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펀드의 ‘역습’‥엘리엇 ‘검은 속내’[막전막후]

조경희 / 기사승인 : 2015-06-19 13: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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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까지 사전조사‥치밀하게 짜여진 ‘각본’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둔 가운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쏘시어츠 엘.피.(Elliott Associates, L.P., 이하 엘리엇)이 지난 6월 4일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해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은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도 반한다며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 △국민연금에 대해 합병반대 동참 서한 발송 △주식 현물배당 정관 개정 요구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매입 전에 이미 치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한 신용정보회사에 용역을 줘 삼성물산 주요주주 및 계열사 임원까지 조사를 해 겉으로 주주이익에 반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경영승계를 서두르는 삼성물산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 헤지펀드의 제왕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물산 주요주주 및 임원 신상정보 조사
삼성물산 지분 보유한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삼성물산의 주주이익이 크게 침해됐다며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 엘리엇이 사실은 치밀하게 작전을 짜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5월 국내 한 신용정보회사에 용역을 줘 삼성물산 주요 주주인 삼성그룹 계열사 3사의 핵심 임원 및 사외이사들의 이력과 신상정보 등을 조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I(7.4%), 삼성화재(4.8%), 삼성생명(0.15%) 등 3사다.

엘리엇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총 22명의 임원을 파악했으며 여기에는 각 회사의 사장과 감사, 재무팀 부사장급 임원을 비롯해 사외이사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엘리엇은 이들의 경력과 회사 측에서 맡고 있는 직책 및 역할, 오너와의 관계까지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같은 사실들은 이미 엘리엇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계열사 ‘거수기’ 지적


실제로 엘리엇은 이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19일 엘리엇은 “계열사 삼성SDI와 삼성화재가 합병 안건에서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회사의 지배 기준이 부적절하며 주주의 권리 남용”이라며 “위법한 합병 결정에 각 회사의 이사들이 표결하는 일은 불법 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에 대한 조사를 끝낸 이후 이들에게 반대서한에 동참하라는 공식서한을 보낸 이후 위법한 합병 결정에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인 엘리엇 <왜>


엘리엇은 지난 6월 4일 기습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 후 5일 국민연금을 비롯한 삼성그룹 3계 계열사에 공식서한을 보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조건이 불공정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이미 파악하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그룹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대주주 우호지분 보다 많아 ‘고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삼성그룹은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대주주 우호 지분보다 많은 계열사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비롯해 7개나 된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지분이 51.3%로 대주주 우호 지분(18.5%)보다 32.8%포인트나 높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 고리인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우호지분이 31.2%, 외국인 전체 지분이 31%로 0.2% 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가인 쉰들러홀딩스는 21.5%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그룹 경영권에 지속적으로 간섭을 하고 있다.

실제로 쉰들러홀딩스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4월29일 결의한 유상증자에 반대한 것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경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주주이익 가치라는 명분을 걸고 있지만 실상은 시세차익과 함께 지배구조까지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쉰들러홀딩스 처럼 실제적인 경영 간섭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합리한 지배구조 부각?


즉,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개편을 지속하면서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필두로 주주이익을 최소화한다는 ‘딴지’를 건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가는 것은 삼성그룹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 또한 삼성물산이 정하는 등 애꿎은 주주들이 피해를 보냐는 것이다.

결국 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또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을 위해 삼성그룹이 움직이는 것이고, 계열사 또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엘리엇과 싸워 이긴다고 하더라도 삼성그룹에서 일어나는 합병 등이 결국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기에 삼성물산 주식 또한 저평가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주주이익, 뒤로는 중간‧현물배당 요구 ‘눈총’
단기배당으로 기업이익 강제처분, 생존기반 약화시켜


“합병, 오너일가 지배권 승계 목적”


엘리엇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들을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엘리엇은 “합병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엘리엇은 자료에서 삼성물산의 순자산 가치 총액이 13조7000억원에 이른다며 합병 발표 전일 시가 총액의 1.68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제일모직 주가는 예상보다 131배로 코스피 지수의 11보다 과대평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엘리엇의 탐욕스러운 실체


이와 더불어 엘리엇은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에서는 중간 배당뿐 아니라 결상배당도 이사회에서 결의하도록 하는 분위기이며,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 확대가 필요하면 현금배당을 늘리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4일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는 등 ‘공격’을 시작하면서 결국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엘리엇은 우리나라에서 헤지펀드로 분류되지만, 외국에서 엘리엇은 벌처펀드의 선구자로 불린다. 벌처펀드는 약해 보이는 먹이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썩은 시체까지 파먹는 독수리(vulture)와 매우 흡수해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가 그레그 팰러스트는 2011년 저서 ‘벌처스 피크닉(Vultures Picnic)’을 통해 엘리엇의 실체를 낱낱이 공개했다. 저서에 따르면 엘리엇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밝혔다.

이와 더불어 엘리엇은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영에 간섭한 후 주가나 기업 가치를 띄운 후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엘리엇은 ‘돈’을 위해서라면 국가 부도도 개의치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엘리엇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를 노리며, 국제기구 등에서 보내는 원조마저 채무를 갚는 데 먼저 사용하라고 할 정도의 ‘뻔뻔함’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엘리엇이 지난해 아르헨티나를 ‘디폴트’ 시키면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2001년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는 이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를 최대 75%까지 탕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액면가 6억3000만 달러(약 7050억원)의 채권을 7% 정도밖에 안 되는 4800만 달러(약 540억원)에 엘리엇이 국채를 매입하면서 전액 상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엘리엇은 10년 이상의 지루한 싸움 끝에 결국 13억3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 챙겨 30배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

또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가 돈을 갚지 않자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한 군함을 압류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소송에서 진 아르헨티나는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전액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13년 만에 다시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됐다.


삼성과의 소송전, 장기화 될까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을 공격한 이후 ‘소송전’ 양상을 벌일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과의 치열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오너 일가를 공격할 공산이 크다.

계열사가 모두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움직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법정에서 만난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치열한 논리전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 측 대리인은 “삼성물산 자체의 이익보다는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작업을 원활하기 위한 목적이자 수단의 한 방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근거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 4.1%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삼성은 오너 일가가 순환출자 방식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국인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는 오너일가가 어떤 형태로든 확보해야만 이 같은 불공정한 합병을 계획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불공정한 합병을 통해 계열사를 수직계열화 하고, 삼성전자를 지배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제 막 ‘소송전’을 시작한 삼성그룹이 벌처펀드의 역습에서 어떻게 헤쳐 나갈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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