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두칭송위원회는 놔두면서…김정은 조롱은 감시·수사”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행동하는 자유시민 회원들이 표현의 자유 억압 및 전대협 대자보 경찰수사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을 흉내 내 여권과 지지층의 행태를 풍자한 대자보를 전국 대학가에 붙인 대학생 모임 ‘전대협’과 관련된 A씨의 자택에 횡성경찰서 경찰관 2명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14일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은 ‘전대협’ 소속 B씨에 대해선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바로잡으러 올 수 있다”고 말해 단순한 패러디를 두고 ‘민간인 사찰’을 방불케 하는 막무가내식 수사를 넘어 ‘협박성 수사’라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영장없이 가택 침입하면서…“쳐 넣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15일 자유우파 단체인 ‘행동하는 자유시민’이 공개한 녹취파일을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강원 횡성경찰서의 경찰관 2명은 최근 전대협의 대자보를 운반한 ‘전대협 지지연대’ 소속 A씨의 서울 동작구 자택을 찾아가 압수수색영장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이 영장 없이 갑자기 문을 열고 A씨 집 안에 들어서자 그는 “마음대로 문을 따고 들어와도 되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경찰은 “노크를 했고 문이 열리 길래 들어온 것”이라며 “신분증을 보여드리지 않았냐”고 답했다.

이에 A씨는 “문을 안 잠그긴 했지만, 노크 소리도 못 들었고 했어도 문을 열어줘야 들어오는 거지 마음대로 따고 들어오지 않았냐”고 항의하며 “어떻게 주소를 알게 된 것이냐”고 묻자, 경찰은 “‘그 대자보, 벽보 대자보’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차를 봐서’ ‘신고가 들어와서’”라고 답했다.

A씨가 “죄목이 확인돼야 보는 것 아니냐”고 묻자, 경찰은 “그러니까 그걸 저희가 확인하려고 온 것”이라며 ‘옥외광고물 불법 부착’을 언급하면서 “성함하고 연락처를 알려 달라. 수사 보고를 하고 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매체는 그간 경찰은 이 사안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라며 “수사 여부는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었지만, 이날 경찰들의 답변은 실제로 수사가 진행 중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 백두칭송위원회는 놔두면서…김정은 조롱은 감시·수사”

A씨는 해당매체와 통화에서 “대자보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일로 알고 있는데 경찰이 무단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서 가택 침입까지 하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행동하는 자유시민’이 해당매체에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전대협’ 소속 B씨는 “대구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이 전화를 걸어 ‘이런 대자보를 붙이는 행동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바로잡으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B씨가 “‘김정은을 희화화하는 것인데 이게 왜 국보법 위반이 되냐’고 물으니까 경찰이 대답을 잘 안해주더라. 경찰이 ‘당신 집을 알고 있다’ ‘지문이 나왔다’며 반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두칭송위원회인가 뭔가 만들어 광화문한복판에서 김정은 찬양하고 있는 정신 나간 자들이나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초대해 방송한 KBS 등은 놔두고 왜 애꿎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괴롭히나”라며 “문재인 정권과 지금 경찰은 김정은을 찬양할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면서 김정은을 조롱하는 표현의 자유는 제한·감시하고 수사한다”고 맹비난을 가했다.

이어 “김정은 희화화 한 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면 문재인정부하 경찰은 대한민국 경찰이 아니라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의 경찰”이라며 “이게 경찰이 자체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짓들을 하는 것이냐. 청와대가 움직인 것이 아니냐”고 조국 민정수석의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행동하는 자유시민’의 여론조작언론통제감시위원회는 이날 전대협사건과 관련해 법적 검토와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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