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고배당…오너 일가 배불리기 의혹

▲ KPX그룹 양규모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1985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공중분해 된 국제그룹의 고(故) 양정모 회장의 동생인 KPX그룹 양규모 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매해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며 양 회장의 장남 양준영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당연시 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양 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배당 정책으로 마련한 자금을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KPX그룹의 고배당 정책과 경영권 승계의 상관관계에 대해 짚어봤다.


‘상장법인 평균 배당성향’ 상회하는 고배당 정책
일반주주들 몫 제외한 대부분 오너일가 주머니로


정미소를 운영하던 국제그룹 고(故) 양정모 회장은 아버지 양태진 창업주와 1949년 부산에 ‘국제고무’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왕자표 고무신’을 히트시킨다. 왕자표 고무신이 날개 돗힌 듯 팔려나가면서 이를 계기로 국제고무는 국제그룹으로 성장한다.


매년 배당잔치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고(故) 양정모 회장의 동생 양규모 KPX그룹 회장은 국제그룹 계열사였던 진양화학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뒤 진양화학을 이끌고 그룹에서 독립해 1974년 KPX케미칼(당시 한국포리올)을 설립한다.


이후 양 회장은 1978년 폴리우레탄 원료인 TDI 부문을 KPX케미탈에서 분리해 KPX화인케미칼을 세웠고 2003년 대산공장 부문을 따로 떼어 KPX그린케미칼 등의 계열사를 설립했다. 2005년에는 KPX바이오텍을 통해 바이오산업에 진출했으며 2006년에는 KPX케미칼과 KPX화인케미칼 투자부문 사업부를 통합해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KPX홀딩스를 설립했다.


이처럼 양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KPX케미칼의 분할과 합병을 진행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춰왔다. 이런 가운데 양 회장은 매년 고배당 정책을 시행하면서 구설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양 회장은 지난해 KPX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285억원 가량의 배당을 실시했다. KPX홀딩스, KPX케미칼, KPX그린케미칼, 진양홀딩스, 진양AMC 등 KPX그룹 5개 계열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현금 배당을 진행했다.


더불어 매년 국내 상장법인 평균 배당성향 20%대 초반을 상회하는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면서 ‘오너 일가 배불리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먼저 그룹의 지주회사인 KPX홀딩스를 살펴보자면 KPX홀딩스는 지난해 1월 28일 이사회에서 61억 2000만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7월 24일에는 24억 5000만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해 지난해 총 85억 70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KPX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KPX홀딩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8254억원, 영업이익 445억원, 당기순손실(별도재무제표 기준) 1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적자전환 했음에도 엄청난 금액의 배당을 실행한 것이다.


이어 2013년에는 매출 1조 2259억원, 영업이익 131억원 당기순이익 180억원을 기록했으며 83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배당성향은 46.4%에 달했다. 2012에는 매출 1조 3190억원, 영업이익 576억원, 당기순이익 145억원을 기록했는데 104억원의 배당을 진행하면서 71.5%의 고배당성향을 보였다.


KPX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있는 KPX케미칼은 KPX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월과 7월 이사회에서 배당을 결정하며 각각 48억 4000만원, 24억 20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29.6%였다. 지난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245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은 당기순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는데 72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 30.2%을 보였다. 2012년에는 당기순이익 369억원 중 145억원을 배당해 39.3%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KPX그린케미칼 역시 지난해 1월과 7월 각각 20억원, 10억원을 배당했다.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했으며 배당성향은 29.1%였다. 2013년 당기순이익 107억원에 30억의 배당을 진행했으며 2012년에는 당기순이익 117억원, 3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진양홀딩스도 지난해 두 차례 배당을 진행했는데 총 76억 6000만원을 배당했으며 배당성향은 78.4%에 달했다. 2013년에는 73억을 배당해 배당성향 53.3%를 보였고 2012년 60억원을 배당하면서 69.7%의 배당성향을 자랑했다.


진양홀딩스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진양AMC도 지난해 총 20억원을 배당했다. 2013년에는 배당성향이 147%에 달하는 초고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는 당기순이익 13억 5900만원에 20억원을 배당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2년 2월에도 20억원을 배당했다.


▲ KPX그룹 배당현황(스페셜경제)
정리하자면 KPX그룹은 지난해 배당한 금액만 280억원을 웃돈다. 2013년에는 278억원 가량을 배당했고 2012년은 총 359억원을 배당했다.


이처럼 양 회장은 매년 수백억 원의 금액을 배당하며 상장법인 평균을 웃도는 고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주사인 KPX홀딩스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배당을 진행한 계열사들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답했다.


배당금, ‘In my pocket’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고배당 정책을 실시한다기보다는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을 진행한 계열사들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배당한 금액 중 상당부분이 양 회장 일가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회사들의 주주구성을 보면 KPX홀딩스는 양 회장이 21.72%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고 양 회장의 장남인 양준영 부회장이 7.37%, 차남 KPX그린케미칼 양준화 사장 6.61% 등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 지분이 50.79%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KPX그린케미칼은 KPX홀딩스가 28.68%, 건덕상사 15.19%, 관악상사 12.75%, 양준화 사장이 4.38% 등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65.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KPX케미칼은 KPX홀딩스가 43.85%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53.0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진양홀딩스 역시 KPX홀딩스가 41.19%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삼락상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62.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진양AMC는 진양홀딩스가 100%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배당을 진행한 5개 회사의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및 관계사 몫을 따져보면 172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총 285억원의 배당금 중 대략 60%의 비중이 양 회장 일가와 관계사들에게 배당된 것이다.


특수관계인은 대부분 양 회장 일가와 친인척들이고 관계사들은 양 회장 삼부자가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는 삼락상사, 건덕상사, 관악상사, 티지인베스트먼트이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중 일반주주들의 몫을 뺀 나머지 172억원 대부분이 양 회장의 일가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고배당 정책,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 매입?
‘장남’은 그룹 승계, ‘차남’은 계열분리 통해 독립


경영권 승계 및 계열분리 작업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 회장 일가가 매년 반복되는 고배당으로 현금을 마련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KPX그룹은 최근 경영권 승계 및 계열분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KPX홀딩스 양준영 부회장은 2013년 기준으로 그룹의 지주사인 KPX홀딩스 지분 6.86%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양 부회장의 지분은 7.32%로 확대됐다. 양 회장이 시간외 매매로 KPX홀딩스 지분을 매각한 것을 양 부회장이 일부 매입한 것이다. 또한 양 회장의 매각 지분을 양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락상사도 함께 사들였다.


KPX홀딩스는 KPX케미칼, KPX그린케미칼, KPX생명과학, KPX개발, 진양홀딩스 등을 지배하고 있는 그룹의 핵심지주사이다. 양 부회장은 지난 2009년 부사장 취임 당시 KPX홀딩스의 보유 지분은 1.06%에 그쳤다. 하지만 매년 꾸준하게 지분을 매입하면서 양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선 것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양 부회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양 부회장은 KPX홀딩스 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KPX홀딩스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재원 마련으로 양 회장이 매년 고배당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KPX홀딩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 부회장의 KPX홀딩스 지분 매입은 경영권 일환으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그러나 경영권 승계의 재원 마련으로 고배당 정책을 펼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양 부회장의 KPX홀딩스 지분 확대를 경영권 승계가 맞다고 인정하면서 고배당 정책은 재원 마련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와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한편, 차남 KPX그린케미칼 양준화 사장은 2013년 KPX홀딩스 지분 7.25%를 보유하며 양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있었다. 하지만 양 사장은 양 부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지난달 4일 기준으로 보유 지분이 6.61%로 낮아지며 3대주주로 강등됐다.


이에 반해, 양 사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KPX그린케미칼 지분을 연이어 매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 사장은 지난해 KPX그린케미칼 지분을 매입해 보유 지분을 3.63%에서 4.38%로 늘렸으며 양 사장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는 관악상사(12.08%)와 건덕상사(14.76%)도 KPX그린케미칼 지분을 각각 12.75%, 15.19%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KPX홀딩스의 KPX그린케미칼 보유 지분이 30.53%에서 28.68%로 줄어들어 양 사장이 KPX그린케미칼을 계열 분리해 따로 독립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놓고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KPX홀딩스는 KPX그린케미칼의 보유 지분을 줄이고 있고 양 사장은 자신과 자신의 회사를 통해 KPX그린케미칼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그룹의 경영권은 형인 양 부회장에게 양보하고 양 사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국제그룹에서 독립한 것처럼 KPX그린케미칼을 계열 분리해 독립할 것으로 전망 된다”고 예측했다.


KPX홀딩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매년 도마에 올라?


이처럼 KPX그룹은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으로 매년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배당사항은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라면서 “그러나 고배당을 실시하는 일부 계열사는 해가 바뀔수록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좀 줄이더라도 회사의 복지혜택을 늘리거나 연구개발에 투자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고배당으로 인해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는 결국 ‘오너 일가 배불리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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