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을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文 정권 명운 가를 총선!

▲ 2016년 12월 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여의도 촛불’ 문화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각 정당마다 4·15 총선 간판으로 뛸 대표선수 차출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한쪽에서는 벌써부터 ‘선거가 끝나고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있을 것’이라며 총선 이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선 승리를 전제로 총선 이후를 벼르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선거 이후 검찰의 대대적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총선 승리를 전제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예고했다.

4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넓게는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간 진영대결, 좁게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중 누가 승리할지에 이목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 당 지도부는 벌써부터 총선 이후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다소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이해찬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의 언급을 바탕으로 총선 이후의 상황을 미리 전망해봤다.

 

李 “선거 이후 檢 대대적인 수사”
‘대통령 탄핵’ 추진 예고한 심재철

 

각 정당마다 4·15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을 옥석 가리듯 고르고 골라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표선수를 국민 앞에 선보이는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총선 대표선수를 선별하는 공천시즌만 되면 반발이나 불복 등의 잡음을 넘어 ‘학살’이란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정치권은 몸살을 앓기 마련인데, 특히 18대 총선 때는 당권을 잡은 집권당 친이계가 당내 친박계를 공천에서 무참히 탈락시킨 ‘친박 학살’, 19대 때는 반대로 친박계가 친이계에 보복하는 ‘친이 학살’, 20대 총선 때는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하는 등 막장공천이 연출됐다.

21대 총선 공천은 학살이나 막장공천 등 과거와 달리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물론 잡음이 없는 건 아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서울 강서구갑 지역을 두고 ‘조국 사태’를 비판한 금태섭 의원과 ‘조국 수호’를 주창한 김남국 변호사의 내전 그리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부산 중구·영도구 전략공천을 둘러싼 김무성 의원과 이언주 의원 간 충돌 및 새로운보수당 출신들에 대한 공천 차별 등의 잡음이 나오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공천시즌만 되면 어느 당이든 공천에 대한 불만이나 불복 등의 잡음이 나오기 마련이고, 또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대승적 차원이라는 명목 하에 현직 의원들의 불출마가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할만한 학살 수준의 공천 후폭풍이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이해찬의 우려…숨 고르는 윤석열 검찰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총선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우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 이후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쳤다. 지난 17일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에 따른 시스템공천을 강조한 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총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철저히 선거법을 준수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들리는 바로는 선거가 끝나고 나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대상이 되지 않도록 모든 후보들이 선거법을 철저하게 준수해서 가장 모범적인 선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우려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근 발언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 10일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이번 선거는 선거연령 하향,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 변화된 선거제도 하에서 치러지며 개정 형소법 시행 등 형사사법 절차의 변화도 예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의 선거에 비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범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선거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데 만전을 기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부작용으로 비례대표의석을 노린 정당들의 난립 ▶이로 인한 유권자들의 혼란 가중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각 정당들의 조직 동원 ▶후보들 간 단일화 대가 금품수수 ▶정당 공천 관련 금품 수수 등이 우려되는 만큼, 검찰이 이에 대해 엄정하게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검찰은 금품수수와 여론조작, 공무원과 단체 등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꼽았고,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알려진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경찰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한 표적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서도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석열 총장은 지난달 말 대검찰청 참모진에게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수사를 1월 중으로 끊고,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지만, 총선 이후에는 윤석열 검찰의 칼날이 다시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눌 가능성이 점쳐진다. 



“총선 이후 국정조사 및 특검…몸통 확인되면 탄핵 추진”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 전망과 맞물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총선 승리를 전제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예고했다.

추미애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동아일보>가 지난 7일 전격 공개한 이튿날,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공소장에)청와대 8개 조직이 불법 선거공작에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다”며 “우리는 4월 총선 직후 구성될 21대 국회에서 울산시장 공작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해 선거공작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문 대통령이 몸통으로 확인되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곧바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헌법 위반, 불법 선거개입 혐의가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다른 정당들도 한국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저희들이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도 ‘대통령은 아니다. 개입 안됐다’라고 절대 그 얘기를 못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에둘러서 얘기만 하고 있을 따름이지 적극적으로 반박을 못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공소장에 드러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靑 출신들 반발…자칫 ‘역풍’ 우려
靑 선거개입 사실이면 ‘탄핵 사유’


탄핵의 조건→과반 이상 압승 혹은 원내1당 탈환

심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미래통합당이 총선 이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 나아가 문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려면 과반 이상의 압승을 하거나 최소한 원내1당이 돼야 한다.

국정조사 및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 재적의원(300명)의 과반(150석)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통합당이 과반 이상의 압승을 거두면 다른 야당 도움 없이 단독으로 국정조사 및 특검법안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과반 이상의 압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원내1당이 되면 국회의장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집권당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킨 방식으로 다른 야당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특검 추진을 시도해볼 수 있다.

만약 국정조사 및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특검 수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몸통으로 드러날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세 번째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과반 이상의 압승이나 원내1당 지위를 탈환하지 못하면 국정조사 및 특검, 탄핵안 발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 윤석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이나 그 밑 선에서 꼬리가 잘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민정과 윤건영 “국민이 명령하지 않은 탄핵은 월권”

심재철 원내대표의 총선 이후 탄핵 추진 발언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 광진을 지역에 전략공천 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서울 구로구을에 출마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명령하지 않은 탄핵은 월권”이라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인위적으로 왜곡해가면서까지 다수당이 되겠다는 이유는 탄핵 추진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고 전 대변인은 “16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탄핵을 도모했던 그들의 후예는 다시 그 역사를 반복하려 한다”며 “3년 전 탄핵 당한 국정농단 세력에 경고하는데,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한 반민주적 탄핵 기도가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 되짚어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은 정권 심판을 내세우지만 본질은 총선 후 탄핵 추진”이라며 “이는 국정중단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다.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윤건영 전 실장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두 번에 걸쳐 탄핵 운운한 것은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며 “정치에도 금도가 있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데 두 번이나 넘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이 엄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윤건영(왼쪽부터) 전 청와대 상황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친문 지지층 결집 및 반복되는 국정공백 불안 ‘역풍’

제1야당 지도부의 총선 이후 탄핵 추진 발언은 고민정 전 대변인의 지적처럼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총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공포감 조성으로 진보좌파 진영이 총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선거 승패를 좌우할 무당층에게는 반복되는 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 불안 등의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사수론’ 또는 ‘문재인 동정론’이 일어 4·15 총선은 현 집권당의 승리로 귀결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한 달여 뒤인 4월 15일에 치러진 17대 총선은 탄핵 역풍이 불면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이상(152석)의 압승을 거뒀다.

국민이 한 목소리로 ‘탄핵’ 명령할지도 모를 일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보여 지는 검찰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지만 과거 전례에 비춰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 사유는 충분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도 했다.

당시 야당은 해당 발언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곧장 탄핵을 추진했다.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1항을 보면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 단체 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2004년 5월 14일 결정, 2004헌나1)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선거중립 의무를 부과할 수 없으나, 대통령은 선거중립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공소장 첫머리에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시하며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집권당 지지를 피력한 것만으로 탄핵안이 가결됐는데, 하물며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움직이고, 경찰이 동원돼 야당 지자체장을 표적수사 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회 가결을 넘어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받아 마땅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총선 이후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통해 또는 야당의 국정조사 및 특검 수사를 통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몸통이 현직 대통령으로 확인된다면, ‘국민이 명령하지 않은 탄핵은 월권’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대통령 문재인 탄핵’을 명령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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