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포문 열리는…‘여권 대선전쟁의 서막’

▲ (좌측부터)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임종선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살아있는 권력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겠지만, 집권세력 내부에선 서서히 미래권력이 태동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듯하다. ▶‘내년 총선에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한 이낙연 국무총리 ▶‘제 머리 못 깎는 법’이라고 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총선 출마를 위해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에 둥지를 트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집권당으로부터 총선 출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자천타천 ‘포스트 문재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공무원들을 동원해 자신의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여권 대선판세를 뒤흔들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전 실장, 조국 민정수석은 2022년 대선에 앞서 내년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되고, 인지도가 상당한 유시민 이시장은 총선을 건너뛴 채 대권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집권세력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손가락 혁명군’이란 열성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진보좌파 진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총선도 11개월이나 남았고, 대선은 2022년에나 치러질 예정이지만 서서히 포문이 열리고 있는 ‘여권 대선전쟁의 서막’에 대해 전망해봤다.

 

‘종로 출마’ 임종석‥‘심부름=대권기반’ 이낙연
속내 드러낸 유시민…‘인지도+盧 정치적 유산’

 

“20년도 짧다고 본다. 더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게 집권당 대표의 인식이다.

집권당 대표는 나아가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그것을 기반으로 2022년 대선에서 재집권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라며 ‘100년 집권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집권당 대표의 언급처럼 20년이든, 100년이든 장기적 연속집권을 하려면 무엇보다 내년도 국회의원 총선거 압승이 필수적이다.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정의당 등 범여권이 151석의 과반을 확보하게 되면 안정적인 정국운영이 가능하고, 180석 이상을 확보하면 야당 동의 없이 여야 쟁점법안을 국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며, 200석 이상이면 정권 입맛대로의 헌법 개정도 한결 수월해진다.

연속집권을 주창하고 있는 집권당 대표가 내년 총선 압승에 방점을 찍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 다만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이 압승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집권당과 제1야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고 있고, 집권세력의 긍정적 인식과 달리 경제지표 및 실업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한미동맹 균열이 우려될 정도로 문재인 정권이 공을 들였던 북한 비핵화는 ‘위장평화 쇼’에 지나지 않음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커녕 먹구름만 잔뜩 몰고 온 경제정책 그리고 ‘북한 우선주의’식 외교·안보 정책 탓에 집권세력 내부에서조차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총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까.

집권세력은 24조원 규모의 지역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고, 134조원에 달하는 17개 시·도 지역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며,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란 명목으로 체육관과 도서관 등을 확충하는데 48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세금주도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선거용 세금 퍼붓기’로 규정하고 ‘매표(買票-돈을 주고 표를 얻는 일)’ 행위라 비판하고 있다.

야당이 ‘선거용 세금 퍼붓기’, ‘매표 행위’로 규정하거나 말거나 집권세력은 마이웨이식 재정확장 정책을 고집함에 따라 내년도 정부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잠룡→유력 대권주자’ 노리는 임종석

이처럼 집권세력이 정권재창출은 물론 연속집권의 필수조건인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국민 세금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집권세력 내부에선 총선 승리를 발판삼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내년 총선 서울 종로구 출마가 유력하다.

종로는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배출한 ‘정치 1번지’로, 대권으로 가는 길목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종로에서의 당선은 대권주자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되는 셈인데, 여기서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보수우파진영 유력 대권주자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맞붙어 승리를 거둔다면 임종석 전 실장의 위상은 ‘잠룡→유력 대권주자’로 격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고, 현재 종로의 주인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임 전 실장에게 지역구를 양보할지도 불투명하다.

아울러 이낙연 국무총리 또한 종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임 전 실장이 본선에 오르기도 전에 예선에서 탈락하거나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지난 2월 27일 임종석 UAE 특임외교특별보좌관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아랍에미리트 정상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대권으로 향하는 이낙연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낙연 총리는 내년 총선에 종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지만 집권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총리는 지난 15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제 역할을 생각하지 않고 있고, 요구할 생각도, 기획할 마음도 없다”며 “다만, 원칙적으로 정부여당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본인이 먼저 요구하진 않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에서 제안이 오면 이를 수락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이 총리가 종로에서 당선되거나,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다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보다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명실상부 강력 與 대권주자’ 유시민

이나역 총리가 종로 당선 또는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포스트 문재인’에 몇 발짝 다가선다 해도 ‘이낙연 독주’가 예상되진 않는다.

‘유시민’이라는 인지도가 상당한 인물이 최근 대권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이 “벼슬(복지부 장관)을 했으면 그에 걸 맞는 헌신을 해야 한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선 출마를 압박하자, “원래 (중이)자기 머리를 못 깎아요”라고 말했다.

이는 당초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제외시켜달라던 것과 확연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발언으로, 자신의 머리를 대신 깎아달라는 즉, 대선출마를 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달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는 “정치를 하고 말고는 제 마음이다. 나중에 제가 하게 되면 욕하라”고도 했다.

유 이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유 이사장의 발언이)상당히 정치를 하는 쪽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이사장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덕분에 현재 여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인지도 면에선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나아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란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상속받고 있다.

따라서 말을 바꾸면서 점차적으로 대권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유 이사장이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다면 여권 대선판세를 단숨에 평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토크콘서트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프리미엄’ 조국…친노 VS 친문?
기사회생한 이재명‥與 대선판 최대 변수

 

文 대통령 ‘데칼코마니’ 조국…‘후계자’로 낙점?

상당한 인지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 여기에 본인의 확고한 권력의지까지 더해지면 가장 강력한 여권의 대권주자로 군림할 것으로 관측되는 유시민 이사장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낙점을 받지 못한다면 ‘왕좌의 게임’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긴 어려움이 있다.

임기 말이면 살아있는 권력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비유되곤 하는데,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미래권력의 대권가도에 고춧가루 정돈 뿌릴 순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의 차기 대권판세를 가늠하는데 있어 살아있는 권력의 의중도 예의주시해야할 관전 포인트다.

부산 출신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력 등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데칼코마니’로 평가된다.

살아있는 권력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국 수석은 집권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 출마로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PK(부산·울산·경남) 승리에 선봉장이 돼달라는 요청이다.

조 수석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라지만, 조 수석의 최근 행보를 보면 심상치 않은 기류가 읽혀진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비롯해 경제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한 적극적인 페이스북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민정수석의 경우 대통령 외부 일정에 거의 동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문 대통령은 올해 5·18 기념식에 조 수석을 동행시켰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의중은 조국에게 실려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의 관측대로 살아있는 권력의 의중이 조 수석에게로 향해 있다면, 내년 총선이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조 수석이 총선에 출마해 PK지역 승리의 수훈갑이 된다면 대권주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고, 여기에 ‘대통령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유시민 이사장과 대등한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친노 유시민’ VS ‘친문 조국’의 대결구도를 기대할 수 있다.

 

▲ 2017년 5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임 민정·인사·홍보수석비서관, 총무비서관과 오찬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끈질긴 정치 생명력’ 이재명…대선판세 뒤흔들 최대 변수?

이처럼 집권세력 내부에선 임종석 전 실장과 이낙연 총리, 유시민 이시장, 조국 수석 등이 ‘포스트 문재인’을 놓고 자웅을 겨룰 미래권력으로 꼽히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집권세력이 제1야당에 패배한다면 변수의 등장으로 여권의 대선판세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여권 대선판세를 뒤흔들 변수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공무원들을 동원해 자신의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목된다.

지난 16일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이 지사는 “지금까지 먼 길 함께 해주신 우리 동지들, 지지자 여러분, 앞으로도 서로 함께 손잡고 ‘큰 길’로 계속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이 지사가 언급한 큰 길은 대권가도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이 승리한다면 임종석·이낙연·유시민·조국 등 쟁쟁한 대권주자들이 포진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반감을 사고 있는 이 지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단순한 패배 이상의 ‘참패’를 당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총선 참패는 곧 민심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다. 민심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건 당연히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단 얘기고, 정권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때로는 문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을 거론하며 살아있는 권력의 아킬레스건을 찌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싸가지가 없었다’며 권력에 납작 엎드리는 등치고 빠지기에 능숙한 이 지시가, 큰 길을 가고자 하는 이 지사가 이 타이밍을 놓칠 리 없다.

다시 말해 총선 참패 악영향으로 여권의 쟁쟁한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대선판세가 요동치는 시기를 틈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란 얘기다.

친형 강제입원 의혹은 물론 여배우와의 불륜스캔들, 형수 욕설, 조폭 연루설, 혜경궁 김씨 의혹 등 숱한 논란을 헤치고나온 이 지사가 비록 ‘상수’는 아닐지라도 특유의 돌파력과 전투력으로 여권 대선판을 흔들 ‘변수’가 되기엔 충분해 보인다.

더군다나 집권세력이 총선에서 참패라도 당한다면 그 변수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대권주자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미래권력 배척했던 박근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했다. 지금의 구도가 대선정국까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누군가가 중간에 낙마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인물의 부상으로 예상치 못한 판세가 전개될 수 있는 게 정치다.

국회에 20년간 몸담았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선 7가지 필수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중적인 인지도 ▶탁월한 개인적 역량 ▶확고한 지역기반 ▶열성적 팬덤층 ▶국민을 감동시킬만한 스토리 ▶권력의지 ▶운 등이 그것이다.

이 7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여권의 대권주자는 누구일까.

총선도 11개월이나 남았고, 대선은 2022년에나 치러질 예정이지만 여권에선 서서히 미래권력이 태동하고 있다.

물론 살아있는 권력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박근혜 정권의 말로가 비참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극도로 미래권력을 배척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래도 가정을 해본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래권력에 힘을 실어줬다면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국정농단이란 난국을 정면 돌파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미래권력의 태동은 살아있는 권력에게 있어서도 그리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어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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