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우려’& ‘기대’ 공존

▲ 한국거래소(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코스피 및 코스닥,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이르면 6월 중으로 현행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까지 확대된다. 국내 증권시장 가격제한폭 확대는 이번이 다섯 번째로 지난 98년 이후 17년만이며 금융당국은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로 증시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한편, 가격제한폭 확대로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 시장보다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의 가격 변동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가격제한폭 확대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현행 15% → 30% 확대…다음달 15일 예상
중소형주 집중된 코스닥 시장 거래 활성화?


지난달 4·29재보선선거가 열린 29일 한국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 및 시장안정화 장치 정비 등 업무규정 개정안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격제한폭이란?


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야기됐던 주식시장 발전방안의 일환으로 증시 가격제한폭을 현행 ±15%에서 ±3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 코스피 또는 코스닥 종목의 가격제한폭, 다시 말해 상한가 및 하한가가 15%에서 30%로 확대된다는 것.


더불어 코넥스시장 주권을 제외하고 주식예탁증권(DR-Depositary Receipt)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수익증권 등의 가격제한폭도 30%로 확대된다. 가격제한폭 확대는 이르면 다음달 15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제한폭은 주식시장에서 하루 동안 개별종목의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는 한계를 정해놓은 범위를 말하며 전일 종가 기준으로 당일 가격제한폭 상한선인 +15%까지 오른 경우를 상한가, 하한선인 -15%까지 하락한 경우를 하한가라고 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엄청난 실적 호전이나 주식의 시세를 올릴만한 초특급 호재가 있더라도 해당 종목의 당일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15% 이상 상승할 수 없으며 실적 악화나 주가가 하락할 만한 악재에도 15% 이상 하락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은 이러한 가격제한폭이 없으며 가까운 일본과 대만은 각각 21%, 7%의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다.


가격제한폭 제도는 1995년 4월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 상한선은 6%였다. 이듬해인 1996년 11월 8%로 확대되었으며 1998년 3월 12%, 같은 해 12월 15%, 오는 6월부터는 17년 만에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되는 것이다.


▲ 사진제공 뉴시스
거래량·거래대금↑


가격제한폭 확대로 금융당국은 증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움직이던 증시가 가격제한폭 확대로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이 늘면서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기대는 코스피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가 집중된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어 지고 있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하루 최대 주가 변동폭은 현행 30%에서 60%가 된다. 하한가에 주식을 매수했는데 갑자기 장중 상한가를 달성하면 그날 하루 이익만 60%란 얘기다.


또한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 주가는 두 배를 넘게 되는데 현재 시장에서 상한가가 하한가보다 더 자주 발생하고 소형주일수록 상한가 도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현행 가격제한폭에서 중소형주 종목 중 상한가 또는 하한가에 도달한 종목이 1개 이상 있는 날짜가 연중 며칠인지 집계했는데 소형주 상한가 도달 일수는 1년 중 227일에 이르렀고 하한가 도달일수는 117일이었다.


중형주 역시 상한가 도달 일수가 49일로 30일을 기록한 하한가 도달일수보다 많았다. 반면, 대형주의 상한가 도달 일수와 하한가 도달 일수는 각각 4일로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 종목일수록 상한가 도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의 경우 시세를 올릴만한 호재가 발생하면 상한가 기대 심리로 인해 지금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더욱 늘어나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변동 폭 커 개인투자자들 독배 될 수 있어‥
금융당국, 시장 안정화 위해 제도개선 총력


‘정적변동성완화장치’ 도입


그러나 가격제한폭 확대가 이러한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중소형주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가게 되면 주가는 반 토막 나며,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 주가는 4분의 1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대형주에 투자하는 기관이나 연기금, 외국인에 비해 중소형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는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격제한폭 확대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독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한국거래소가 증시 안정화를 위해 개편작업에 나선 것이다.


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정적변동성완화장치를 새로 도입한다.


정적변동성완화장치는 특정 단일호가 또는 여러 호가로 인해 누적되는 장기간의 가격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직전 단일가격과 비교해 주가 변동폭이 10% 상승하면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등 냉각기간을 부여한다.


이후 단일가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변동폭이 ±10%로 재설정되는데 기존 동적 변동성완화장치가 특정 호가에 의한 단기간의 가격 급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도입된 제도는 누적적이고 장기적인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특히 장치가 발동됐을 때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발동내역을 공개할 뿐만 아니라 일별과 종목별 등 과거 발동내역도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개선되는 ‘서킷브레이커’


더불어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의 발동비율은 현행보다 낮추고 단계적으로 발동한다.


현행에서는 주가지수 10% 급락한 상태로 1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모든 주식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고 10분간 새로운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격으로 처리하는데 하루에 1번 발동된다.


변경된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세단계로 나뉘는데 주가지수가 전일대비 8%이하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되면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다. 1단계는 현행과 동일하게 30분 후 거래가 재개된다.


이어 2단계는 주가지수가 전일보다 15% 이하 하락하고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점보다 1% 이상 추가로 하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된다.


3단계는 주가지수가 전일대비 20% 이하로 하락하고 2단계 발동 시점보다 1% 이상 추가 하락한 채로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되는데 3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 당일 장은 바로 종료되고 시간외매매 등 모든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참고로 변경된 서킷브레이커 중단제도로 인해 주식파생상품 거래 역시 주식시장과 연동해 단계별로 중단된다.


파생상품 역시 확대


또한 주식파생상품의 가격제한폭도 확대된다. 현재 가격제한폭은 상품별로 ±10~30%였으나 앞으로는 ±8~60%로 확대되며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코스피200 선물·옵션에 대한 가격제한폭은 1단계 ±8%, 2단계 ±15%, 3단계 ±20%로 확대된다.


상품 가격이 1단계 가격제한폭인 전일 종가 대비 ±8%에 이르면 5분간 추가로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못하고 5분이 지난 후 다음 단계까지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변동성지수선물 가격제한폭은 ±30%, ±45%, ±60%의 세 단계로 확대되고 개별주식선물과 옵션 가격제한폭은 ±10%, ±20%, ±30%로 확대된다.


이와 같이 금융당국은 가격제한폭 확대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제도를 개선시켜 증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바쁜 증권사들 <왜>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관련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새로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각 증권사마다 화면별 설정값을 변경하거나 거래소 시스템과의 연동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1차 모의시장을 열어 주로 현물 주문 체결을 점검했으며 1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는 2차 모의시장을 열어 선물 등 파생시장까지 포함해 오류 발생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더불어 투자자가 빚을 내 투자할 경우 주가가 급변하는 종목의 대출 금액을 제한하거나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기간을 축소하는 등 신용융자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다음 달 중순이면 가격제한폭 확대가 실시됨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으며 당국과 증권사들은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제도개선과 시스템 정비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연 금융당국의 가격제한폭 확대 카드가 국내 증권시장에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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