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회사원이 동료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취해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9월 지방 출장 후 회사로 복귀해 오후 5시30분부터 3시간가량 회의를 한 후 직원들과 함께 짐을 사무실에 둔 채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사업본부장이 제안한 자리였다.

1차 식사는 오후 9시40분쯤 2차는 10시55분쯤 끝났다. 1차는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2차는 참석자의 개인 카드로 결제했다.

식사 후 A씨와 동료들은 모두 사무실로 돌아가 불을 끄고 보안장비를 가동시키는 등 퇴근 준비를 하고 다시 나왔다.

그러나 A씨는 식사 후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고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던 중 ‘걷기 힘들다’고 말하며 도로 쪽으로 넘어지면서 달리던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앞서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회사가 계획하거나 참석을 강제하지 않아 ‘사업주가 관리하는 회식’으로 볼 수 없고, A씨가 과음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져서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A씨 유족들은 “식사비가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됐고 회식 성격의 저녁식사였으니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저녁 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임원 중 한 사람인 사업본부장이고 1차 저녁 식사도 법인 카드로 결제됐다”며 A씨가 사업주의 관리 아래 이루어진 회식에 참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와 동료들은 당초 식사 후 복귀해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식사 자리와 회사 업무 사이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A씨의 사망과 수행한 업무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0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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