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안했다’던 제주항공, 이스타에 ‘셧다운’ 지시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6 1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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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 경영진 간 회의록·녹취록 공개
“셧다운 후 희망퇴직 들어가야”
‘405명에 52.5억 보상’ 계획 전달
직군별 구조조정 인력 제시도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록.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교착상태에 빠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전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에 선 지급 보증, 체불 임금 해소 등 선결 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양측은 6일 두 대표가 경영 문제를 놓고 긴밀히 나눈 녹취록이 공개됨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업계에서는 갈등이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사실상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실상 M&A가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AK홀딩스 대표)가 셧다운(운항 중단) 등에 대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635초 분량의 녹취록에는 지난 320일 양측 대표가 나눈 통화내용이 담겨있다. 이스타항공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녹취록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녹취내용에 따르면 최 대표가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건데 국내선 조금이라도 영업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이 대표는 "희망퇴직으로 가려면 지금 셧다운 하는 게 맞다. 나중에 관()으로 가더라도 이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국내선 슬롯 중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게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내자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했다. 셧다운에 따라 항공업 경쟁력이 상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M&A 완료 후 제주항공이 풀 몫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324일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갔다. 이후 4개월째 운행이 중단돼 매출 ‘0’을 기록하며 임금 체불과 미지급금 증가 등 부채가 쌓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4~6월 임금 체불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적 없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경영진이 판단했을 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사실상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어 제주항공의 주장에 신뢰성이 떨어지게 됐다.

 

체불 임금 해소도 언급됐다. 최 대표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에서 다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며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고 답했다.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이제까지의 제주항공 입장과 상반된다. 제주항공은 체불 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며 인수작업을 연기해왔다.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 문제도 거론됐다. 최 대표가 협력업체에도 미지급이 많다. 셧다운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라고 하자,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협조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9일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 회의록을 함께 공개했다. 회의록에는 희망퇴직을 포함한 총 405명을 구조조정하고 이들에 52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이 담겼다. 운항 승무직 90(기장 33, 부기장 36, 수습 부기장 21)과 객실 승무직 109, 정비직 17, 일반직 189명 등 직군별 감축 계획안도 포함됐다. 노조 측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이같은 계획을 전달하며 구조조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 공개에 대해 최 대표는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모르겠으나 유감이라며 통화 내용에 나오듯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이외에도 수차례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날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7일 셧다운 지시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M&A 성사를 당부했지만, 양측의 골이 깊어진 터라 M&A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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