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IT 비즈니스가 향하는 곳은

[스페셜경제=김미희 기자]“IT 비즈니스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이제, 미래는 고맥락 싸움이다!”


맥킨지&컴퍼니, NTT 도코모, 리쿠르트, 구글에 이어 라쿠텐까지. 10번의 전직을 거듭한 한 남자가 ‘구글(Google)’을 떠나 선택한 기업은 가장 일본적인 IT 기업으로 불리는 ‘라쿠텐(?天)’이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최고로 일컫는 IT 업계의 거인, 전 세계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구글을 그만둔 이 남자의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구글을 그만두고 선택한 곳은 왜 라쿠텐이었을까?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한 IT 전문가의 행보를 통해 IT 비즈니스의 새로운 성공 원리를 발견하게 하고,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금-여기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주변에서 이해받기 힘든 선택

오바라 가즈히로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IT 비즈니스의 미래는 ‘고맥락(high context)’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고맥락적인 것들을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유는 하나. 본래 인터넷이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인터넷이 저맥락(low context) 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태어나 전성기를 누리면서 절반의 인터넷 문화를 누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말이 필요없는 커뮤니케이션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고맥락 문화란 과연 무엇일까. 오바라 가즈히로는 고맥락 문화란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가 자신의 저서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 언급한 오타쿠들의 문학에서 캐릭터가 탄생하고, 그 캐릭터의 이해를 통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뜻하는 ‘데이터베이스 소비’를 떠올리면 된다.

수많은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무한도전> <삼시세끼> 속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통해 매 회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고맥락 문화이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모바일 IT 서비스 ‘카카오톡’이나 ‘라인’에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이나 스탬프가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모습도 고맥락 문화가 IT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동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이모티콘과 스탬프를 구입하고 부담 없이 주고받으며 사소한 뉘앙스의 차이를 즐긴다. 그 미묘한 차이 속에서 고맥락 문화에 바탕을 둔 마음의 커뮤니케이션이 생겨난다.

이렇게 언어를 통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여백과 틈새를 즐기고 중요시하는 문화가 IT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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