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면죄부’…‘강영원 사장 희생양 삼나?’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MB정부의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가 부도 위기에 처해지자 석유공사가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석유공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검찰이 강영원 전 사장 구속을 사실상 결정한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혐의를 거두면서 일각에서는 부실 자원외교 수사를 ‘윗선’까지 가지 않고 일단락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꼬리를 자르는 선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해외자원개발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논란을 집중 살펴봤다.


검찰은 한국석유공사가 부실기업인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를 무리하게 인수해 1조3000억원을 낭비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이번 주 내로 구속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사익 추구를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구속 사유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추진하면서 평가시세보다 3133억원 이상 비싼 1조3700억원을 지급했다. 석유공사는 이 회사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자 지난해 8월 인수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약 329억원에 매각하면서 비난을 샀다.


‘강영원 사장’ 구속 초읽기


검찰은 이번 하베스트 사건을 강 전 사장이 연임이라는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강 전 사장은 2008년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2009년 이 회사 인수 이후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과 22일 두 번에 걸쳐 강 전 사장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핵심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개입 여부. 하지만 검찰은 지식경제부가 석유공사에 하베스트사 등을 인수토록 지시했는지, 또는 인수 상황 등을 보고받았는지 등에 대해 당시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최 부총리는 석유공사가 2009년 하베스트의 자회사 NARL(날)을 인수할 때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했고, 석유공사의 인수 발표 직전 강 전 석유공사 사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 과정에서 적극적인 추진을 주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최 부총리에 대한 서면조사와 주변인 조사로 2009년 10월 강 전 사장과 하베스트 인수 관련 면담을 했지만, 원론적인 내용만 주고받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최 경제부총리의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최 부총리 책임론(?)


하지만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강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최 장관에게 인수내용을 보고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최 장관이) 부인하지 않은 것은 정확하다”고 답해 보고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감사원 감사에서는 “하베스트 인수는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누가 최종 인수 의사결정에 관여 했는지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부총리 책임론이 제기됐었다.


부실기업 인수하다 부채 ‘폭증’…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국민연금‧새마을금고 “투자 계획없다, 사실 아냐” 해명


하지만 최 부총리는 지난 2월 국정조사에서 “NARL 인수를 지시한 적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 부총리는 의혹에 대해 “제가 (산업부 장관에)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사업이 진행됐고 석유공사 사장이 5분 정도 만나서 ‘어떻게 할까요’ 정도로 고지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또 “하베스트가 어디있는 회사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최 경제부총리를 직접 부르지 않고 서면조사로 강 전 사장을 구속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강 전 사장 구속으로 ‘꼬리 짜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초 검찰이 하베스트 부실 인수건을 수사할 때만 해도 전 정권의 자원외교 비리가 본격적으로 파헤쳐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윗선’ 규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최 부총리가 서면조사를 받는 데 그치면서 이번 수사는 강 전 사장을 사법 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부도 위기에 놓인 하베스트에 1조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서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논란이 가중 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석유공사는 지난 3월 19일 이사회를 열어 하베스트에 대한 약 1조원(1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지급보증과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한 약 1,700억원(1억9천만 캐나다 달러)의 단기 자금 지원을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석유공사의 ‘유가급락에 따른 하베스트사 지원방안’과 ‘KANATA JV(조인트 벤처) 투자유치 추진경위’에 따르면 연기금과 새마을금고, 농협 등이 하베스트의 단기 자금지원을 위해 7월 중 17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지난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에서 연기금의 하베스트 투자가 문제됐다”면서 “연기금 등이 자원외교 국정조사 기간을 피해 내부승인 추진과 현지실사 일정 등 전체 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꼼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하베스트가 지난 3월 6일 모회사인 석유공사에 공문을 보내 ‘유가급락에 따른 영업이익의 대폭 감소로 채권은행들과 맺은 여신 약정을 위반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은행 여신한도 축소와 채권은행의 이탈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혐의 없음’ 받은 최경환 장관 의혹 벗나…'윗선 개입(?)
국민혈세 낭비 위기 직면…해외자원 개발 부실 현실로



또 “하베스트가 ‘투자환경 악화를 이유로 주요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투자금을 대체할 단기 자금 지원을 석유공사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가 낮은 신용도 때문에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이유 등으로 직접 지원을 결정했다”며 “하베스트의 자체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하베스트 마저 잘못된 인수라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이에 석유공사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하베스트에 대한 지원은 유가 급락에 따른 단기적인 유동성 측면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라며 반박했다.


석유공사 측은 “2014년 말부터 지속된 저유가로 대부분 석유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하베스트는 일정 수준 영업이익 유지 조건으로 은행여신을 사용 중이나 유가급락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해 조건 충족을 위해 공사가 한시적으로 보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 완료 예정이었던 투자유치가 유가급락 등 투자환경 악화로 지연돼 단기 자금경색이 우려됨에 따라 공사가 단기로 자금을 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언론에 공개된 기관투자자와는 투자계획이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새마을 “계획 없어”


하베스트 자금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목된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은 당초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한 하베스트에 투자한 바 없으며,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는 역시 하베스트 투자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에 현재 투자한 사실이 없으며 투자할 계획 역시없다”고 밝혔다.


‘부채’에 발목 잡힌 ‘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는 과도한 해외자원 개발 사업 추진 등의 여파로 지난 2년간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21.3%로 2012년 대비 53.8%p, 2013년 대비 41.2%p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부채는 2년 전에 비해 5386억 원 증가한 반면, 자본은 2조3651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기순손실이 2012년 9040억원에서 지난해 1조6111억원으로 78.2%나 급증하면서 부채비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는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과도하게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은 결과다. 대표적 영국 다나사와 캐나다의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광구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부채 감축이 재 때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무리한 해외자원개발과 정책적 판단 실패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석유공사의 부실(不實)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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