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414억 전액 회수‥위기 확산되나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사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오룡호’ 사고 후속조치로 사조산업에게 지원한 정책자금 414억원을 전액 회수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해수부 조사결과 사조산업은 오룡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어선 31척에 자격 미달 해기사를 태웠고 선장이 타지 않은 어선도 3척이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가 지원한 정책자금 414억원은 사조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 189억원의 두 배 이상인 금액으로 사조그룹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원 마련에 나설지 주목된다.

당장 사조대림과 상호출자를 해소하는 등의 지분 매각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단기간에 400억원 이상의 자금 공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어선 31척 자격미달 해기사 승선, 조업쿼터 몰수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화인코리아


사조그룹이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른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7일 사조화인코리아는 보유 중이던 사조산업 주식 4만5287주(0.9%)를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장내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사조화인코리아는 올해 들어서만 사조산업 지분 1.86%를 장내 처분해 지분율이 기존 4.0%에서 2.14%로 내려갔다.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화인코리아→사조산업’에 이르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7일까지 사조화인코리아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조산업과 사조화인코리아 사이의 지분 관계가 사라지게 된다.

이에 앞서 사조대림과 사조산업 간 상호출자 관계가 해소되기도 했다. 사조대림이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보유 중이던 사조산업 주식 10만주(2%)를 장내에서 전량 처분하는 등 잇따른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사조산업 최대주주 주식소유 현황(4월 7일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주지홍 총괄본부장 주목

업계에서는 이를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했다. 아울러 사조오양은 사조남부햄을 합병키로 했다.

사조남부햄은 축산물 전문 가공 업체인 사조대림의 자회사로, 지난 2013년 1105억4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알짜’ 기업이다. 사조남부햄의 최대주주는 사조대림(91.08%)과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이 8.92%를 가지고 있다.

주지홍 총괄본부장은 그간 경영 전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주 회장의 차남 고 주제홍씨가 지난해 러시아 호텔에서 추락해 사망하면서, 전면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 결정, 지배구조 개편 영향?


이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15일 사조산업에게 지원한 정책자금 414억원을 전액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사조산업 영업이익의 최소 두 배가 넘는 금액이어서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는 사조그룹이 어떻게 이를 풀지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해수부 조사결과 사조산업은 ‘오룡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어선 31척에 자격 미달 해기사를 태웠고 선장이 타지 않은 어선도 3척이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격 미달 해기사 승선 등 안전법규를 위반한데 따른 조치로 조업쿼터 역시 몰수할 방침이다.

단, 해수부는 정책자금에 대해 대출 기간(1년) 만기가 도래할 때 연장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회수할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는 사조산업과 해수부 간 ‘막대한 경영자금’ 지원 논란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원양어업 경영자금 지원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말까지 해수부가 사조그룹에 경영자금 명목으로 지원한 돈은 사조산업 413억5200만원, 사조오양 158억100만원, 사조씨푸드 62억400만원, 사조대림 20억2400만원 등 모두 658억3100만원에 달했다.

이는 해수부가 올 한해 35개 원양산업 업체에 지원한 경영자금 2370억9100만원의 27.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사조그룹 주요 계열사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0억 규모


사조산업이 지난 4월 8일 제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조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0억4335만원 정도 규모다. 시장성 없는 지분 증권 등 매도 가능한 금융자산을 포함해도 4억6600만원 규모 여서 당장 ‘운신’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조그룹이 ‘지배구조’ 이슈를 보이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이 금액을 해수부가 회수하겠다고 밝힌 정책자금 ‘414억원’을 당장 마련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

지배구조 개편 등 후계 구도를 본격화하고 있는 사조그룹이 자금 마련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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