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협력으로‥‘세월호 인양?’

▲ (좌)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열다섯 번째로 조선업계의 라이벌, ‘현대중공업 VS 삼성중공업’의 맞수 열전을 살펴봤다.


업황 장기적 침체‥조선업계 위기감 고조
LNG추진선박 특허 분쟁‥대우조선에 ‘패소’


조선업계는 현재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 속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조선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선업계 전체의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속되는 업황 ‘불황’


지난 4일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국내 조선업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욱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 김봉균 연구원은 “수주부진과 선가하락 및 수주잔고 감소 등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이 나타나면서 조선업계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위기론은 2009년과 2012년에도 있었지만 수주잔고의 질과 경쟁강도의 차이를 보면 올해가 더욱 힘든 시기”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인도기준 수주잔고는 지난 2012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주잔고의 질적인 측면은 과거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달 24일 한국수출입은행은 ‘2015년도 1분기 조선해운시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은 지난해 대비 약 24% 감소한 950만CGT, 수주액은 약 30% 감소한 230억달러(25조 1367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CGT=선박의 단순한 무게(GT)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


수주부진으로 인해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 대비 약 8% 감소한 3140만CGT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건조량은 2013년 다량 수주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1.6% 증가한 1230만CGT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런 암울한 전망과 더불어 올 1분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49.3% 감소한 231만CGT를 기록했다. 수주액은 같은 기간 52.4% 감소한 49억 8000만달러(5조 4426억원)를 기록했다.


침체 원인은 무엇?


수주실적을 살펴보면 LNG선만 유일하게 증가했으며 나머지 선종은 대부분은 감소하였고 이중에서도 해양플랜트와 벌크선 수주는 극심한 부진을 나타냈다.


유조선(Oil tanker)의 경우에는 수에즈막스급 탱커의 수주가 전년 동기대비 409%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주 감소로 전체 탱커 수주는 11.7% 감소했다.


제품운반선 역시 LR2급 PC(Product oil carrier, 석유화학제품을 운반하는 선박)의 수주가 약 300% 증가하였음에도 전체 수주는 32% 감소했으며 컨테이너선은 10,000TEU 이상 초대형 선박의 수주가 10.2% 증가하였으나 전체 컨테이너선 수주는 9.6% 하락했다.


벌크선과 해양플랜트는 1분기 중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LNG(액화천연가스)선만이 전년 동기대비 168% 증가한 수주기록을 나타냈다.


국내 조선업계의 암울한 전망과 1분기 수주량 감소는 글로벌 조선업계 침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65.3%가 하락한 562만CGT를 기록했다. 수주액 또한 같은 기간 67.6% 감소한 120억달러(13조 1148억원)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감소는 유가하락과 장기화되고 있는 해양플랜트 시장 침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조선업계가 대규모 실적부진을 겪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 초부터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대 산맥’ 실적부진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업계 양대산맥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또한 1분기 실적악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잠정실적을 공시했는데 올 1분기 매출액은 12조 2281억원, 영업손실은 1924억원, 당기순손실 12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9.6%(13조 5208억원), 영업이익 -1.9%(-1889억원), 당기순이익 -37.6%(-910억원)가 하락한 수치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날 잠정실적 공시를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 6099억원, 영업이익 263억원, 당기순이익 10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매출은 -23.9%(3조 4311억원)가 하락해 8000억원 넘게 줄었다.


앞서 언급했던 조선업계 전체의 업황불황 탓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나란히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김현 연구원은 “빠른 흑자전환과 빠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상반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 “4분기 정도는 돼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승자는 ‘대우조선해양’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LNG 추진선박 기술 특허를 둘러싼 특허분쟁에서 대우조선해양에 패소했다.


특허분쟁을 초래한 기술은 ‘LNG 연료공급시스템(HiVAR FGSS)’이다. 해당 기술은 탱크에 저장된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로 차세대 선박인 ‘천연가스 추진 선박’의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이 시스템이 없으면 천연가스를 선박동력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만 41억달러(4조 5000억원)에 달하는 LNG 운반선 20척을 수주했으며 올해도 6척의 계약을 추가했다. LNG 연료공급 기술은 2007년 대우조선해양이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2010년과 2011년 국내 및 유럽에서 등록을 완료했다.


LNG연료 추진 선박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 가까이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8년간 누적 시장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선박 원료가 천연가스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해당 기술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자 국내외에서 소송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7월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1월에는 삼성중공업도 소송전에 가세했다. 해외에선 프랑스 크라이오스타가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5월 유럽특허청에 의해 기각된 바 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7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특허무효 심판 소송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은 특허로서 가치가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했다는 기술은 1994년 미국에서 공개된 선행기술과 동일한 방식이어서 특허로써 효력이 없다”며 “2심인 특허법원에서 이를 다시 입증 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심결문을 받아본 뒤 검토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0억달러 해양플랜트 수주 경합‥승자는?
세월호 인양 업체 물망…‘긍정적’ 검토↑


총력 기울이는 경합?


또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40억달러(4조 37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의 수주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해양플랜트 발주 자체가 드문 가운데 양사는 이 초대형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실적부진을 만회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인 ‘로열 더치 쉘’이 발주한 나이지라아 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이하 봉가프로젝트) 입찰결과가 이르면 이번 달 안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열 더치 쉘이 발주한 이 봉가프로젝트 규모는 40억달러로 최근 해양플랜트 사업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앞서 지난 하반기부터 펼쳐진 입찰경쟁에서 양사는 봉가 프로젝트를 위한 수주팀을 꾸린 후 고위경영진들이 직접 쉘 본사를 수차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였으며 현재 최종입찰을 위해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부담, ‘세월호 인양’


한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오는 9월 세월호 인양을 앞두고 인양업체 물망에 나란히 올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박 자체 무게만 6825t급인 세월호 같은 대형 여객선을 인양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한 곳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0t급 해상크레인을 도입했다. 이 해상크레인은 길이 182m, 폭 70m로 ‘HYUNDAI-10000’호로 불린다. 따라서 세월호 인양에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세월호 자체 무게만 6800t급이며 선박 내 물과 이물질 등을 고려하면 1만t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8000t급 ‘삼성5호’ 역시 필수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세월호 인양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사고 선박 인양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등이 거의 없어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으며 또한 비용 문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침수되는 세월호(사진제공 뉴시스)
그러나 양사는 세월호 인양이 국민적 관심사를 끌고 있는 국가 중대 사안이니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이면서도 인양에 대한 정부의 요청이 들어온다면 긍정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조선업황이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어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양사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세월호 인양에 적극 참여한다면 국민들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찬사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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