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대법원은 변호사 잘못으로 소송 도중 계약을 해지했더라도 변호사가 소송과 관련해 이미 지출한 비용은 지급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모 변호사(49)가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변호사는 2012년 4월 아파트 분양사를 상대로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려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소송 위임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이 변호사가 소송 관련 비용과 하자진단비용 등을 먼저 부담하고 승소금에서 정산하기로 정했다.

또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승소로 간주해 이 변호사에게 보수 전액과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돌연 2013년 5월 이 변호사에게 업무 태만 등을 이유로 위임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성공보수금과 이미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업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정당한 사유로 해지했다면 소송비용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파트 하자 진단비용 등 소송비용을 이 씨가 우선 부담한 뒤 소송이 끝나면 승소 금에서 이 비용을 공제해 정산하기로 계약을 맺었을 뿐, 승소를 조건으로 한 약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소송 위임계약이 이 씨의 귀책사유로 해지됐더라도 소송을 수행하면서 쓴 비용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비용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 3300만원은 이 변호사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0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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