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불구 배당금 불변 뒷말 ‘무성’

▲ 삼천리 여의도 본사, 이만득 삼천리 회장 (사진=네이버거리뷰,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 중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여기 “피를 나눈 형제 보다 낫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삼천리그룹’이다. 삼천리그룹은 두 가문이 만나 하나의 그룹을 이룬 독특한 경영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만득 회장이 이끄는 삼천리 계열과 유상덕 회장이 이끄는 삼탄 계열로 나눠져 있다.


이처럼 끈끈한 동업체제로 그룹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천리그룹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삼천리그룹은 상호출자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상호출자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삼천리그룹에 대해 짚어봤다.


유만득‧이상덕 회장, 2대째 끈끈한 동업 지속
창업주 타계 이후에도 지분은 동일하게 유지


삼천리그룹은 고(故) 유성연 명예회장과 이장균 명예회장이 함께 설립한 ‘삼천리연탄기업사’가 시작이다. 가정용 연탄사업으로 출발점을 찍었으며 도시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사업으로 발전한 에너지 전문 기업이다.


1955년 설립된 삼천리연탄을 모태로 1966년 삼천리연탄으로 법인전환 하였고 1973년에는 삼천리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1976년에는 증권거래소에 이름을 올려 상장회사로 거듭났다.


1984년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한 뒤 인천 및 수도권 일대 도시가스 공급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한 같은 해 사명을 삼천리산업에서 삼천리로 변경했다.


삼천리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자원개발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자산운용업 등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07년 12월 함평태양광발전소를 인수했으며, 2010년 7월 광명열병합발전소를 준공, 같은 해 9월 대양바이오테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천리그룹은 끊임없는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도시가스, 기계, 건설, 레포츠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그룹의 자태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는 상장회사 삼천리를 비롯해 총 13개의 국내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법인 12개사도 거느리고 있는 상황이다.


독특한 경영‥동업체제 <왜>


이와 더불어 삼천리그룹은 대한민국 대표 동업체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천리그룹의 창업주인 유 명예회장과 이 명예회장 뿐만 아니라 후대에게까지 동업관계가 지속되면서 60년 가까이 끈끈한 동업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1997년 이 명예회장이 타계했고 2년 뒤인 1999년 유 명예회장 마저 세상을 떠나며 이들이 지켜오던 ‘동업각서’를 2세들 역시 이어갈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전해진다.


동업각서에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투자 비율이 다르더라도 수익은 절반씩 나눈다’ 등 동업 관계 속에서 꼭 지켜야 할 5개 조항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창업자들은 동업관계를 유지할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고(故) 이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만득 삼천리 회장과 고(故) 유 명예회장의 장남인 유상덕 삼탄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들도 선대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끈끈한 동업체제를 이어 가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단 한차례의 경영권 분쟁 없이 동업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각자 계열사 나눠, 지분 ‘동일하게’


현재 삼천리그룹은 이만득 회장이 이끄는 삼천리 계열과 유상덕 회장이 이끄는 삼탄 계열로 각각 나눠져 있다.


삼천리 계열은 상장기업인 삼천리를 중심으로 삼천리이엔지, 삼천리이에스 등 계열사들 간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이 회장 일가 및 유 회장 일가가 삼천리 주식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삼천리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이만득 회장이 삼천리 지분 8.34%를 보유하고 있고 이 회장의 조카 이은백 전무가 7.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삼탄 유상덕 회장이 12.3%, 고(故) 유 명예회장의 차녀 유혜숙 씨가 3.88%를 보유하고 있어 이 회장 일가와 유 회장 일가는 16.18%의 동일한 지분을 보유중이다.


아울러 삼탄 계열도 삼탄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유 회장외 개인주주가 66.98%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회장 외 개인주주로 구성돼 있는 삼탄의 최대주주 지분 역시 삼천리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 일가와 유 회장 일가가 동일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삼탄은 비상장 회사기 때문에 자세한 지분구조는 파악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지난 2000년도 삼탄의 사업보고서 주식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유 회장 일가는 물론 삼천리 이 회장 일가의 주식 소유 현황을 살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을 토대로 짐작해 보면 현재 삼탄의 최대주주 지분 66.98% 역시 삼천리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 일가와 유 회장 일가가 동일하게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삼천리 이 씨 일가와 삼탄 유 씨 일가는 창업주 세대부터 끈끈한 동업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고 또한 삼천리 계열의 지주회사인 삼천리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탄 계열의 지주사 겪인 삼탄 역시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영 적신호…‘상호출자해소문제’ 해결책?
대기업 진입 앞두고‥‘곳간 채우기’ 의혹


‘상호출자문제’, 급한 불씨 <왜>


한편, 삼천리그룹은 지난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내년 3월까지 상호출자 관계에 있는 계열사들의 지배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상호출자란 회사 간에 주식을 서로 투자하고 상대 회사의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상호출자는 기업끼리 서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계열사 간에 실질적인 출자 없이 가공적으로 자본금을 늘려 계열사 수를 확대하게 되고 특정기업의 경영이 부실해질 경우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3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올해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총 5개이며, 그 중 자산증가로 지정요건을 충족한 회사는 삼천리그룹을 포함한 서울메트로,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개였다.


삼천리그룹은 올 4월 기준 자산총액이 5조4380억원(자본 3조3820억원, 부채 2조560억원)으로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을 돌파하며 새롭게 지정된 것이다.


공정위는 신규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그룹에 대해서는 상호출자 관계 해소를 위한 유예 기간으로 1년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새로 지정된 그룹이 유예기간 안에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 고발 등의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삼천리그룹은 당장 내년 3월 말까지 상호출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천리그룹 내 계열사 중 상호출자 관계에 있는 회사는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이다.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은 모두 비상장이지만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기업들이다.


삼탄은 지난해 자본 1조7321억원, 부채 506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9.2% 밖에 되지 않는 우량기업에 속했다. 이어 삼탄인터내셔널도 자본 2465억원, 부채 887억원으로 부채비율(35.9%)이 40%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탄은 삼탄인터내셔널의 지분 17.65%(42만2280주), 삼탄인터내셔널은 삼탄의 지분 21.93%(57만4124주)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탄 또는 삼탄인터내셔널 중 어느 한 곳이 보유한 상대방의 지분을 매각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삼탄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상호출자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검토 중에 있으며 지금 현재 내부적으로 어떠한 확정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호출자를 해결하려면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 중 한 곳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평가액이 낮은 삼탄이 보유한 삼탄인터내셔널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이 지분은 외부에 매각하기 보다는 이 회장과 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매입할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삼탄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삼탄 지분 21.93%의 기말평가액은 3257억원이다. 반면 삼탄이 보유하고 있는 삼탄인터내셔널의 지분 17.65%의 기말평가액은 8억 7000만원 이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입한다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게 평가되고 있는 삼탄이 보유한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을 매입해야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삼탄인터내셔널이 삼탄 계열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하락 불구, 배당금 불변의 법칙? ‘논란’


이와 같이 삼천리그룹은 상호출자제한으로 지정되면서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의 상호출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적과 무관한 배당금 지급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탄의 최근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2011년 매출은 2조6084억원이며 영업이익은 9986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520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2년에는 매출 2조 7917억원, 영업이익 8695억원, 당기순이익 486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2조 4231억원, 영업이익 5486억원, 당기순이익 3087억원 등을 달성했다.


▲ 삼탄 최근 3년간 실적 (삼탄 연결 감사보고서 기준, 스페셜경제)


이처럼 삼탄은 매년 실적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같은 기간 배당금은 동일하게 392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실적 감소와는 무관하게 고액의 배당금 지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유 회장 외 개인주주가 챙긴 배당금은 매년 263억원씩, 3년간 총 789억원 가량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는 고액의 배당금을 해마다 챙겨가고 있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오너 일가 배불리기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당금 지적에 대해 삼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수년간 배당을 지속해온 것은 맞지만 고액 배당지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할 말은 없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삼천리그룹은 창업주 세대 이후에도 여전히 끈끈한 동업체재를 이뤄가고 있다.


그러나 일단 유 회장과 이 회장은 올해 상호출자제한 숙제를 서로 머리를 맞대어 내년 3월까지 풀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실적 하락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배당금을 챙겨가는 오너 일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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