세장 덕분에 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상장기업들의 시각총액도 크게 늘어났는데 지난달 14일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10조 499억 달러(1경 1357조원)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조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하루 3%이상 급락하는 날이 속출하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한 달 사이에 30%넘게 폭락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 증시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 같은 폭락세는 세계경제를 흔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처럼 증시가 멈출 줄 모르고 폭락을 이어가자 중국 정부는 위축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려 지난 1일부터 규제를 강화했던 신용거래에 대한 규제완화와 거래세 인하를 실시했으며 이어 신규 기업공개(IPO) 통제, 증시대출 자본금 확충, 주가 조작 단속강화, 시장 안정기금 설립, 증권사 부양 동참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무원은 지난 8일 2500억위안(45조 6000억원)을 긴급영역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9일에는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 ‘상장 주식 구매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350억위안(6조 7000억원)을 투입해 주식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공안부 멍칭펑 부부장(차관)은 악의적인 공매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양책, 성공할지 미지수?


중국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러한 시장 안정화 대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2일 미국의 유명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증시 붕괴를 막고자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것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도했다. WSJ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증시 발전을 퇴보시키는 동시에 중국 경제와 공산당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신규 기업공개(IPO) 중단 조치에 대해 앞으로 IPO 요건이 너무 정치화되거나 기업들의 상장을 돕기 위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실제로 이번 신규 기업공개(IPO) 중단 조치로 인해 30개 기업이 90억위안을 조달하려고 했던 계획이 지장을 받게 됐고 신규 IPO를 준비 중인 1천여개의 기업들도 불리한 여건에 처하게 됐다.


또한 WSJ는 중국 정부가 공매도나 지수연계상품 등 시장 현대화를 위한 금융수단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 국제화 속도가 지연될 것이며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노력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핵심 요인 무엇인가?‥‘과도한 신용거래’
中 ‘소비심리’ 위축…韓 ‘수출 부진’ 우려


거품, 일시에 붕괴


그렇다면 한창 잘 나가던 중국 증시가 왜 이처럼 한 달 만에 폭락으로 이어졌을까? 국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과도하게 증가했던 신용거래 규모가 중국 증시 폭락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지난 10일 ‘중국의 신용거래’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난 중국 증시의 가파른 랠리 과정에서 신용잔고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지난해 6월 초 3900억위안 수준에 불과했던 신용잔고 금액은 상해종합지수가 3000포인트대에 안착하는 1차 상승과정(올해 1월~2월)에서 1조 2000억위안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상하이종합 지수는 5000선까지 가파른 2차 상승랠리를 보이며 지난 6월에는 신용잔고가 최대 2억 2700억 위안까지 늘어나 1년 만에 무려 477%나 증가했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빚을 갚기 위해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쉽게 말해 신용거래는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개인의 비중이 전체 거래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큰데, 신용거래 대부분은 개인투자자들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7대 증권사 신용거래 잔액의 83%를 개인고객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언급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증권사를 활용한 공식적 통계 외 신용거래도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수 하락시 이와 관련된 물량들이 더 큰 하락 변동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개인의 신용거래가 주도하는 중국 증시는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급등락을 연출하는 변동성이 큰 장세로 그동안 거품이 끼어있었다는 것인데 중국 금융 당국이 신용거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 것이 중국 증시 폭락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의 주가부양에 개인투자자들이 호응하면서 엄청난 양의 주식을 매수했다”면서 “특히 지난달 실시된 기업공개에는 무려 1000조원의 넘는 자금이 몰리며 시중 자금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런 상황에 중국 금융 당국이 신용거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연출돼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우려할 수준 아냐”


이와 같이 중국 정부가 자국의 증시를 주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비율을 조율하지 못해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증시 폭락을 가져온 가운데 중국 증시 폭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국내 경제의 기초 여건과 외환보유액 등 대외 건전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세계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지연과 중국 증시 불안 등의 요인으로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한층 강화된 만큼 이런 리스크 요인(그리스 사태·중국 증시 폭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라고 낙관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중국 증시 폭락이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증시 폭락이 중국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국 증시의 급격한 조정으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은 물론 소비까지 줄게 되는 부작용이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비중은 미국(13.2%)의 2배인 25.5%로 조사됐다. 중국은 한국경제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중국의 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따른 충격도 과거보다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은 우리 수출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뒷북 대응?


현재 중국 정부는 폭락한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경환 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한 때 정부는 메르스가 사스만큼의 위협적인 전염성이 없어 과도하게 걱정할 질병이 아니라고 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리스 사태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는 중국발(發) 폭락에 정부는 메르스 사태와 같이 뒷북 대응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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