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730일...현대차 미래'악셀’ 밟았다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1 08: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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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성장동력 확보 전력투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겠다.” (2019년 신년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의 730일은 거듭되는 악재 속에서 현대차의 체질을 바꾸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보낸 전투의 시간이었다. 안으로는 조직을 혁신했고 밖으로는 다양한 협력의 틀을 짰다. 기업 환경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오히려 과감히 투자를 늘리며 미래를 펼쳤다.

 

녹록치 않은 대외환경과감한 투자로 위기에서 기회 찾아

 

전통적인 제조기업인 현대차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 국제 정세와 이에 따른 역학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8년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지속됐고,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갈등이 촉발되면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졌다.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다.

 

대외 악재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정 수석부회장은 과감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오히려 승부수를 던졌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투자다. 지난 1분기 현대차는 국내에서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생산설비에 투입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더욱 과감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2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차는 지난 3년 간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81460억원, 201911525억원이었던 연구개발 투자는 올 상반기에 13277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아차도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10% 늘린 819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를 넘어섰다.

 

주력시장인 중국에서는 다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사드 보복 이후 하락세였다. 2017785007대를 시작으로 201879117, 2019년엔 65123대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가 겹친 상반기에는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73.3%, 올 상반기 2.5% 아래로 내려앉았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해외 기업의 중국 내 입지가 날로 좁아지는 상황. 그러나 정 수석부회장은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도매기준으로 73만대의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12.3% 늘어난 것으로,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목표치로 잡았다. 최근 앞뒤 길이를 더 길게 한 쏘나타를 선보이며 예열을 끝낸 현대차는 중국 전략차종 미스트라와 아반떼, 쿠싼 등 9종을 차례로 선보인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도 투입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젊어진 현대차외부 인재 영입·조직 개편으로 혁신 DNA 심어

 

정 수석부회장의 승부가 탄력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차의 회춘이 있다. 그는 지난 2년 현대차의 체질을 확 바꿔놓았다. 과거 현대차의 이미지는 엄근진(엄숙·근엄·진지)’였다. 한 치의 오차도 용인하지 않는 제조업의 경직성과 강한 위계질서, 보수적 분위기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을 따라가기 한계가 있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격의 없는 소통과 외부인재 수혈, 조직 개편 등으로 그룹에 혁신 DNA를 심었다.

 

가장 두드러진 면은 외부 인재 영입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재직 시절부터 외부 수혈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2006년에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밋밋했던 기아차는 호랑이 코를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로 통일성 있는 패밀리룩을 갖추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차로 옮긴 이후 정 수석부회장의 외부 인재 영입은 가속화됐다.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다임러트럭 전동화 부문 기술개발 총괄 출신 마틴 자일링어, 벤틀리 출신의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전무, 람보르기니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벤틀리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등이 그룹에 합류했다. 그 결과 현재 현대차 11명의 등기임원 중 2명이 외국인이고, 연구개발과 디자인, 해외영업 등 주요 핵심 보직에 외국인 사장이 두루 포진해있다.

 

그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국인 전문가 영입도 속도를 올렸다.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부장(부사장), KT 출신 5G(5세대 이동통신) 전문가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 GM 출신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 이진우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상무) IT 분야 전문가도 현대차에 둥지를 틀었다.

 

동시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했다. 넥타이에 검은 정장으로 대변되던 현대차의 복장은 지난해 3월 완전 자율화됐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 그해 9월에는 직급·호칭 체계를 모두 바꿨다. 5급사원·4급사원·대리·과장·부장 등 6단계로 나뉘어 있던 직급을 G 1·2·3·4 등으로 줄이고 호칭은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간소화했다. 이사대우, 이사, 상무 등 임원 직급도 상무로 통일했다. 인사평가도 상대평가에서 개인 역량 중심의 절대평가로 바꾸고 승진연차 제도를 폐지했다. 정기공채 또한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사업별로 적기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몽구 회장이 취임하고 20여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현대차인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혁신은 자칫 내부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었다. 그는 직접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수평적 분위기를 이끌었다. 보고체계도 간소화했다. 전자결제나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보고를 갈음하고, 보고서의 분량 역시 압축하도록 했다. A4 1~2장 안팎으로 핵심만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일일이 다는 코멘트도 역시 짧고 압축적이다. “보고체계와 방식에서부터 비효율 요소를 걷어내겠다는 것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이야기다.

 

덕분에 현대차는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임원의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3명으로 나타났다. 2년 전 불과 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40대 임원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60명으로, 2년 전 20명에서 3배 증가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가속화자동차 시장 바꾸는게임체인저 선봉장

 

수소를 이용한 전기생산은 미래 핵심성장으로 성장할 것이며 현대차그룹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 3~4년안에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그룹이 되겠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국민보고대회에서 수소 경제의 선봉장을 자청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2025년까지 23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고 ‘100만대 판매·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공언했다. 이는 그가 그리는 현대차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시선은 이제 미래에 가 있다. 그가 그리는 현대차는 자동차 이상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지상을 넘어 하늘로, 소유에서 공유로, 대전환기를 맞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를 위해 동차 50%, PAV(개인용 비행체) 30%, 로보틱스 20%로 사업을 재편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우선 전동화다. 2025년에는 하이브리드 1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 전기차 23, 수소전기차 2종 등 전동화 모델을 44개까지 늘린다. 특히 전기차에서의 공격적 행보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EV 세일즈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현대차 4%, 기아차 3%. 둘을 합치면 테슬라(18%), 폭스바겐·아우디(11%)에 이어 3위권이다. 내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출시하며 전기차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LG, SK 등 국내 배터리 3사 총수들과 회동하며 협력을 다진 것도 사업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인 자율주행과 연결성과 관련해서는 개방형 혁신을 바탕으로 기술 역량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법인인 모셔널을 설립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속도를 올린다. 2022년 운전자 개입없이 운행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목표다. 세계적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와는 PAV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인텔(통합제어기 센서), 메타웨이브(고성능 레이더), 퍼셉티브 오토마타(인공지능), 오로라(자율주행 개발), 바이두(자율주행 개발), 옵시스(고성능 레이더), 얀덱스(로보택시 시범사업), 그랩(차량 공유), 오토톡스(차량 간 통신 개발) 등 모빌리티 기업과 투자하며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퍼스트 무버를 자청한 수소 경제에서는 리더십을 강화 중이다. 지난 2018년 그는 ‘FCEV 2030’ 전략을 공개하고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50만대 수소전기차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도 70만대 수준까지 늘린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판매도 본격화함한다. 수소경제 생태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그리는 현대차의 미래는 자동차 그 이상이다. 그는 올해 'CEO 2020'와 수소 모빌리티+쇼를 통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 도시를 제시했다. PAV를 이용해 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서비스, 이를 위해 제품과 미래 기술을 결합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회사를 뛰어넘는 게임체인저, 정의선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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