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김정한 사장 지분 전량 매각‥경영 실패 책임 물었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대성산업 후계구도가 장남에서 삼남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그간 재계에서는 김정한 전 대성산업 사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4월 6일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장남인 김정한 대성산업 전 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데 이어, 지난 4월 29일에는 자신이 보유한 대성합동지주 주식 전량인 7014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김 사장은 지난 5월 4일 보유중인 대성산업 주식 6712주 가운데 401주도 처분해 사실상 후계구도가 장남에서 삼남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여진다. 대성산업은 장남 김정한 사장이 개인회사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후계구도가 변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대주주 등 주식소유현황(2015년 6월 22일 주식소유변동신고서 기준,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2011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에 매진해왔던 대성산업의 후계구도가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6일 김영대 대성 회장의 장남 김정한 사장이 대성산업 사장을 사임한 데 이어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

김정한 사장은 지난 3월 30일 임원퇴임을 이유로 6712주를 모두 매각했다. 아울러 지난 5월 19일자로 김 사장이 대표로 있는 라파바이오, 대성엘앤에이, 제이헨, 포디알에스 4개 회사가 대성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3월 31일 기준) 대성산업은 김영대 회장이 0.53%(21,547주), 김정한 사장 0.16%(6,712), 김인한 0.31%(12,714), 김신한 사장0.39%(15,997)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차남인 김인한씨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정치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어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장남과 삼남이 각각 대성산업에서 경영에 참여해 왔으며 장남인 김정한 사장이 대성산업 사장직에서 사임하면서 대성산업 후계구도가 삼남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한 사장, ‘라파바이오’ 경영 집중


대성산업은 김정한 사장의 사임과 관련 김 사장이 계열회사인 라파바이오 경영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7일 대성산업 관계자는 “지난 2010년부터 대성산업 기계사업부 사장을 맡아온 김정한 사장이 최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며 “김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임플란트 업체 라파바이오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임플란트 제조, 판매업체인 라파바이오 대표직을 겸임해 왔다. 라파바이오의 최대주주는 44.47%의 지분을 가진 제이헨으로, 제이헨은 김 사장이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다. 김 사장이 제이헨을 통해 라파바이오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라파바이오의 당기순손실은 -48억6100만원이며 당기말 현재 순자산의 규모가 13억9700만원이며, 2015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만 73억4100만원으로 어려운 경영상태에 빠져있다.

△라파바이오 최대주주(4월 7일 감사보고서 기준, 전자공시스템)
이에 김 사장이 라파바이오 회생을 위해 대성산업 후계구도를 그만둘 정도로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은 지난 4월 7일 발표된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리안은 “계속기업 존속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라며 “라파바이오와 인력구조조정(관리직 퇴직)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차입금 상환시기와 이자율 등을 조절할 계획이지만,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존속여부 자체가 불투명할 수도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대성산업의 후계 구도가 김 회장의 삼남인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사장으로 정리되면서 김 사장이 퇴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사장이 사임하는 것에 비해 김 회장의 삼남인 김신한 대성산업 유통사업본부 사장은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 보유 지분 또한 김신한 사장이 1만5997주로 더 많기 때문이다.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사장은 장남인 김정한 사장 보다 먼저 대성산업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 이미 2013년부터 후계구도가 낙점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재무구조 개선’ 영향 끼쳤나?


김신한 사장은 건설·유통사업부문을 맡아 자산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주도해 왔다. 지난해 11월 대성산업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후 현재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 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11년부터 지속돼온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김영대 회장이 자산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해온 삼남 김신한 사장을 낙점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 거제백화점 매각에 이어 용인 남곡 토지 매각이 성사되면 자산 매각 총액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최종 매각이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약 300% 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 대성은 후계구도 변화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신한 사장의 지분이 장남 김정한 사장의 지분 보다 더 많고 여전히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계구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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