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이 암 환자의 ‘복용 금지’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구충제의 암 치료 효과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널리 퍼지면서 재차 암 환자에게 사용하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게 많다”고 밝혔다.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펜벤다졸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펜벤다졸과 같은 작용을 하면서 사람에게서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은 이미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빈크리스틴’(86년 허가), ’빈블라스틴’(92년 허가), ’비노렐빈’(95년 허가) 등이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이와 유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으로는 ’파클리탁셀‘(96년 허가)과 ‘도세탁셀’(2006년 허가)이 있다.

그러나 펜벤다졸의 경우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40년 이상 동물(개)에만 사용돼 사람에게는 처방된 적도 없다.

오히려 일본 등 해외에서 시행된 동물실험에서는 오히려 간의 종양을 더 진행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1990년대나 2000년대 후반에 발표된 바 있다.

식약처는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어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펜벤다졸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의 위험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사람이 투약했을 때 실제 몸속으로 흡수되는 비율이 20% 정도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흡수율이 낮다는 말은 그 자체로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흡수율이 낮다면 효과를 내기 위해 그만큼 많이 투약해야 하고 그만큼 부작용도 더 커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한암학회 등 전문가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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