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몸집 키우는 반도체 기업들‥삼성전자는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1 2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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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디비아·AMD 이어 SK하이닉스도 대규모 M&A
미래 기술 확보·규모의 경제 실현 위한 인수 활발
차세대 반도체 공들이는 삼성전자
NXP·인피니언·ST마이크로 인수설
▲ 이미지=게티 이미지 뱅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큰손화웨이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엔디비아와 AMD 등 유수의 반도체기업들이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면서 시장은 대격변기를 맞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과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기조가 생활 전반에 퍼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인텔과 엔비디아와 경쟁관계인 AMD는 올 2분기 매출은 19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세계 최대 GPU업체인 엔비디아도 매출액 38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호실적으로 거둔 이익을 다시 M&A에 투자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보호 무역주의에 기반해 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산업환경이 가파르게 변하자 규모의 경제를 타개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속도전이 중요한 IT 신기술 개발에 드는 시간·비용을 줄이면서 시장에서의 위상은 다질 수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400억달러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ARM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CPU, 서버용 반도체, AI 반도체 등의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파는데,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 등 1000여곳에 이르는 세계 반도체 기업에게 저작권료를 받고 설계도를 판다. 이번 M&A로 엔비디아는 1인자 자리를 굳힌 GPUCPU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고배를 마셨던 모바일 분야에서도 다시금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AMD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 업계 1위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300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FPGA 가능성이 있다. FPGA는 하드웨어적으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이기 때문에 설치 후에도 재설계가 가능하다. 특정 연산을 위해 설계에 수년이 걸리는 ASIC(주문형 반도체)보다 활용도가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서버와 인공지능(AI)·5세대 통신(5G)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AMD가 자일링스 인수에 성공한다면 서버와 통신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한국 반도체도 몸집 불리기에 합류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메모리 사업을 전담하는 NSG 사업 부문에서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 인텔의 낸드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공장 등이 포함되며 9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이자 올해 전세계 반도체 M&A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 사업 인수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히게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3.6%에 달한다. M&ASK하이닉스가 인텔의 점유율(11.5%)은 흡수함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60%에 근접하게 됐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양쯔메모리(YMTC) 등 신규 업체가 낸드 시장에 진입한 상태에서 기존 업체 간의 통합으로, 산업의 공급과잉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의 체급 올리기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전자도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만 인수 이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미래 반도체 기술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과 온양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차세대 반도체패키징 기술인 FO-PLP(Fan Out Panel Level Package)를 직접 챙겼다.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 반도체 솔루션 전문업체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마이크로) 등을 인수해 시스템 반도체 기술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기준 110조원이 넘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자금력도 충분하다.

 

다만 한국 반도체의 진화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메모리는 잘하지만 시스템엔 약한 체질이 드러난 까닭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전제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IT 기기의 두뇌역할을 하는 만큼, 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차까지 응용처가 다양해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된다. 그런 만큼,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 또한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반면 시장 상황과 가격 등락에 영향을 받는 메모리 반도체에 위주라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의 체질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이은 2위에 있지만 양사 간 격차는 3배 가까이 난다. 종합 반도체 기업을 지향하는 SK하이닉스는 20위권 밖이다.

 

M&A를 통한 기술 확보와 별도로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시스템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나 연구진의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IT 제품과 시스템을 창출한 나라가 시스템 반도체가 강하다. 미국이 그렇다제조 기술이 뛰어난 한국은 메모리에 강한데 이를 살릴 수 있는 분야가 파운드리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에서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 분야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고급 인력을 육성·발굴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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