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체불임금 해소 등 요구
이스타, 최소 800억 필요하지만 현금 바닥
M&A 무산시 파산절차 돌입 가능성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기 중인 이스타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체불 임금 해소와 선결 조건 이행을 요구해 온 제주항공은 열흘 이내 최소 8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합병(M&A)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스타항공은 올 1분기 기준 부채는 2200억원으로 보유 현금이 바닥난 상태(-1042억원)완전자본잠식상태다. 여기에 올 3월부터 전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4개월째 매출은 0에 가깝지만, 매달 고정비용은 250억원씩 빚이 쌓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 부채를 해소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6일 선행조건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1차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태국 총판 업체 타이이스타젯에 선 지급 보증(3100만 달러·373억원) 2~5월 임직원 체불 임금(250억원)조업료·운영비 등 외부 미지급금 해소 등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에 이전부터 요구해 온 조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 세부내용이기 때문에 그동안 선결조건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었다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지만, (미지급금 등은)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부분이고 계약 종결을 위해서는 이해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공문을 보내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조건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에 대한 입장, 각종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이유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족이 보유한 지분을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하며 계약을 촉구했다.

 

이 의원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8.6%를 갖고 있다. 매매시 주식가치는 41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이익인 셈인데, 이 의원이 체불 임금 지급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수익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일었다.

 

제주항공의 선행조건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8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에 따라 출범 13년 만에 이스타항공은 파산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달 24일 노사 간담회에서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인수계약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조종사 노조)은 이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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