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구입 비율 확대 꼼수‥업계 불만 ‘폭발’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한국석유공사(사장 서문규)가 알뜰주유소 의무구매 규정 강화로 업계에서 ‘갑질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이후 일반 정유사나 대리점과 비교해도 알뜰주유소의 석유 제품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초기 ‘석유제품 유통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설립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석유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가 자사 제품을 기존 50%에서 75% 이상 구매하도록 상향해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가 석유공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 보다 정유사가 공급가격이 더 저렴한 곳이 늘어나는 데 인하 보다는 ‘강매’ 체계로 가고 있다는 것.

더욱이 한국도로공사, 농협 등 기존 자체공급조직을 보유한 곳을 중심으로 알뜰주유소 이탈 움직임이 있어 이를 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해도 가격 ‘높아’‥이탈 움직임 의식?
한국도로공사, 농협 ‘알뜰주유소’ 간판 ‘내려’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알뜰주유소와 일반 정유사 제품을 쓰는 주유소 간 가격 차이가 사실상 없는 데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의무구매 규정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반발’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의무비율 75%, 상향조정 <왜>


지난 3월 대전 리베라호텔에서열린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정기총회에서 석유공사는 의무구매 규정 강화를 골자로 한 알뜰주유소 평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석유공사는 △법규준수 △계약이행 △브랜드관리의 3가지 항목에서 알뜰주유소를 평가해 기름탱크 도색 및 청소비용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현재 50%인 의무구매 비율을 75%로 끌어올리고, 미달 수준에 따라 점수를 깎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한국거래소 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제품을 구매한 물량을 의무구매로 인정했던 규정도 없애기로 했다. 대신 의무구매 비율 준수에 할당된 점수를 현행 15점에서 50점으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상당수 주유소가 50% 이상의 석유제품을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직접 구입하고 있는데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석유공사가 의무비율을 높이게 되면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사야하는 ‘강매’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현물가격은 국내 석유제품 공급 상황에 따라 1주일에 많게는 2번 까지 가격이 변동하는 데 석유공사의 경우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한 달에 한번 바뀌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적다.

유가가 상승할 때에는 알뜰주유소가 부담일 덜하지만 최근처럼 유가가 하락하는 상태에서는 알뜰주유소 업주들이 부담해야하는 가격폭이 크다는 것이다.


의무비율 상승 이유?


이에 업계에서는 석유공사가 한국도로공사, 농협 등 기존에 자체적으로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의무구매를 통해 이를 면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도로공사 수도권보부는 지난 2월 고속도로 주유소가 서울·경기지역에 있는 알뜰주유소보다 평균 휘발유는 ℓ당 35.4원, 경유는 ℓ당 36.7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각 휴게소에 있는 모든 주유소 가운데 민자도로와 LPG충전소를 제외하고 명칭을 ‘ex-OIL’로 전환해왔으나 시내의 알뜰주유소보다는 비싸다는 지적이 있어 지난해 8월부터 유가인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본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가격인하를 위해 휴게소 직영과 셀프제를 도입하고 유류 공동구매 입찰을 통해 정유회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유류를 공급받아 구매가격 인하를 판매가격 인하로 가져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 불공정행위 제소 <왜>


이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과 관련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월 한국주유소협회는 이미 한국석유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 혐의로 제소한 바 있어 이번 사태로 더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들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 정책 자체가 고유가 시대에 입안됐으며 특히 최근 유가하락 시대를 맞으면서 정책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주유소 간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알뜰주유소 사업이 즉시 철회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말했다.

주유소협회는 석유사업자의 판매량과 가격을 보고 받아 관리·감독하는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통해 직접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알뜰주유소 사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휴·폐업주유소는 693개로, 알뜰주유소 도입 전인 2010년과 비교해 60% 급증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저유가로 인해 석유시장이 크게 변한 만큼 고유가 시대에 입안된 알뜰주유소 사업은 즉시 개선돼야 한다”며 “정부와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의 민간이양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석유공사의 지속적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1월 도입됐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체 주유소의 9% 정도인 1087곳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올해 알뜰주유소 수를 13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진통이 예고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