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難兄難弟) 지주회사 전환…지분 상속 승부수 띄울까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올해 대기업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회장 이건희) 사업구조 재편을 손꼽는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빅딜만 14건에 달하며 계열사 지분 거래까지 포함하면 30여 건에 달하는 쪼개고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계열사 흡수합병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라는 것이 삼성그룹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인해 경영권 승계 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재편 작업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 전망해 봤다.


제일모직 상장,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탄력
이 부회장, 삼성전자 지배력 높이기 위한 전환


삼성그룹의 올해 최대 화두는 단연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 근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다음날 새벽 심혈관을 넓혀 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았다.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재편


이로 인해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앞서 지난해부터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해왔던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악화로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구조 재편에 대해 삼성그룹은 대내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계와 증권가 등 일각에서는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지배구조 재편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이 악화된 총수의 부재를 계속 방치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탄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현재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해 이 회장을 제외하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낮고 그룹 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간의 순환 출자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이러한 분석은 앞서 지난 5월 증권가에서 제기된 이후 여론의 공감을 얻은 바 있으며 지난 18일 제일모직이 상장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은 당연시 되고 있는 분위기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23.2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7.75%, 이 회장이 3.45%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 지분이 42.19%에 달한다. 반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3.38%, 홍라희 리움 관장이 0.74%, 이 부회장이 0.57%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 보유지분은 4.69%에 불과하다.


이처럼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취약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한 뒤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을 합병시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비율을 2대 8로 보고 있고 제일모직과 지주회사의 합병비율을 1대 3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가 추산대로라면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이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7~8%대로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지난달 2조원대의 자사주 매입을 전격 발표하며 지주회사 전환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보통주 165만주, 우선주 25만주의 지분취득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자사주 비중은 11.1%에서 12.2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사주를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편입시키면 자사주는 의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앞서 <본지>는 ‘황태자 이재용 시대의 삼성그룹 재편 시나리오 1부’ 제하에서 삼성전자 인적분할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삼성SDS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한 뒤 삼성전자와 합병하고 이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후 제일모직 또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제일모직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합병하는 등의 다양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쉽지 않은 전환 작업 <왜>


하지만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금산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따지게 되면 지주회사 전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산법과 공정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으며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게 돼있다.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매각해야 한다.


이어 제일모직이 금융지주가 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를 내다팔아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제일모직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보유하면서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새누리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내년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제일모직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중간금융지주회사인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내년에 이 개정안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지난 5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처분해야 한다.


아울러 내년에는 지난 4월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삼성생명이 취득원가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서 보유했던 계열사 지분이 시가로 적용돼 15조원에 가까운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를 처분을 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이 제한된다.


지주회사 회의적‥지분 상속받아 경영권 승계?
내년, 중공업 합병 재추진 이어 건설부문 재편


결국, 지분 상속으로?


이 때문에 내년에 당장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최근에는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형태로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삼성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이 부회장이 의무보호예수 기간(6개월) 경과 후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삼성SDS 지분 매각을 시사했다.


의무보호예수는 기업이 한국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할 때 최대 주주가 보유주식을 일정 기간 동안 매각할 수 없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은 6개월이 지난 내년 5월 이후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


내년에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는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세금을 내는 실탄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고 적법하게 지분을 상속받는다면 이 회장이 지금껏 그룹을 지배해 왔던 현행 지배구조 체재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속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산법, 보험업법, 공정법 등의 개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지배구조 체재는 정치권 차원의 특혜가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지배구조는 현행법 상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결국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정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삼성의 금융계열사(삼성생명)와 비금융계열사(삼성전자) 간에 연결된 고리는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 “지주회사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단계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절차를 밟아나가며 최종적으로 이 부회장 남매가 계열 분리를 통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인해 지금 당장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쉽지 않지만 이 부회장 남매의 계열분리를 위해서라도 결국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지속될 그룹 재편


한편, 내년에는 지난달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통합 작업이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져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합병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초 예상했던 한도를 초과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자 합병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내년에 다시 이들의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건설부문 재편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건설 부문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열사 별로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을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나누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제일모직 건설부문을 흡수 합병해 외형적으로 초대형 건설사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외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정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유일하게 남은 화학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사업 재편도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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