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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이제 경증치매보험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뇌영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어도 전문의가 내린 치매 진단 기록만 있으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

금융감독원은 2일 이 같은 내용의 치매보험 약관 개선안을 밝혔으며, 금감원 강한구 보험감리국장은 “대한치매학회 의료자문 및 보험상품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치매 진단기준이 의학적 진료기준에 부합하도록 하고, 치매보험금 지급조건도 소비자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적용되도록 보험약관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치매의 정도에 따라 진단비나 간병자금을 보장하는 상품인 치매보험에 대해 보험사들은 작년 11월부터 “임상치매등급(CDR) 1점만 받아도 1000만~3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등의 말로 경증치매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던 바 있다. 이에 치매보험 신규 가입 건수는 지난 2017년 315건, 2018년 601건이었다가 올해 1~3월에는 877건이나 기록했다.

CDR은 인지기능 및 사회기능 전반적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전문의가 진단한 CDR 점수를 기초로 ‘중증치매’와 ‘경증치매’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증치매는 CDR 1~2점, 중증치매는 3~5점이 기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증치매 진단 기준 논란, 금감원 ‘중재 성공’

치매보험 기준 가운데 논란이 된 것은, 경증치매보험 약관에 치매 진단 기준에 대해 ‘CT, MRI, 뇌파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명시된 부분이었다. 여기서 ‘기초로 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험사들은 ‘필수로 요구된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CDR 점수 1점을 받더라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와야 한다는 것인데, 경증치매는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의료계 중론이 있다.

의료계 중론까지 나온 상황에서 금감원도 이 같은 이론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등 치매전문의의 진단만으로도 치매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치매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 권고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뇌영상 검사에서 치매 소견이 없더라도 전문의의 종합적인 검사에서 치매로 판단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는 혹시 모를 보험사기 등의 도덕적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심사 시에 전문의가 실시한 검사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매 약 먹어야 치매 인정?…10월부터 ‘상관 없어’

특정 치매질병코드에 해당하거나 치매 약제를 일정기간 처방 받아야 보험금 지급이 되도록 한 일부 보험사의 치매보험 약관도 개선될 예정이다. 현행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CD)로 분류하기 어려운 치매질병도 있고, 보험사들마다 인정해주는 치매질병 코드도 서로 달라 민원 유발 우려가 있었던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약제 투약 여부가 치매진단에 있어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전문가 등의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금감원은 합리적 근거 없이 약관에 치매보험금 지급조건으로 추가된 특정 치매질병코드 및 약제투약 조건 등을 삭제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들은 전문의에 의해 치매 여부를 진단하게 되고 CDR 척도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치매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단, 약제투약 조건 삭제는 오는 10월부터 판매되는 상품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이미 치매약제 투약 여부를 약관에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정해놨던 상품 가입자들은 해당 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험사들은 오는 3분기 중 이 같은 치매보험금 지급조건을 보험계약안내장을 통해 기존 계약자에게 알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변경된 치매 진단 기준 및 보험금 지급 조건을 안내받을 수 있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치매 보험금 지급과 소비자 안내 등의 적정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검시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번 약관 개선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간 치매보험금 지급관련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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