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영업비빌침해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인멸을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LG화학 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

13일(현지시각) LG화학이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이 IT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SK이노베이션이 LG 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 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Use)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예비결정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LG화학 측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서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이 올해 4월 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Instructions)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75개 엑셀시트 중에서 ▲SK이노베이션이 8월 21일 제출한 문서 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 엑셀시트 한 개에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10월 21일에서야 모든 존재가 밝혀진 74개 엑셀시트에는 무려 3만 3천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되어 있었다.

ITC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가 ▲삭제되어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 내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단 한번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이에 ITC는 지난달 3일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면서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했다.

LG화학 측은 "포렌식을 진행할 때 LG화학 전문가도 참여하라는 것이 ITC의 명령이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고 ITC나 LG화학 모르게 추가적인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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