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 차곡’ 배당금 챙겨‥그룹 장악?

▲ 강남구 역삼동 '세방' 본사사옥(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쳐)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로케트 밧데리’로 이름을 알린 세방그룹의 이상웅 회장이 지난해부터 구설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그의 개인회사라고 말 할 수 있는 ‘이앤에스글로벌’을 활용해 지배력을 확보하고 고배당을 통해 자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앤에스글로벌은 앞서 2006년 세방 지분을 증여 받으면서 증여세 감면 의혹도 받은 바 있다.


최근 여론에서 ‘자기 금고에 재산 쌓기 바쁜 재벌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견그룹인 세방그룹도 또한 이러한 지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세방그룹과 이상웅 회장의 자산축적 방식 논란에 대해 분석해봤다.


이의순 명예회장, 2세 경영인 이상웅 회장 승계 완료
이앤에스글로벌, 이 회장 ‘개인회사’로 불리는 까닭?


세방그룹은 항만하역사업 및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1965년 9월 13일에 창업자 이의순 명예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세방그룹은 1973년 11월 (주)울산하역사, 1979년 7월 동창기업(주)과 (주)대영을 흡수‧합병했으며, 1977년 5월 19일 발행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상장법인이다.


특히 1978년에는 세방그룹이 중견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세방전지(주)’를 인수했다. 세방전지의 ‘로케트밧데리’는 세방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발전했다. 또한 1988년에는 주택건설 사업에 진출했으며, 1999년에는 광양컨테이너터미널을 개장했다.


이 같이 탄탄한 그룹으로 성장한 세방그룹은 수출입 화물의 항만하역, 창고보관, 육상 및 해상 운송, 중량화물 운송 및 설치, 3자물류, 전지제조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계열사는 모기업인 상장사 세방전지를 비롯해 비상장사 한국해운, 오주해운, 우주해운 등 19개 회사가 있다.



창업주 이의순 명예회장, 오너일가


세방그룹 창업주는 이의순 명예회장이다. 그는 창업 전 조달청 전신인 외자청에서 해상운송과 원조물자 입하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다.


그랬던 그가 1960년 한국해운을 설립하면서 기업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명예회장은 부인 정선심씨와 장녀 여몽씨, 차녀 상희씨, 아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등 2녀1남의 가족관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세방 지분 9.93%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2세 경영인 이 회장은 세방 지분 11.28%로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뿐만이 아니라 이앤에스글로벌 80%, 세방전지 0.88%를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에 따르면 장녀 여몽씨는 세방전지 0.88%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희씨는 세방 지분 0.54%, 세방전지 0.88%, 이앤에스글로벌 10%를 소유하고 있다.


이상웅 회장, 주목받는 이유


세방그룹은 2013년 9월, 창업한 지 53년 만에 2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당시 그룹 수장을 맡게 된 이상웅 회장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또 다른 반세기가 지나면 (세방그룹이)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을 다음 세대들이 보게 될 것”이라며 “100년 이상 존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30년 가까이 부친 이의순 명예회장 밑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977년 서울 경복고를 나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세방그룹에 입사했다.


1년 뒤 미국으로 떠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군대는 해병대 중위로 전역했다. 1999년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세방전지 대표로 취임했고 이듬해에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세방 대표를 지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잠시 경영권을 떠났다가 2000년에 다시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08년 그룹의 부회장을 맡았으며, 2010년에는 단국대 겸임교수를 맡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스펙으로만 따지면 실무와 이론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이 회장은 서구식 경영 이론에 익숙하지만, 보수적인 회사경영을 해온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 세방그룹 본사, 이상웅 회장


자사 매입 지배력 강화, 고배당으로 자금 축적
증여세 감면 ‘꼼수’들킨 세방그룹 특수 관계인


완벽한 이 회장, 구설수 ‘솔솔’


이와 같이 ‘승승장구’ 하던 이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재계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세방그룹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을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고배당을 통해 자금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앤에스글로벌(이하 이앤에스)은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로 불린다. 이 회장은 이앤에스의 지분을 80% 보유하고 있고 남매인 이상희씨도 10%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앤에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주)세방의 최대주주로 지분율 20.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장의 이앤에스를 이용한 ‘힘 키우기’ 작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우선 이 회장은 산업용 전지 분야에서 실적을 내고 있던 이앤에스 법인명으로 (주)세방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1998년 이앤에스는 세방의 지분 2.19%(3만주)를 취득했고 이어 2006년에는 특수관계인(이 회장의 어머니 정선심씨)으로부터 51만 8370주를 증여받아 이앤에스는 세방의 보유 지분을 20%대로 확대했다. 당시 확보한 20.42%의 지분율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방의 지분가치에 대해 재계의 눈길이 쏠렸다. 지난 1999년 세방 지분 3%의 취득 원가는 6억원이었으며, 2004년 지분율이 19.24%까지 늘어날 때에도 취득 원가는 35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세방은 해상 운송과 항만하역, 보관 업무 분야에서 실적을 올리고 2006년에는 앞서 언급한 지분 증여가 진행되면서 취득 원가는 106억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주)세방은 매출이 오르고 기업가치가 상승했으며,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따라서 주가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2000년대 초 2000원 선에도 달하지 못했던 주가는 현재 2만원선을 바라보고 있다. 한때 최대 값 22,450원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이 초기 낮은 가격에 (주)세방 지분을 사들였던 이앤에스는 ‘대박을 터뜨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말 기준 20.42%의 장부 가격은 942억에 이르렀다. 취득 원가와 비교하면 지분 가치가 9배 이상 오른 것이다.



개인회사=현금창고?


뿐만 아니라, 이앤에스는 배당과 자산매각을 진행하면서 오너가의 현금 확보를 도맡았다. 이앤에스는 지난 2010년 초 사업회사인 ‘한국특수전지(전 세방하이테크)’와 투자회사 이앤에스글로벌로 인적 분할됐는데, 이 과정에서 세방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이 이앤에스글로벌로 흡수됐다.


이때 오너가는 사업회사 한국특수전지를 전지 제조업체 ‘대양전기공업’에 팔고 8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게다가 이앤에스는 배당으로 오너일가의 배를 채우며 이 회장의 자산증식을 도와줬다. 세방 지분 매입 초기였던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이앤에스는 50억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이앤에스를 개인회사로 운영하고 있는 이 회장이 자산을 늘리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회장의 행보를 지켜본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자산 증식 과정에서 이 회장은 지배력 강화 목적과 동시에 증여세 감면을 노린 점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의 지적은 증여 지분을 법인에 넘기는 것은 개인이 직접 증여받는 것 보다 감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개인이 증여 받을 경우에는 세율이 거의 50%에 달하지만, 법인이 지분을 증여받으면 증여세보다 더 낮은 법인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세금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 회장의 행동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세방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답변 자체를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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