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신뢰 잃어”…투자회수 실효성 적다는 분석도


[스페셜경제=원혜미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펀드 판매사들이 부실펀드를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Bad Bank) 설립 여부를 놓고 참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면서 설립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판매사들은 지난 22일까지 배드뱅크 참여 여부를 결정해 금융감독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판매사들이 구체적인 출자방법이나 규모 등과 관련해 의견을 달리하면서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 설립 논의는 ‘스타모빌리티 사건’이 발단이 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의 ‘돈줄’로 알려진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던 회사다. 판매사들은 라임 펀드 환매(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가 중단된 올해 1월에도 이 회사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자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 때 국내 헤지펀드 1위이던 라인자산운용이 어쩌다 퇴출위기에 처했으며, 금감원의 감시 하에서도 각종 사고가 따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배드뱅크의 향후 전망도 짚어봤다.

라임에 떼인 1조6000억원배드뱅크 설립으로 되찾는다

여전히 자금 새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시장서 퇴출 수순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를 판매했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지난해 환매 중단된 라임의 부실펀드를 회수하기 위한 배드뱅크를 설립을 추진중이다.

배드뱅크란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운용사 형태로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설립되는 배드뱅크는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에 든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 19곳은 지난 20일 한차례 ‘라임 펀드 이관을 위한 신설 협의체’에 대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판매사들은 이달 22일까지 배드뱅크 참여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22일 당일 일부 판매사들이 ‘검토 중’ 또는 ‘아직 의견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면서 배드뱅크 설립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판매사들로, 배드뱅크 설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출자 규모나 방법 등이 불확실해 참여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배드뱅크 설립은 판매규모가 높았던 주요 판매사 6곳(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대신증권, 신영증권, KB증권) 위주로 협의가 진행돼 판매사들 모두가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관건은 출자규모…판매 규모에 따라 정해질 듯

가장 큰 관건은 판매사별 출자규모다. 당시 자본금은 50억가량으로 알려졌지만,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 19곳의 자본금 규모와 출자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출자 규모는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판매 규모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판매 금액이 클수록 배드뱅크에 더 많은 출자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판매 금액 기준으로는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메리츠종금증권(949억원) ▲신영증권(890억원) 등의 순이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 모펀드 4개와 여기에 딸린 173개 자펀드 회수에 나선다.

금감원은 라임의 등록을 취소하고, 모든 부실 라임 펀드를 배드뱅크 운용사로 이관키로 했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의 판매 규모는 1조6679억원(자펀드 173개 기준)에 이른다. 한때 국내 헤지펀드 1위였던 라임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다. 

 


“자금이 여전히 새고 있다니” 투자자들 공분

신설 운용사인 배드뱅크의 설립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기존 라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자금 회수를 맡기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라임은 지난 1월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 자금 195억원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로 빼돌렸다. 라임의 ‘김 회장’으로 불리는 김봉현 회장의 실소유주 회사인 스타모빌리티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함께 불법적 펀드 운용에 관여한 회사로 알려졌다.

라임펀드의 환매가 중단됐지만 여전히 자금이 새고 있는 정황 등이 포착되면서 판매사들은 운용사를 설립해 라임의 펀드를 이관시키고 ‘라임 펀드 이관을 위한 신설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금감원과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라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이관해 회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라임운용의 자금 회수에 대한 전망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소규모 판매사들 참여 망설여…금융당국 “19곳 모두 참여해야”
배드뱅크 설립 투자자·판매사 모두 ‘윈윈’…“더 많은 자금회수”


‘라임사태’ 핵심 인물 김봉현·이종필 검거

이 사태는 라임이 투자자에게 펀드 부실을 알리지 않은 채 연 5~8%의 수익률을 약속하고 상품을 판매하다 결국 환매 중단에 이른 사건으로 현재까지 추산된 피해액만 1조6700억원으로 알려진다.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그동안 도피행각을 벌이다 23일 경찰에 검거됐다.

라임 사태의 ‘돈줄’로 지목되는 김 회장은 라임에서 돈을 끌어와 무자본으로 다른 회사에 투자, 인수합병(M&A)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기업사냥’을 주도한 혐의와 수원여객, 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 등의 인수 과정에서 수십억원~수백억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수원여객 회삿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작년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돌연 자취를 감췄다. 김 회장은 이밖에도 스타모빌리티 회삿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 설계와 운용을 담당해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그는 김 회장과 공모해 라임 자산을 빼돌리고 펀드 부실을 알면서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작년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800억원 횡령 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에 불응하고 돌연 모습을 감췄다.

경찰은 5개월간 추적을 피해오며 도피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김 회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이 전 부사장은 이날 곧바로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신병이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는데, 앞서 김 회장에게 4900만원 어치의 금품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와 관련해 내부정보를 준 혐의를 받았던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 씨는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작년 2월부터 1년 동안 청와대로 파견 근무를 하면서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배드뱅크 설립은 모두를 위한 길”

판매사 19곳 가운데 얼마나 많은 판매사가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19곳 모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배드뱅크 설립이 투자자와 라임펀트 판매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배드뱅크는 “양쪽 파트너(투자자와 판매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라임이 그대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회수 금액이 늘어나면, 투자자들은 본인들이 돌려받을 돈이 늘어나서 좋고, 판매사들은 손실금액이 줄어들어 배상 금액 (배상 비율+손실액)이 줄어들어 좋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실액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손실액을 줄이려면 회수자금을 늘려야 한다. 금융당국의 주장대로, 지금 시점에는 배드뱅크 설립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611@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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