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뒤 잇따른 악재 터져‥‘새옹지마(塞翁之馬)’

▲ 한미약품 본사(다음 로드뷰)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한미약품(회장 임성기)이 최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600억원의 상당의 면역질환치료제(HM71224)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가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유통협회가 한미약품의 관계사인 ‘온라인팜’의 의약품 유통시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술 수출 계약을 앞두고 주가가 이상 급등한 것을 놓고 증권가 일각에서 미공개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호재와 악재가 겹치고 있는 한미약품의 ‘새옹지마(塞翁之馬)’에 대해 짚어봤다.


유통업계, 온라인팜 의약유통 시장 철회 요구
미공개 정보로 취한 부당이득…수백억원 추산


지난 19일 한미약품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7600억원 상당으로 기술 수출료만 놓고 보면 국내 제약사 중 사상 최대의 기술 수출 계약이다.


“경계선 허물었다” 분통


이에 대해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은 “우리는 HM71224에 대한 전임상과 유럽 임상1상 시험을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면역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계약을 기쁘게 생각하며 향후 진행될 릴리와의 R&D 협력이 관련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미약품에 대한 호재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지난 24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회장 황치엽)는 서울역에서 회장단 및 자문위원단 회의를 개최하고 한미약품의 관계사인 ‘온라인팜’에 대한 유통업계 진출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표명하며 온라인팜의 의약품 유통시장 철회를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오영’, ‘백제약품’, ‘동원약품’ 등 이른바 ‘빅3’라 불리는 대형업체도 참석해 힘을 보태기로 합의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의약품유통업계와 제약업계가 서로 상생을 도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약업체인 한미약품이 온라인팜을 통해 의약품유통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제약이나 유한양행 등 상위 제약사들도 충분히 의약품유통업체를 설립해 유통업체에 진출할 수 있지만 제약회사는 연구개발, 의약품유통업계는 유통이라는 경계선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팜 홈페이지
이는 결국 한미약품이 관계사인 온라인팜을 통해 의약품유통업계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유지돼왔던 제약사와 유통사 간의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주장이다.


해마다 늘고 있는 ‘내부거래’


이와 같이 한미약품이 의약품유통협회와 갈등을 빚는 원인은 지난 2012년 4월 한미약품 약국영업부가 독립해 온라인팜을 설립하면서 의약품유통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온라인팜을 설립하면서 한미약품의 약국영업부 인력 200여명 모두가 온라인팜에 소속되면서 ‘HMP몰’이라는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온라인팜은 설립 첫 해인 지난 2012년 한미약품으로부터 540억원 가량의 물품을 구매했다. 2012년 매출이 566억원 점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으로부터 한 해 매출 대부분에 해당하는 매입거래를 한 셈이다.


2013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858억원 가량의 물품을 구매했다. 매출 역시 1955억원을 달성하면서 3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4633억원의 매입거래를 진행하면서 온라인팜은 한미약품을 등에 업고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의 내부거래 비중도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간 한미약품의 별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12년 한미약품은 매출 543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온라인팜으로부터 540억원(9.93%)의 규모의 내부거래를 진행했다.


이어 2013년에는 매출 5627억원을 달성했는데 내부거래 규모는 1858억원으로 33%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5820억원 중 79.6%(4633억원)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여 해마다 온라인팜과의 내부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내부거래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팜의 주력 유통품목은 한미약품 제품이다. 온라인팜의 지분 구조는 한미사이언스 75%, 한미IT 25%로 구성돼 있어 한미사이언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한미사이언스는 36.16%를 보유하고 있는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최대주주이다.


때문에 내부거래로 인한 온라인팜의 폭발적 성장은 사실상 한미약품이 의약품유통 시장에 진출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치엽 의약품유통협회장은 “연구개발 중심의 한미약품이 관계사를 통해 의약품유통업계를 진출하는 것은 대기업이 골목시장 상권 진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유통업체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공식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유출 의혹?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 계약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한 것을 놓고 ‘특급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불공정거래 의혹에도 휩싸였다.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와의 계약을 발표한 지난 19일 한미약품은 상한가를 달성했다. 다음날 역시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이틀 연속 상한가 마감을 했다. 시가총액은 2조 4554억원으로 유한양행을 제치고 제약업계 시총 1위로 올라섰다.


▲ 한미약품 3월 주가 추이(네이버 증권)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의 주가급등에 대해 미공개 정보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금융당국은 기관 투자자들이 기술 수출 계약 체결 공시에 앞서 한미약품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부분에 대해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를 보도한 <한국경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고위 관계자는 “한미약품 종목과 관련해 애널리스트와 기관 투자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접수돼 기초 사실을 검토한 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초 한미약품의 주가는 10만~11만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외국인들은 한미약품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각했으나 기관 투자자들이 대량 매수세를 이어가자 주가가 상승했다.


계약 체결 발표전날인 지난 18일 한미약품은 18만 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월초 대비 대략 70% 가량이 상승한 수치다. 결국 25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25만 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월초에 비해 2배 이상의 주가 급등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한미약품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기관 투자자들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어 거래소가 심리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심리결과 혐의가 있다면 거래내역을 살피고 관계자 소환 등의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무근?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와의 계약이라는 특급호재를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에 미리 흘렸다면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미공개정보 유출에 대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조사가 나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지만 금융당국 조차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는 애매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 계약이라는 호재 뒤에 의약품유통업계와의 갈등과 미공개정보 유출에 대한 불공정거래 의혹이라는 돌발악재를 겪고 있다. 이러한 한미약품의 현재의 상황은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예측할 수 없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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