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합참의장, 김중로 의원 폭로 예고 뒤에야 해군에 보고받아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해군 제2함대 사령부 무기고 침입사건의 군내 경계작전 실패 및 은폐 시도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동해에 이어 서해도 뚫렸다. 지난 4일 밤 해군 2함대사령부에 거동수상자 침입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심지어 지난 북한 목선 사건으로 ‘은폐·축소 뭇매’를 맞던 군 당국이 이번에는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종용해 해당 사건을 종결하려던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사건 발생 인근에선 ‘의문의 오리발’도 발견됐는데, 군이 간첩 침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서둘러 내부자의 것으로 판단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종료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의 폭로와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10시 2분쯤 평택에 위치한 2함대사령부 탄약고 근처에서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거수자가 근무 중인 초병에 발견, 피아식별을 위해 3회 암구호 수하를 했지만 거수자는 이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이후 2함대는 즉시 기동타격대와 5분대기조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거수자 검거에는 실패했고, 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5일 2함대 지휘통제실 소속 병장 1명이 “내가 했다”며 자수해 수사는 종결되는 듯 싶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 병사의 자백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병사는 9일 헌병 조사에서 “직속 상급자인 (영관급) 장교의 권유를 받아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고 <중앙일보>가 보도(12일)했는데, 해당 장교도 헌병 수사에서 자신이 허위 자백을 강요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해군 관계자를 통해 전해졌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이와 관련, 김중로 의원은 “2함대 영관급 장교가 어린 나이의 병사에게 있지도 않은 잘못을 덮어씌우고,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조작했다”며 “삼척항에 이어 평택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군의 경계작전 실패와 보고 은폐, 사건 조작 등이 얼마나 더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육군 소장 출신인 김 의원은 ‘의문의 오리발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2함대가 거수자를 쫓던 중 부대 골프장 입구 아파트 울타리 아래에서 ‘오리발’이 발견됐는데, 군은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에 내부자로 규정하고 대공협의점이 없다고 종료했다”며 자신이 제보 받은 것과는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즉, 평택항 인근에 위치한 2함대에서 오리발이 발견된 것은 누군가가 서해를 통해 침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인데, 거수자 신변확보도 못한 군이 서둘러 조사를 종료한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얘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전날까지도 이번 사건을 알지 못했다. 김 의원이 ‘허위 자수 사건’을 알리겠다고 예고하고서야 해군이 12일 오전 국방부에 부랴부랴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 등 25명을 2함대사령부 현장에 급파해 진상 조사에 나섰으며,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관련 사건에 대해 “송구하다”며 결국 사과했다.

아울러 2함대에 침입했던 거수자는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그가 누구인지, 또 어디로 갔는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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