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집권여당 신임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관료들의 복지부동에 불만을 드러낸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정책실장의 대화가 알려지면서 ‘공무원 탓하는 꼴불견’, ‘스스로 레임덕을 인정하는 꼴’ 등의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이 원내대표와 김 실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를 나눴는데, 이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했다.

이에 김 실장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반색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토교통부를 거론하며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했고, 김 실장은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대화는 방송사 마이크에 고스란히 녹음이 됐고, 방송사 마이크가 켜진 것을 알아챈 김 실장은 뒤늦게 “이거 (녹음)될 거 같은데, 들릴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와 김 실장의 이 같은 대화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직자들이 2기가 아니라 4기 같다고 말한 것은 스스로 레임덕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집권 2년이건만 4년 같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장수는 부하의 사기로 승리한다”며 “청와대도 일하는 곳이지 평가, 군림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갑질 뉘앙스가 물씬 느껴진다’고 직격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정책실장, 갑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 원내대표와 김 실장의 대화가 그저 해프닝으로 지나치기에는 아쉽고 씁쓸하다”며 “아무리 밀담이라고는 하나 공무원들에 대한 ‘갑질 뉘앙스’가 물씬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더욱이 당 을지로위원회와 정부, 청와대 모임에서 나온 대화인데, 을들의 외침을 듣고 을의 편에 서겠다는 사람들의 대화치고는 참으로 ‘갑스럽다’는 느낌”이라며 “정부 관료들을 장관이 움직여야지 여당 원내대표가 왜 움직이는지도 의문이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왜 여당 원내대표에게 관료들 말 잘 듣게 하는 걸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지도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료사회와 전문가집단을 무시하는 ‘무식한 운동권 정부’라는 비판이 이래서 나오는 건가 싶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변인은 “관료들을 협력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부리는 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며 “악덕 사장이 공장 노동자에게 하는 말이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아가 “초제왕적 권력이 공무원을 탓하는 것도 꼴불견”이라며 “만기친람 청와대 정부라는 숱한 비판에도 아랑곳 않더니 이제 와서 공무원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있는데,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는데 헛웃음이 나온다”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이 정부는 자신의 행동을 거울에 비춰봐야 한다. 전 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말단 공무원들까지 다 들쑤시고 잡도리했는데 어떤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사의 지시를 녹음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권 바뀌면 감옥 가는데 누가 제대로 일을 하겠는가”라며 “공직 사회를 불신과 복지부동의 지옥으로 몰아간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그렇게 서슬 퍼렇게 완장질을 해놓고도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 양심이 없거나 무능한 것 밖에 더 되는가”라며 “집권 2년차 어처구니없는 당청 두 수장의 해프닝이다. 그저 ‘덤 앤 더머’ 같지만은 않은 민낯”이라고 쏘아 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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