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29일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주요 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삼성전자는 2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리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 다음날로, 삼성전자는 세계 5위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 회장에 화답하듯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 회장에 대한 짤막한 추모사로 시작했다. 서병훈 IR팀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작은 전자회사에서 현재의 글로벌 IT 리더로 탈바꿈 시킨 진정한 비전가였다. 그의 1993년 신경영 선언은 글로벌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최고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비전 정립에 큰 원동력이 됐다”며 “삼성전자 임직원 모두 이 회장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겠다. 그의 유산은 영원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녹록치 않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이 다시 부분 봉쇄를 검토하거나 시행하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큰 손 ‘화웨이’를 잃은 마당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계는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대규모 장기 투자가 중단됐고, 정부여당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드높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삼성전자는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위기일수록 강한 혁신DNA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2분기 다소 아쉬웠던 스마트폰은 물론, TV와 생활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까지 완성품과 부품 모두 고르게 선방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6조9600억, 영업이익은 12조3500억을 기록했다. 이달 초 발표한 잠정실적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7.9%, 영업이익은 58.74%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매출액은 26.3%, 영업이익은 무려 51.53%나 증가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 52조90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800억원을 거뒀다. 특히 2017년 4분기(65조9800억원) 이후,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같은해 3분기(17조570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8.4%로 1분기(11.6%)와 2분기(15.4%)보다 높아졌다.

 

이건희 회장이 화형식까지 감행하며 품질 관리에 공들였던 모바일(IM)은 매출 30조4900원, 영업이익 4조45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4년 1분기(6조4300억원)이후 최대 실적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2.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 수요로 인해 스마트폰은 8800만대, 태블릿은 900만대가 판매됐다. IM 매출 중 스마트폰 비중은 아직까지 90% 초반에 달했지만, 갤럭시탭S7 등에 대한 호평으로 태블릿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중저가라인으로 버텼던 상반기와 달리 전략 스마트폰도 시장에서 선전했다. 갤럭시 노트20, Z폴드2 등 플래그십 신제품 판매가 전분기 대비 50% 가량 급증하면서 전체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난 것은 물론, 평균판매가격(ASP)도 직전 분기의 226달러에서 229달러(약 26만원)로 상승했다.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 판매 증가, 미국 버라이즌과의 5G 통신 장비 공급 계약 체결 등도 한 몫 했다. 여기에 비대면 판매와 오프라인 행사 축소 등으로 인한 마케팅비 절감이 힘을 보탰다. 

 

이 회장이 주력 사업으로 키운 소비자가전(CE) 부문도 펜트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TV와 생활가전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TV와 생활가전은 QLED, 초대형TV,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AI 등 프리미엄 제품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 위생가전의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이로 인해 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6년 2분기(1조원)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8.91%, 영업이익은 183.64%나 올랐다. 

 

이 회장이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사재를 털어 육성한 반도체는 시장 환경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회장이 장지에 영면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곳도 화성 사업장이었을 정도로 반도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에 부응하듯 매출 18조8000억원, 영업이익 5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분기(5조4300억원) 실적을 넘어선 것이다. 

 

서버업체들의 재고 증가로 서버용 D램 가격은 하락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기조가 계속되면서 노트북과 스마트폰 수요가 견조했고, 신규 게임 콘솔 판매가 늘었다. 또 미국 제재에 앞서 화웨이가 메모리 반도체를 대거 사들인 영향도 적지 않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굵직한 신규 수주가 이어진 것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회복세에 따른 DDI(Display Driver IC), CMOS 이미지센서(CIS) 등 주요 모바일 부품 수요가 늘어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은 퀄컴 등 대형고객사로부터의 신규 수주가 증가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DP) 부문은 매출7조3200억원, 영업이익 4700억원을 거뒀다. 애플의 판매 부진에 따른 보상성 수익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이 개선됐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판매가 확대되고 초대형 TV, 고성능 모니터 패널 판매가 늘어났다. 액정표시장치(LCD) ASP가 상승하면서 적자가 축소됐다. 다만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지연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매출,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일부 고객사들로부터 LCD 연장 가동 문의가 있었다”며 “계획대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전환을 계속하면서 설비 반입이 완료되지 않은 나머지 라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4분기에는 다소 실적이 둔화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첨단공정 전환 확대와 모바일·노트북 수요 견조세에도 불구하고, 재고 증가에 따른 서버용 D램 가격 하락, 삼성의 5대 매출처 중 한 곳인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 신규라인 초기 비용 등으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등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와 연말 성수기를 앞둔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모바일과 소비자가전 모두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1z 나노 D램 전환을 확대해 적기 판매를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노트북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6세대 V낸드 전환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더블 스텍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7세대 V낸드를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첨단공정 전환 가속화로 제품 경쟁력을 지속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LSI 사업은 최첨단 5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5G 모뎀을 내장한 원칩 SoC(시스템온칩) 제품 공급을 본격화해 모바일 SoC사업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선 3분기처럼 최대 매출을 지속 갱신하도록 모바일 SoC와 HPC(고사양 컴퓨터)용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엔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바일 외에도 HPC·네트워크 등 응용처 다변화를 지속 추진하고 대형 고객을 추가 확보해 유의미한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신기술 기반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한다. 초대형·초고화질·라이프스타일 TV 판매를 확대하고 생활가전 사업의 경우 효율적 마케팅과 온라인·B2B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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