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공세-읍소’ 오가며 협상 재개 압박
제주항공 특혜 의혹엔 반박…인수합병엔 ‘관망’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기 중인 이스타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인수합병(M&A) 계약 성사를 위해 제시한 선결조건 이행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마감시한을 코 앞에 뒀지만 인수합병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선결조건을 놓고 팽팽히 맞섰던 양측은 의견 대립에 폭로전을 이어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터다. 이스타항공은 170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 해결에 나섰고, 제주항공도 이행결과를 지켜보겠다며 한 발 물러서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도 잠시, 14일 운수권 특혜를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다만 이스타항공은 마지막 희망을 내려놓지 않는 모습이다.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제주항공을 문제 삼으면서도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체불 임금을 반납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묵묵부답,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특혜 의혹으로 때리고 체불임금 반납으로 어르고다급한 이스타항공

 

14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제주항공에 대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운수권 특혜를 제기하는 한편으로는 고통분담을 하겠다며 인수합병을 압박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운수권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항공교통심의위가 2배 거리 지역까지 운항을 확대하고 다양한 노선을 증편하며 해외 거점에서 타국으로 승객 유치가 가능한 이원5자유와 중간5자유 운수권을 제주항공에 독점 배분해 정책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

 

그러면서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제주항공은 250억원에 이르는 체불임금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인수합병을 연기해왔다. 이에 노조는 추가 인력 감축 중단 및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체불임금 반납, 임금 삭감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체불임금 규모는 양 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정확히 산정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특히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운행중단), 구조조정 전반을 지휘 감독했다는 증거가 많다“(인수합병 무산 시) 1600여명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책임, 시장독점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의도적으로 파산시킨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결단을 압박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인수합병의 걸림돌이 됐던 미지급금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는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교통부가 인정함에 따라 사실상 해소가 됐다.

 

책임 공방이 벌어졌던 체불임금과 관련해서는 직원들의 2개월치 임금(70억원)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조종사노조를 제외한 근로자 126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 500명 가운데 70% 이상이 임금 반납에 동의했다.

 

리스비와 유류비 등도 미지급금 규모를 줄여 나가고 있다. 협력사, 국토교통부 등과 감면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이스타항공은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1000억원 이하로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항공 단독 신청 노선정면 반박인수합병에는 침묵

 

제주항공은 운수권 특혜 문제에만 반박했을 뿐,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 515일 운수권 배분 당시 총 13개 노선을 신청해 11개 노선을 배정받았다. 이중 경합 노선이 4, 단독 신청한 비경합 노선은 9개였다. 단독 신청한 노선을 제외하면 김포가오슝, 부산상하이 노선 등 경합 노선은 2개를 배정받은 셈이다.

 

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에서 주장하는 이원5자유(현지 승객을 제3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권리)와 중간5자유(자국에서 제3국을 거쳐 상대국을 운항할 수 있는 권리) 6개 노선 운수권 역시 제주항공이 단독 신청해 배분받은 노선이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른 항공사가 신청하지 않은 노선의 경우, 신청 항공사에 바로 운수권을 배정하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항공의 선결조건 이행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7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했던 것에서 물러선 셈이다. 여지도 남겨뒀다. 선결조건 이행이 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게 아니라고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사력을 다해 미지급금 규모를 줄인다 해도 인수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제주항공도 자금난에 처했다. 3월 말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보유한 현금은 991억원이다. 2분기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 매출의 15%에 불과한 국내선 매출과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제주항공이 최근 유효기간 내에 정해진 횟수만큼 자유롭게 탑승이 가능한 프리패스를 내놓은 것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4가지 프리패스를 각 500명씩 총 2000명에게 모두 팔면 약 662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제주항공의 2대 주주(7.75)인 제주도도 인수에 부정적이다. 제주항공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1585억원 규모(12142857)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계획했던 80억원의 절반인 40억원로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줄였다. 지난달 26일 제주항공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제주항공 측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따라 금융적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변수는 정부 지원 여부다. 정부는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성사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양측의 인수합병 성사를 촉구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도 지난 8일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을 면담했고, 뒤이어 10일엔 제주항공과 면담을 마련했다. 각종 인·허가를 쥔 정부의 중재를 제주항공이 거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나 M&A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인 만큼,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해 갚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추가 금융지원을 할 경우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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