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판매량 견인을 위해 뛰어야 할 진정한 가장

▲페이스리프트 모델, 신형 ‘캐딜락 REBORN CT6’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캐딜락 REBORN CT6’(이하 리본 CT6). ‘다시 태어나다’는 뜻의 수식어 REBORN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리본 CT6는 이전 버전의 아이덴티티는 계승했지만 몰라보게 날렵해졌다.

하지만 ‘리본 CT6’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아닌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이전 버전의 출시일도 2016년 7월로 ‘오래된 차’가 아닐뿐더러 1세대 모델이다. ‘재탄생’에 준하는 급격한 변화가 절실한 모델이 아니란 얘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당초 CT6가 캐딜락이란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CT6는 작년인 2018년 판매대수 기준으로 총 951대가 팔렸다. 타 브랜드와 비교해 절대값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캐딜락의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는 2101대로 CT6는 전체 판매대수의 약 45%가량을 차지하는 매출 견인 모델이다. 마치 가족부양의 의무를 짊어진 7~80년대 가장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특출나진 않아도 뭣 하나 빠질 것 없는 팔방미인

4륜구동 10단변속기, MRC까지…어떤 노면도OK

처·자식과 부모형제자매를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선 가장은 다재다능해져야한다. 그래서일까. CT6는 일당백의 ‘만능 모델’을 꿈꾸는 듯 보인다. 캐딜락은 CT6를 공식적으로 ‘쇼퍼드리븐’이라고 표현하지만, ‘오너드리븐’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안락하고 기품이 있어야 하는 중장년층 소비자를 겨냥하면서도 드라이빙의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 층까지 스펙트럼을 폭넓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느껴진다.

CT6는 그래서 다시 태어났다. 우선 외관이 훨씬 젊어졌다. 위아래로 길었던 헤드램프는 폭이 좁아져 가늘게 뜬 맹수의 눈처럼 가로선이 강조됐다. 1자 형태였던 리어램프도 헤드램프의 변화에 맞춰 날렵한 기역자 모양으로 변했다. 외관에서 빛을 내는 부분은 모두 LED로 무려 200개의 램프를 촘촘히 배열해 세련됨을 강조했다. 후면 양측으로 배치 된 듀얼머플러도 젊은 감성을 자극한다.
 

▲뒷 좌석 공간을 확인 중인 기자
차체가 커진 만큼 내부는 충분히 넓다. 리본 CT6는 전작에 비해 전장이 40mm 이상 늘어난 5227mm를 확보했다. 뒷자석의 레그룸과 헤드룸은 여유있으며 다리를 놓는 공간과 맞닿은 1열 시트는 뒷부분이 움푹 패여 좀더 넓은 레그룸을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열 도어보다 더 길게 늘어진 C필러는 ‘쇼퍼’에게 좀더 넓은 시야와 채광을 제공한다.

반면, 운전석은 콤팩트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공간이 좁은 것은 아니다. 공간은 충분하지만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듯, 체감상 핸들을 손에 쥐었을 때의 착좌감이나 운전 몰입도가 C세그먼트 수준이 연상될 만큼 조여 온다. 물론 스포츠 세단의 그것과는 다르다. 시트는 몸을 완전히 잡아 준 다기 보다 일정부분 잡아주면서 편안함을 좀 더 누릴 수 있게 디자인 된 느낌이다.

운전석은 오너드리븐에 걸맞게 2열은 쇼퍼드리븐의 느낌을 충분히 낼 수 있게 디자인 된 셈이다. 운전을 제외하면 앞좌석과 뒷좌석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거의 차이가 없다.

앞좌석과 뒷좌석은 모두 20가지 단계로 변경이 가능하고 뒷좌석에서도 선루프, 선세이드, 안마기능 등을 조작할 수 있으며 1열 뒷부분에 위치한 플립형 디스플레이가 시각적으로도 조작을 도와준다. 측면 도어 유리창의 선세이드는 뒷좌석만의 특권이지만 수동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보스사(社)의 상급 오디오시스템 파나레이도 앞좌석과 뒷좌석에 골고루 퍼져있다. 무려 34개가 달렸다. 이 방식은 캐딜락과 보스와의 사전 협업을 통해 캐딜락에만 적용되는 방식으로 캐딜락의 차체에 맞게 최적의 소리를 내도록 제작됐다.

캐딜락만의 고급시스템은 또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동식 트렁크를 적용한 차량은 쉽게 만나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미한 차량은 찾기 힘들다. 리본 CT6는 트렁크의 오픈을 위한 센서 위치에 자사의 엠블럼 모양의 조명를 쏴준다. 센서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기 힘들어 트렁크 밑으로 헛발질을 해 본 사람들은 환영할만한 편의성이다.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조그 셔틀 다이얼이나 캐딜락 특유의 장인정신을 표방하는 컷 앤 소운 공법이 적용된 내장재 등에서도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조그 다이얼의 경우에는 반응속도는 빠르지만 정확성 있는 조절을 원할 때는 다소 과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다만, 기존의 터치패드 방식에 비해서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시승 중인 기자
서울의 꽉 막힌 도로 사장님들도 피해갈 순 없다…도심 속 캐딜락 감성은?


아쉽지만 차를 우리팀이 따로 빌려서 시승하는 형태가 아닌 단체시승의 형태였기 때문에 리본 CT6가 자랑하는 다이나믹한 주행성능은 본격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시승코스는 강남 캐딜락 하우스에서 인천송도 소재의 잭니클라우스CC를 왕복하는 코스였는데, 시간대마저 오후 1시30분 출발이라 서울을 빠져나가는 데만도 30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코너’를 돈다고 할 수 있을만한 도로도 없었다. 주행능력에 대해 좀 더 궁금하다면, 전문팀을 꾸려 사전 시승한 매체들의 리뷰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나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던 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도로에서의 리본 CT6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장님’ 차라고 할지라도 막히는 도로에서 홀로 속도를 낼 방법은 없다. 특히나 복잡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도로에선 언제 어느 때고 막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본 CT6의 운전석은 다소 콤팩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조이는 느낌이 들지만 막히는 도로에서 장시간 앉아있어도 크게 허리가 아프다거나 몸이 불편하다거나 하는 느낌을 크게 받기 어려웠다.

CT6에는 3.6L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334마력에 최대토크 39.4kg·m다.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가속 시에 전반적으로 힘이 균등하게 배분된 듯한 평탄한 주행감각을 준다. 브레이크의 답력도 밟자마자 바로 제동이 걸리는 타입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제동성능이 균등하게 나뉘어 있는 느낌이라 빠른 제동을 원한다면, 깊게 눌러야 한다. 다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중에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에는 약간만 밟아도 바로 반응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가 기반으로 길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리본 CT6에는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1/1000초 마다 노면상황을 분석해 이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실제로 잭니클라우스CC 근처에는 많은 방지턱들이 있었는데 방지턱을 넘을 때의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부드러웠다. 8단 기계식변속기가 10단 전자식변속기로 바뀐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코너를 돌 때 조향에 개입한다는 리어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이 작은 코너에서도 적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천천히 돌고 있는 상황이라면 몸의 중심변화를 딱히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성을 보여줬다.

헤드업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운전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요소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는 것만으로도 운전하는 방향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을뿐더러, 리본 CT6의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뚜렷하면서도 눈을 자극하지 않았다. 또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터널같이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거나 반대상황이 될 때 주변의 밝기를 감지해 조도를 조정해줘 눈의 피로감을 덜어준다. 다만,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접어드는 찰나에는 색감이 아예 없다싶을 정도로 옅어졌다가 적정 값으로 전환되는 데 이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기본사양으로 제공되는 12” 클러스터의 화질이 선명한 것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안전기술 선도하겠다는 캐딜락 과연?


캐딜락은 리본 CT6의 안전시스템을 굉장히 강조한다. 특히 현재 다른 브랜드에서도 차용하고 있는 ‘나이트비전’의 경우 최초개발한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있다. 나이트비전은 열감지 기술로 촬영되는 전방 영상을 클러스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기능으로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 돼 있다. 다만, 주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주간 상황에서는 터널에서도 사용이 되지 않았다.

운전자의 후방시야를 300%이상 넓혀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도 캐딜락의 특허기술이다. 이전 버전은 화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는데, 리본 CT6에선 화면 확대 및 축소, 각도 조절 기능이 추가됐다. 이번 시승에서 확인한 점은 사용을 원치 않을 경우 일반 미러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아이나 나이드신 어른 등 후열 동승자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잠시 끄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리본 CT6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곳저곳을 신경 쓴 모델로 느껴진다. 쇼퍼드리븐으로써의 뒷 좌석의 편안함과 오너드리븐으로써의 주행감각은 물론, 차 내부에 있었을 때 느껴지는 내장재의 감성과 정밀한 오디오 사운드, 다양한 안전장비 등… 동급차량에 비해 특출 나게 우월한 부분을 찾기 힘들지만 딱히 불만스러운 부분도 크게 느끼기 힘든 차량이다. 아울러 꽉 막힌 서울 한 복판에서의 주행조건에서도 여유를 품을 수 있는 편안함은 이 차가 좀더 다양한 소비자 층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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