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인프라코어 인수전 뛰어든 현대중공업그룹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8 19: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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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인베스트먼트의 손 잡고 예비 입찰 참여
DICC 채무리스크·재무부담 줄자 입장 선회
인수 성공시 전세계 건설기계 시장서 급부상

▲두산 인프라코어의  50톤급 굴착기(사진 제공=두산 인프라코어)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 인프라코어를 품에 안게 되면, 현대건설기계와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주력사업 다각화와 그룹 규모 확대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를 통해 28일 KDB산업은행의 자회사이자 재무적 투자자인 KDBI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이번에 매각할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은 36.07%다. 두산 인프라코어가 보유 중인 밥캣 지분 51.05%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분가치는 대략 6000억원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입찰 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 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면, 건설기계 분야에서의 막강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은 두산 인프라코어가 40%대로 1위이고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 순으로 뒤를 잇는다. 두산 인프라코어를 안으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며 압도적 지위를 갖게 된다. 

 

전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영국 건설중장비 미디어그룹 KHL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건설기계 분야에서 두산 인프라코어(두산밥캣 포함 기준)는 3.3%로 9위, 현대건설기계는 1.2%로 22위를 차지했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대건설기계의 점유율은 단숨에 4.5%가 돼 세계 6위인 볼보건설기계(4.6%) 수준으로 올라간다. 두산 인프라코어 경영이익의 60% 이상이 나오는 두산 밥캣이 빠짐에 따라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는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 인프라코어 인수에 소극적이었다. 지난달 초 두산 인프라코어 인수 추진 보도와 관련,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시에 다른 인수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 DICC 우발채무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산 인프라코어는 2011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DICC 지분 20%를 국내 사모펀드 등에 매각했지만, IPO가 무산되면서 투자자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은 두산이, 2심의 투자자들이 승소했다. 두산이 최종 패소할 경우 배상금은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DICC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를 두산그룹이 책임지기로 한 데다 재무적 투자자인 KDBI 참여로 재무 부담이 완화되면서 예비 입찰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전세계 시장 규모가 240조원에 달하는 건설기계 분야는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국가 주요 기간산업이라 불러도 될 정도”라며 “기술 유출이나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을 막겠다는 사명감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를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 6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2242억원이다. 현대건설기계도 8000억원 이상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MBK파트너스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예비 입찰에 참여한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들의 인수 의지다. 단독으로 입찰한 MBK파트너스는 8조원 가량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글랜우드PE는 대기업의 특정 사업부를 떼어 인수하는 카브아웃(carve-out) 거래에서 탁월하다. 지난 2014년 NH프라이빗에쿼티와 동양매직을 2850억원에 인수한 뒤 2016년 이를 6100억원에 SK네트웍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편, 두산 인프라코어 매각이 순조롭게 완료될 경우, 두산그룹의 숙제도 끝나게 된다. 두산그룹은 지난 4월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은 대신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 경영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5개월여간 두산중공업이 클럽모우CC(1,850억원)를, ㈜두산이 두산솔루스(6986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를 매각해 약 2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 쓰고, 그 외는 1조3000억원 규모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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