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투자·증여세 논란…은밀한 환치기 의혹


▲ 파라다이스그룹 본사, 전필립 회장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으로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파라다이스 그룹’에 대해 최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또한 그룹의 수장인 전필립 회장의 영종도 사업추진과 경영승계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10년전만 해도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한국관광공사가 100% 출자한 ‘GKL’의 등장으로 시장점유율 하락과 이익 정체의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파라다이스는 그 시련을 딛고 다시 부상을 위해 발돋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라다이스의 현재 목표는 2017년에 국내 최초의 대규모 관광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인천 영종도에서 개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관련 업계와 여론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회장은 2009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불법 환거래와 관련해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파라다이스그룹과 전필립 회장의 구설에 대해 짚어봤다.


미성년 자녀들, 비상장사 지분 보유‥ 증여세 감면 ‘의혹’
전피립 회장, 카지노‧호텔에 ‘올인’‥비주력 계열사 매각


파라다이스그룹은 창업자 고 전락원 회장이 1967년 국내 최초 외국인 전용 파라다이스 카지노 인천을 개장으로 시작을 알렸다. 파라다이스 명칭은 전 선대회장의 이름인 ‘낙원’에서 비롯됐다.


이어 그룹은 1968년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전 올림포스 관광호텔 위커힐 지점)을 개장하면서 외형을 갖췄고 1972년 설립한 파라다이스 투자개발이 현재 파라다이스의 모태가 됐다.


전락원 선대회장은 워커힐 카지노를 통해 부를 쌓았으며, 서울·인천·부산과 아프리카 케냐에 카지노·호텔 등을 확장시켰고 1980년대부터 제조·건설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시켰다.


1981년에는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전 파라다이스 비치호텔), 1987년 파라다이스 카지노 제주 롯데(전 두성), 1991년 파라다이스 카지노 제주 그랜드(전 파라다이스제주개발 그랜드 카지노)를 설립했다.


이 같은 광폭 행보로 ‘카지노 대부’로 불리던 전 선대회장은 2004년 타계했다. 이후 아들 전필립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고 ㈜파라다이스글로벌을 통해 파라다이스그룹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호텔‧워커힐 등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며 연간 6000억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파라다이스가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글로벌이 최대주주로 지분 37.85%를 보유 하고 있다.


이어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전 회장이 67.3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이는 전필립 회장, 파라다이스글로벌, 파라다이스 순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자녀 승계기반에 집중 <왜>


뿐만 아니라 현재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전 회장의 장녀 우경 양(20), 장남 동혁 군(13세), 차남 동인 군(11세)이 각각 6.7%씩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87.43%를 보유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전 회장은 지분매각·합병을 비롯한 자본거래로 삼남매에게 ㈜파라다이스글로벌 지분을 밀어줬다. 전 회장은 취임한 2005년, 만 10세도되지 않은 삼남매에게 파라다이스인천 지분 20%씩을 나눠 줬다.


이후 파라다이스인천은 2011년 파라다이스글로벌에 흡수 합병돼 삼남매가 신주 6.7%씩을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어린 삼남매가 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각에서는 “전 회장이 선대회장 타계 이듬해부터 자녀들의 승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전 회장이 비상장사 지분을 통한 경영권 승계로 증여세 감면 등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비상장사’로 지분 증여 시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비상장사는 회계상으로 상장사에 비해 가치 평가를 조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의로 일회성 비용을 반영해 해당 회사의 실적을 떨어뜨려 지분 증여에 대한 증여세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어 적은 세금으로 증여가 마무리되면 회계처리를 다시 원래대로 조정함으로써 오너 일가는 적은 금액으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 역시 비상장사인 파라다이스부산 지분 80%가량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으면서 적은 금액으로 그룹을 물려받았다.
한편 <본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파라다이스그룹 측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 연결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끝내 통화하지 못했다. 그룹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회장의 사업 올인, 무리수 평가?


이러한 가운데 전 회장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파라다이스그룹은 인천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앞서 파라다이스그룹은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역 개발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를 위해 그룹은 지난 2012년 일본 파친코업체 ‘세가사미홀딩스’와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파라다이스세가사미’를 설립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파라다이스와 세가사미홀딩스가 각각 55%와 45% 지분을 출자(2천492억 원)했으며, 지난해 11월 20일 영종도 현장에서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 기공식을 가졌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출자금으로 파라다이스그룹이 운영하는 인천 카지노 사업부문을 영업 양수하는 방식으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총 1조3000억원을 들여 파라다이스시티를 조성한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지분 55%, 세가사마가 45%를 출자했다.


이어 파라다이스 그룹은 해당 사업부지에 1조 3000억원(1단계)을 투자해 영종도에 국내 최초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2단계 공사까지는 총 1조 9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호텔, 카지노, 컨벤션, K-플라자, 스파, 부띠끄 호텔 등의 순서로 건설을 실시하고 2017년 상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다. ‘1단계 기공식’은 이미 지난해 11월 진행됐다.


이와 같이 파라다이스시티의 공사가 시작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파라다이스시티가 대규모 사업이며 파라다이스그룹이 이곳에 ‘올인’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출자 받은 것 외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 자금을 위해 계열사 매각을 실시했다. 그룹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6개의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계열사 수가 15개에서 9개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파라다이스그룹은 소방용 기구 제조 및 판매와 소방시설 시공을 맡고 있던 ‘파라다이스 산업’을 송원그룹에 팔아치웠다.


당시 공시를 보면 계약일은 지난해 9월 24일, 대금지급 완료일은 두 달 후인 11월 24일이었으며, 매각금액은 약 260억원(596만주)이었다.


특히 이 거래를 통해 파라다이스 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극동정밀, 레데코, 파라다이스 인더스트리도 함께 파라다이스 품을 떠났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사파리 호텔(Paradise Safari Park Ltd)’과 ‘카지노(Paradise Inv.& Dev. Kenya Ltd)’를 현지 기업에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정확한 매각대금은 알려진 바 없다.


이 같이 사업 추진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자 파라다이스 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파라다이스 사업진행에 있어 무리한 사업이 아니다”며 “재무 제표상의 무리는 없다. 6000억 정도 운용 자금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파라다이스 그룹은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는데 자칫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반일 감정에 업계‧여론 눈길 ‘싸늘’
수년 전부터 ‘크레딧 제공’ 외상 도박판 벌여 현금 확보?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추진의 난제 무엇?


이 관계자의 우려대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올 하반기 파라다이스시티와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미단시티(Midan City)에 외국인카지노가 포함된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착공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복합리조트가 계획대로 진행 된다면 인천 영종도에는 3∼4년 이내에 외국인카지노가 포함된 2개의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들어서게 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두 개의 리조트 간에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면서 “계열사를 매각하며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에 올인 하고 있는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매각에 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파라다이스세가사미의 세가사미홀딩스는 일본 기업으로서 최근 여론에서 들끓고 있는 반일감정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베총리의 망언과 일본의 다케시마 주장으로 우리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최고치인 시점에서 일본기업과 손을 잡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싸늘한 시선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주주현황


은밀한 거래 ‘논란’


한편, 지난해 제주를 포함한 전국의 외국인전용 카지노 파라다이스 등 16곳에 ‘환치기’를 통한 3조 원대 외상도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크레딧 게임내역’에 따르면 국내에 영업장이 있는 16개 외국인전용카지노가 ‘크레딧(Credit) 제공’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수조원의 외상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크레딧 제공은 카지노를 찾은 고객의 신용을 담보로 칩(현금 대신 사용하는 게임머니)을 대신 제공하는데, 외국환 거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카지노의 영업 전략이다.


특히 카지노 업체별 크레딧 제공 내역에 따르면 워커힐호텔카지노 등 파라다이스 그룹 계열 카지노 5곳에서 총 2조 589억원으로 압도적으로 가장 금액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정희수 의원은 “크레딧은 외국환 취급 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국내 카지노에서 제공되고, 상환은 비밀리에 해외에 있는 카지노 사무실을 통해 입금 또는 출금 된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되는 이른바 ‘환치기’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이런 환치기가 16개 외국인전용카지노에서 2011년도부터 최근 3년간 고객들에게 총 3조 583억원이나 제공됐다”며 “이 중 3조 491억원이 상환됐다”고 말했다.


이 같이 크레딧 제공이 가능이유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시인 카지노 영업준칙 제54조에 명시된 ‘카지노사업자는 카지노게임 참가자에게 크레딧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카지노 업체가 크레딧으로 제공한 금액만 문체부에 제출하면 탈세, 관세 탈루 등의 목적으로 제공된 금액을 허위로 제출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 광진구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특히 파라다이스 카지노 환치기 적발은 이번 한번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부산본부세관이 같은 해 7월부터 서울, 부산 파라다이스 카지노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부산 롯데점 등 3곳에 대한 불법 외환거래 실태 조사 실시 후, 3조원이 넘는 환치기 혐의를 적발한 바 있다.


세관이 파악한 환치기 규모는 파라다이스 카지노 부산점 2조 5000억원, 파라다이스 서울점 5000억원, 그랜드코리아레저 부산점 1000억원대였다.


이어 정 의원은 카지노 업계와 관련해 크레딧 제공 뿐만 아니라 ‘정켓’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내에 외국인전용카지노가 외국 손님을 모집·알선해 주는 고객 모집 전문업체(정켓,Junket)들에게 최근 3년간 수수료로 7,398억원을 지급했지만, 정켓들은 이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지노와 정켓은 일명 ‘계약게임’이라는 것을 하는데, 이는 정켓이 카지노에 고객을 유치하면 카지노는 고객손실금의 일부를 정켓에게 수수료로 지불하는 약정게임을 의미한다. 일부 정켓들은 수수료로 고객손실금의 최대 80%까지도 지급 받고 있었다.


이에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앞으로 ‘크레딧 제공’과 ‘정켓’에 대한 법률을 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에서조차 막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음성적으로 끌어 모은 돈을 당당하게 오너 일가의 재산으로 불리는 파라다이스 그룹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앞서 언급됐던 파라다이스 그룹의 최근 행보에 대해 호텔사업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앞서 언급됐던 전필립 회장의 경영승계 논란과 사업추진 방법은 다소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증여세와 상속 문제 등에 대해 전문 회계컨설팅을 통해 작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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