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오히려 영업이익을 늘리며 내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저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 특수 외에도 선제적 대응과 과감한 투자가 주효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해 온 기술 초격차가 위기에도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81463억원, 매출액 529661억원을 거뒀다. 사업부문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매출 25500억원, 영업이익 57400억원을 기록했다. 휴대폰을 담당하는 IT(정보통신모바일(IM)부문은 매출 207500억원, 영업이익 19500억원을 냈다. 가전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부문은 매출 1017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실적은 지난 7일 잠정 실적(영업이익 81000억원, 매출액 52조원)과 증권업계 전망치(511401억원, 영업이익 64703억원)를 모두 웃도는 실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3.5%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15.4%나 됐다. 20184분기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긴 셈이다.

 

코로나 특수에 안주하지 않고 선제적 대응

 

이번 실적에는 비대면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해외 시장의 빠른 수요 회복, 1회성 수익의 반영이 복합적으로 작용됐다.

 

DS 부문 중 반도체 사업은 2분기 매출 182300억원, 영업이익 543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3%, 영업이익은 5.43% 증가했다. 1분기와 견줘도 매출은 3.34%, 영업이익은 36.09% 늘어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84분기(77700억원) 이후 최고치였고, 영업이익률(29.78%)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21.13%)보다 올라가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증가로 메모리 사업에서 데이터센터와 PC 중심의 탄탄한 수요가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D램은 판매량 증가는 물론, 가격도 회복됐다. 삼성전자 측은 “2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의 출하량 증가율)는 한자릿수 초반 성장했고 ASP(평균판매가격)10%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만 낸드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일부 응용처에 대한 일시적 가용량 부족으로 시장 성장을 밑돌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와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은 글로벌 제조사 생산 차질과 스마트폰 소비 심리 둔화로 시스템온칩(SoC) 등 모바일 부품 수요가 하락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사들의 재고 확보로 인해 분기와 반기 모두 매출 최고점을 찍었다.

 

DS 가운데 디스플레이 패널(DP)1회성 수익 덕분에 흑자 전환됐다.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해 적자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하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1조원대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2분기 삼성전자가 견조한 실적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 특수만이 작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전략을 들여다보면 선제적 대응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IM 부문과 CE 부문의 경우, 코로나 19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유통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부진이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글로벌 공급망관리(SCM)를 활용한 효율적 대응, 비용절감으로 코로나 위기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 측은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율하고 현지 물류로 재빨리 전환하면서 공급과 재고 관리를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IM 부문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확대하고 오프라인 판촉을 비롯한 마케팅비를 줄이는 비용 효율화를 추진했다. CE 부문 역시 TV와 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마케팅 확대, 홈페이지에 상품 정보 추가, 소비자를 위한 셀프 가이드, 비대면 배송시스템 도입 등에 힘입어 TV와 생활가전 모두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IM 부문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586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약 4000억원이 늘어났다.

 

과감한 투자-능동적 대응으로 미래 시장선점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시장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수익성 개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구글, 아마존 등 IT 고객사들의 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서버용 D램 주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출시에 따른 모바일과 그래픽 수요가 회복되는 것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D1z 나노와 EUV(극자외선) 도입 본격화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 차세대 DDDR52021년 하반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낸드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6세대 V낸드 등 첨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한다.

 

시스템LSI5G 가입자 확대와 카메라 고사양화에 따른 5G SoC, 고화소 이미지 센서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제품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파운드리에서는 HPC(고성능컴퓨팅) 등 응용처 다변화와 선단 공정 투자를 이어간다. 이를 위해 5나노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하반기에는 고객을 확대해 5나노 대량 양산에 나서는 한편, 4나노 공정 개발의 속도 올린다.

 

전세계 SCM 체계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230개국에 R&D센터, 생산거점 등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측은 코로나19 장기화, 국가 간 갈등 등으로 경영여건은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생산과 공급 안정성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 특유의 기술 초격차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AI·5G·전장 사업 등 신기술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될 사회·경제 환경에서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혁신적 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과감한 투자도 단행하며 기술 초격차의 의지를 드러냈다삼성전자는 2분기에만 98000억원, 상반기에는 171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쏟아부었다. 지난해 시설투자에 226000억원을 투입했던 것을 고려하면 투자의 규모와 속도가 더욱 빨라진 셈이다.

 

이 부회장이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는 2분기에만 86000억원, 상반기 전체로는 147000억원이 들어갔다. 메모리는 향후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공정 전환과 증설용 설비 중심 투자가 집행됐고, 파운드리는 미세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5·81나노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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