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강행한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이념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재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만에 친정부 성향 재판관이 6명으로 구성됨에 따라 위헌결정 정족수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헌재 소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을 후보자로 지정하고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정치적 편향성을 막고 행정·입법·사법의 3부는 물론 헌법재판관끼리도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 확보를 담보하는 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현재까지 임기 6년을 마친 재판관 8명이 바뀌었고, 이 중 6명이 친 정부 성향으로 임명된 것이다.

현행법이 헌법재판이 재판관 9명 중 6명을 위헌정족수로 규정하는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의 균형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4명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절차 없이 대통령 강행으로 임명된 만큼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임명하는 건 대통령 재량이지만 ‘헌법적 가치판단’을 신중하게 따져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이런 헌재 구성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도, 동성애 등 쟁점 법안들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입맛대로 고칠 수 있게 된 것”이라 비판했다.

임명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지방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대법원장과 여당 몫을 포함하면 ‘대통령 코드인사’가 가능한 사람이 7~8명에 달한다”며 “이러면 헌재가 정치적인 조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는 연방헌법재판관을 12년 단임제로 운영한다. 대통령 임명이 아닌 주 의회에 의해 선출돼 ‘코드’가 맞는지 여부는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돼 있다.

미국은 연방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임기가 6년인 우리나라와 달리 ‘종신직’인 관계로 대통령이 임기 중 지명하는 연방대법관은 1~2명에 불과하다. 특히 청문회에서는 자신의 성향을 분명하게 밝혀 양 진영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문현 교수는 “이미선 재판관의 경우를 보면 낙태죄 등 중요한 헌법정책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주식은 ‘남편이 했다’고 했다. 논쟁을 피할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고,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도 임명할 수 있는 현재 방식으로는 이런 논란과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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