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미희 기자]“합리적인 개인은 집을 팔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집값이 등락을 계속함에 따라 주택 보유자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집값이 오를 때 반드시 팔아야 하는지, 반대로 내릴 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이 있으면 좋으련만 요동치는 시세 앞에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괴짜 경제학자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엉뚱한 해답을 제시한다. ‘집값은 올라도 떨어져도 이득이다. 그러니 오를 땐 팔고 더 작은 집을 사라. 내릴 때도 팔고 더 큰 집을 사라.’


내릴 때 팔고 더 큰 집을 사라?


‘집값은 올라도 떨어져도 이득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언뜻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집값은 오르면 이득이고 떨어지면 손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상식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 원리를 이용한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모든 인간(경제 주체)은 합리적이다’라는 가정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합리적인 개인은 집을 살 때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집값을 치르게 된다. 그 후 집값에 변동이 생긴다면(오르든지 떨어진다면) 그 상황에 맞게 집값과 그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비용을 조절한다.

문제는 집값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하는가, 즉 집값으로 얼마를 쓰고 집 이외의 것들에 얼마를 쓰는가이다.

합리적인 개인이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잘 조절한다면 집값은 오르든 떨어지는 모두 이익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합리적인 개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일상을 간단한 경제 원리로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경제학 강의》는 집값과 같은 일상의 문제를 경제학 원리를 이용해 저자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흥미로운 경제학책이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일상 문제를 경제학으로 분석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강도나 도둑질, 살인 같은 행위도 그의 분석에 따르면 나쁜 짓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누군가가 100만 원을 도둑맞으면 그 돈을 훔쳐간 도둑은 100만 원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일은 손해도 이득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비용이 ‘이전’되었을 뿐이다.

도둑질에 관한 그의 분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용’, ‘한계수익’, ‘가치’ 등의 경제학 용어를 사용하며 도둑질에 관한 진지한 분석을 이어 나간다.

만약 도둑이 50만 원을 들여 장비를 구매해서 100만 원어치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면 그 도둑은 수입이 비용보다 많으므로 경제적 이윤을 내게 된다.

이 도둑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기존의 직업을 버리고 도둑이 되려 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도둑의 길로 들어서면 값이 나가는 물건들은 이미 다른 도둑에게 도난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더 훔칠 물건이 없는 도둑의 한계수익이 감소한다. 도둑이라는 직업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수입이 감소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둑질도 경제학으로 분석?


도둑질을 경제학으로 분석한 그의 이러한 접근은 언뜻 보면 가볍고 위트 있게 느껴지지만 가볍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안에는 도둑질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관통하는 모든 직업, 모든 경제 현상에 공통적으로 대입이 가능한 기본 경제학 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도둑과 똑같이 비용보다 수입이 많은 일을 추구하고 비용과 수입이 일치하는 균형 상태에서 한계수익점에 도달하며, 수입보다 비용이 많아지면 순손실이 일어난다. 그가 도둑을 예시로 들어 설명한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작용하는 원리는 엄격한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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